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는 중생이 악한 일을 하고 선한 결과를 얻는 것을 바라지 않으며 단지 사람들이 힘껏 선업 짓는 것을 바랄 뿐이다.
봄바람은 사사롭지 않으니 살리기를 좋아하고 죽이기를 싫어한다.
다만 복숭아꽃이 피는 곳에 복숭아가 열리고, 오얏꽃이 피는 데에 오얏이 열리고, 오이를 심으면 오이가 열리고, 콩을 심으면 콩이 나는 것 뿐으로서, 꽃은 장미인데 과일은 감 혹은 귤이거나, 뿌리는 저령(猪苓, 버섯)인데 잎은 파초이거나 하는 일은 없으니, 이는 봄바람의 도덕적 책임이라 할 것이다. 부처님인들 어찌 이에서 벗어나시겠는가.
한용운 전집2. 5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