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지사지의 깊이 아득하여
가늠으로 할 수 없으니
거의 같게 겪어야 알 수 있나니
함부로 손가락질하지 마라
정신일도 하사불성
호랑이굴에 잡혀가도 정신만 차리면 된다고
함부로 말하지도 마라
강냉이가 뻥튀기 기계속에서
튀밥이 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명상한다고
일이 달라지겠는가
나의 결여
나의 파탄이 보일 때
곧 자만이 영이 되는 지점에 놓일 때
그 발견의 한숨 속에서
지혜는 샘솟는다
아이는 거울
아이는 덫인 거울
그 어버이는 자신의 폭력성과 야만성이
그 덫에 걸리는 것을 본다
아니 스스로가 덫이다
자신이 자신에게 빠지는 늪
가장 무력한 이 앞에 섰을 때에야
역지사지의 허구가 들킨다
자신이 그렇게 할 수 없는 존재임을 살 때에만
역지사지는 자기부정 속에서 말없이 사람을 건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