카테고리 없음

정승석. 석가비릉가(釋迦毘楞伽)

VIS VITALIS 2020. 4. 9. 14:31


석가비릉가()는 산스크리트어 śakrābhilagna의 음사로 제석지()·제석착()이라 옮기고, 마니(摩尼)는 산스크리트어 maṇi의 음사로 구슬, 보(寶)는 산스크리트어 ratna의 번역. 제석(帝釋)이 목에 걸고 있다는 보배 구슬로, 무한한 광명을 발한다고 함.

[네이버 지식백과] 석가비릉가마니보 [釋迦毘楞伽摩尼寶] (시공 불교사전, 2003. 7. 30., 곽철환)



釈迦毘楞伽摩尼宝

しゃかびりょうがまにほう

  釈迦毘楞伽宝 毘楞伽摩尼宝

 梵語シャクラービラグナ・マニ・ラトナ(śakrābhilagna-maņi-ratna)の音写。能種種現如意珠と漢訳する。種々のものを変現する如意宝珠のこと。(観経 P.95,観経 P.98,観経 P.103論註P.80要集 P.935)




더욱이 한역 불전에서 śakrābhilagna는 보주 또는 보석의 이름으로 언급된 용례만 있다. 그럼에도 **범범어**의 편찬자가 釋迦毘楞伽를 의복의 이름으로 분류한 것은 ...


정승석. 석가비능가


釋迦毘楞伽: 譯曰釋迦者 毘楞伽者不好色.(T54_1052b)

 

?번범어?釋迦毘楞伽를 의복의 이름으로 열거하면서 首楞嚴經 上卷을 출처로 명시한다. 그러나 다른 불전에서도 흔하게 언급되는 釋迦毘楞伽는 보주(寶珠)의 이름일 뿐만 아니라, 의복의 이름으로 사용된 예가 없다. 더욱이 ?번범어?보배의 이름’(寶名)을 열거하는 데서 이와 동일한 원어의 음역으로 보이는 어휘를 아래와 같이 연달아 제시한다. 따라서 이것을 의복의 이름으로 열거한 것은 일단 편찬자의 분류 착오일 것으로 지적할 수 있다.

 

釋迦毘楞迦摩尼: 譯曰釋迦者, 毘楞伽者不好色. 摩尼者珠. 觀無量壽經.

釋迦毘楞伽: 譯曰釋迦者, 毘楞伽者不好色. 虛空藏經.(T54_1054a)

 

여기서 예시한 釋迦毘楞伽, 釋迦毘楞迦, 釋迦毘楞伽는 상식적으로 보더라도 동일한 원어의 음역이다. 그러나 ?번범어?의 편찬자는 그 동일성을 부분적으로 인정했다. 즉 복합어의 일부인 毘楞伽, 毘楞迦, 毘楞伽의 원어는 동일한 것으로 파악했다. 한편 동일하게 표기된 釋迦의 경우에는 釋迦釋迦의 원어가 동일하고 釋迦는 이와 다른 것으로 파악했다. 이러한 편찬자의 인식을 검토하기 전에 보주의 이름으로 사용된 釋迦毘楞伽의 원어를 먼저 확인해 둘 필요가 있다.

佛華嚴入如來德智不思議境界經에서는 釋迦毘楞伽를 더욱 온전한 형태로 음역하여 舍迦囉毘楞伽那로 표기한다. 舍迦囉毘楞伽那의 원어는 ‘śakrābhilagna’(śakra-abhilagna)로 확인되어 있다.

먼저 釋迦를 성씨의 이름으로 풀이한 釋迦者의 경우, 편찬자는 śākya釋迦의 원어로 추정했음이 거의 확실하다. 이와 아울러 釋迦者의 경우, 편찬자가 釋迦의 원어로 추정한 것은 śākya가 아니라 능력을 의미하는 śakra일 것이다.

그러나 不好色을 의미한 것으로 풀이한 毘楞迦(=毘楞伽)의 경우에는 편찬자가 지목한 원어를 단정하기 어렵다. 편찬자가 이것의 원어를 abhilagna로 파악했다면, 그 의미를 不好色로 제시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범어에서 abhilagna는 주로 집착을 의미하여 의역으로는 , , 所著 등이 통용되기 때문이다. 毘楞迦(=毘楞伽)의 원어를 abhilagna가 아닌 abhilaṅghana로 간주하더라도, 이것은 (능가, 우월)을 의미한다.

한역 불전에서 不好色이라는 술어가 사용된 예는 그다지 많지 않다. 11회 사용된 사례 중 ?번범어?에서만 8회나 발견된다. 그리고 그 8회 중 5회는 모두 비릉가(毘楞迦=毘楞伽)에 대한 설명이다. 그렇다면 편찬자는 본래의 원어인 abhilagna를 확인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와 유사한 다른 것을 원어로 확신했을 가능성이 있다. 편찬자가 추정한 원어의 단서는 마을의 이름을 열거한 데서 발견된다.

 

鞞婆陵耆: 應云鞞婆槾耆. 譯曰不好色.(T54_1040b)

 

여기서 鞞婆陵耆의 출처는 중아함 제12권로 명기되어 있다. 실제 중아함경 제12권에서 鞞婆陵耆는 촌읍(村邑)의 이름이며, 이에 상당하는 Majjhima-NikāyaGhaṭīkāra-sutta에 의해 鞞婆陵耆의 원어는 vehaliṅga(=vebhaliṅga)로 확인된다. ?번범어?의 편찬자가 이 원어를 인지하고 있었을 것으로 확신할 수는 없지만, 이와 유사한 것을 원어로 추정했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번범어?에서 비릉가(毘楞迦=毘楞伽)의 단어 풀이인 不好色의 의미도 모호하기는 하지만, 이 말은 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그리고 이 경우의 rūpa의 의역이 아닌 것은 확실하다. 루파(rūpa)를 릉가(楞迦)와 같은 표기로 음역했을 리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의 의미는 성(sex)과 연관되어 있을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팔리어 vehaliṅga(=vebhaliṅga)에서 liṅga는 범어와 동일하고, 일차적으로는 남자의 성기를 의미한다. vehaviha의 일차 강세(guṇa)로 가능한 변형이며, viha빈 곳즉 하늘(공중)을 의미한다. 특히 범어의 용례에서 viha는 접두어로만 사용된다. ?번범어?의 편찬자는 이 veha 또는 viha를 분리, 부재, 멀어짐 등을 표현하는 접두사 vi와 동일한 의미로 이해했을 수 있다. 이 경우, vehaliṅga(sex)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이해했다면, 不好色이라는 의역은 이 같은 이해와 합치한다.

이상의 검토를 종합하면, ?번범어?의 편찬자는 상기한 세 음역의 범어를 아래와 같이 추정했던 것으로 보인다.

 

釋迦毘楞伽: sākya-vehaliṅga

釋迦毘楞迦: sākya-vehaliṅga

釋迦毘楞伽: śakra-vehaliṅga

 

그러나 이 같은 편찬자의 추정은 착오임이 분명하고, 이 셋의 원어는 동일하게 śakrābhilagna일 뿐이다. 더욱이 한역 불전에서 śakrābhilagna는 보주 또는 보석의 이름으로 언급된 용례만 있다. 그럼에도 ?범범어?의 편찬자가 釋迦毘楞伽를 의복의 이름으로 분류한 것은 아직도 미해결의 문제로 남아 있다. 여기서는 상호 복합적인 두 가능성을 상정해 볼 수 있다. 하나는 不好色이라는 의역으로 보아 미심쩍기는 하지만, 편찬자가 毘楞伽의 원어를 abhilagna로 파악하고 있었을 가능성이다. 다른 하나는 그 출처에서 속단했을 가능성이다.

?번범어?수능엄경佛說首楞嚴三昧經釋迦毘楞伽의 출처로 명시했는데, ?번범어?의 편찬자는 이 경전의 卷上에 있는 아래와 같은 대목을 출처로 지목한 듯하다.

 

佛告釋提桓因 憍尸迦. 若此三千大千世界滿中 釋迦毘楞伽摩尼珠 更有照明諸天摩尼珠.(T15_634c)

 

그런데 여기서 앞에 있는 憍尸迦(kauśika)釋提桓因 즉 인드라 신의 별칭이지만, 원어의 유사성으로 인해 의복의 이름인 憍尸迦(kāśika)와 혼동될 수 있다. 위의 구문에서 憍尸迦釋迦는 인드라(제석천)를 지칭하는 동의어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이와 아울러 고려할 수 있는 것은 abhilagna의 용례이다. 불전에서는 abhilagna가 복합어 śakra-abhilagna로만 구사되기는 하지만, 이 복합어 용례에서 abhilagna고정된또는 착용한이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이에 의하면 śakrābhilagna인드라 신이 착용한이라는 의미로 이해된다. 이 같은 두 가지 요인을 고려하면 釋迦毘楞伽를 의복의 이름으로 착각했을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어쨌거나 釋迦毘楞伽를 의복의 이름으로 열거한 것은 단순한 분류 착오에 불과하다.

?번범어?에 수록된 어휘들의 원어를 파악하는 일차적인 단서는 단어 설명에 해당하는 의역이다. 그러나 바로 앞에 예시한 것처럼 동일한 의역이 다수의 음역에 적용될 경우, 이상에서 개괄한 네 가지 사항을 복합적으로 고려하지 않으면 그 원어를 제대로 파악해 내기 어렵다. 그리고 이 같은 경우는 대체로 원어에 대한 편찬자의 착란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그 실례를 有時라는 의역이 적용된 음역어들에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