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동대지진 직후 발표된 계엄령 하에 동경에서는 어떤 유언비어가 오가고 무슨 일이 일어났나? 1100개 증언을 토대로 만든 자료집 ‘관동대진재 조선인 학살의 기록’(니시자키 마사오 저, A5판 512쪽)이 최근 간행됐다.
니시자키씨가 5년 동안 동경의 거의 모든 공립도서관을 돌며 자전·일기·향토자료 등에서 모은 관동대지진 때 조선인 학살에 대한 증언이다. 목격했거나 유언비어를 들었다는 직접적인 증언 중, 장소를 확인할 수 있는 것, 구체성이 분명한 것을 주로 수록했다.
2011~12년, 3권의 증언집으로 배포된 바 있는데, 이들 3권의 증언집을 대폭 증보하고 하나로 묶어 다시 펴냈다. 출판을 위해서 동경 시내 23개 구별로 정리했다.
‘투독(독을 넣었다)’, ‘조선인 습격’이라는 유언비어가 계엄령을 배경으로 한 군대나 경찰에 의해서 야기된 것임을 실제 증언을 통하여 부각시키고 있다. 오츠카 경찰서의 게시판에는 ‘폭도가 있고, 방화·약탈을 마구 벌이고 있다. 진압에 힘써라’라는 딱지가 붙어있었다.
어느 자경단 일원은 대지진 후 하루 지난 2일, “여기저기서 조선인들이 불을 지르저나 우물에 독을 넣거나 집단으로 화재현장에서 도둑질하고 있다는 것은 경찰 측으로부터도 시달이 있다”고 증언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시모토미사카 경찰서 경부의 말이다. “저항하는 놈은 쳐 죽여도 죄를 묻지 않으니까 마음껏 해도 좋다.”
유명인사도 다수 등장한다. 영화감독 쿠로사와 아키라, 키노시타 준지, 소설가 이부세 마스지, 오오카 쇼헤이, 시인 카네코 미츠하루, 시마자키 토손, 만화가 타가와 스이호 등이다. 쿠로사와 아키라는 당시 동경 코이시카와에 살고 있었다. 나중에 자서전에서 ‘조선인 학살사건은(전기 등의 라이프라인이 끊긴 가운데) 어둠에 겁먹은 인간을 교묘히 이용한 선동꾼의 소행’이라고 밝히고 있다.
저자 니시자키씨는 중학교 영어교사 출신으로, 퇴직 후 ‘관동대지진 때 학살된 조선인 유골을 발굴하고 추도하는 모임’ 발족에 참여했다. 현재 ‘일반사단법인 봉선화’ 이사이며, 증언집은 도쿄의 현대서관(03-3221-1321)에서 간행되고 있다. 가격은 9,000엔(세금별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