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國李相國全集卷第二十
雜著○韻語
異相者對 a_001_501d
有相者不知何自而來。不讀相書。不襲相規。以異術相之。故謂異相者。搢紳卿相。男女幼長。爭邀競往。無不使相焉。相富貴而肥澤者曰。子之貌甚瘠矣。族之賤莫子若也。相貧賤而癯嬴者曰。子之貌肥矣。族之貴若子者稀矣。相盲者曰。明者也。相捷而善走者曰。跛躄而不能步者也。相婦人之色秀者曰。或美或醜也。相世所謂寬而且仁者曰。傷萬人者也。相時所謂酷之尤深者曰。悅萬人之心者也。其所相率皆類是。非特不能言倚伏所自。其察容止。皆左視也。衆譁傳以爲詭。人欲執而鞠。理其僞。予獨止之曰。夫言有先逆而後順者。外近而內遠者。彼亦有眼。豈
不知肥者瘠者瞎者。而指肥爲瘠。指瘠爲肥。指瞎爲明者乎。此必相之奇者也。於是。沐浴灌漱。整襟合紐。造相者之所寓。遂屛左右曰。子相某人某人。其曰某某何也。對曰。夫富貴則驕傲陵慢之心滋。罪之盈也。天必反之。將有糠糲不給之期。故曰瘠也。將傝然爲匹夫之卑。故曰子之族賤矣。貧賤則降志貶己。有憂懼修省之意。否之極焉。泰必復矣。肉食之兆已至。故肥也。將有萬石十輪之貴。故曰子之族貴矣。窺妖姿美色而觸之。覷珍奇玩好以欲之。化人爲惑。枉人爲曲
者目也。由此而至不測之辱。則玆非不明者乎。唯瞎者。淡然泊然。無欲無觸。全身遠辱。過於賢覺。故曰明者也。夫捷則尙勇。勇則陵衆。其終也或爲刺客。或爲姦首。及廷尉繫之。獄卒守之。桎在足。木貫脰。雖欲逸走。得乎。故曰跛躄而不能步者也。夫色也。淫侈忕異者視之。則瓊瑤之秀也。直方淳質者視之。則泥土之醜也。故曰或美或醜也。夫所謂仁人者。其死之時。蠢蠢蚩蚩。思慕涕洟。怊乎若嬰兒之失母慈。故曰傷萬人者也。所謂酷者。其死也。塗歌巷和。羊酒相賀。有笑
而口未闔者。有抃而手欲破者。故曰悅萬人者也。予瞿然起曰。果若吾辭。此實相之奇者也。其言可以爲銘爲規。豈此夫沿色隨形。說貴則曰龜文犀角。說惡則曰蜂目豺聲。滯曲循常。自聖自靈者乎。退而書其對。
무릇 색이란 음란한 자가 보면 구슬처럼 아름답고, 정직한 자가 보면 진흙처럼 추하므로 ‘아름답기도 하고 추하기도 하다’ 한 것입니다. 이른바 인자한 사람이 죽을 때에는 사람들이 사모하여 마치 어린애가 자모(慈母)를 잃은 것처럼 눈물을 흘립니다. 그래서 ‘만인을 상심하게 할 것이다’ 한 것입니다. 이른바 잔혹한 자가 죽으면 도로와 항간에서 노래를 부르며 양고기와 술로 서로 하례하고 입이 째져라 하고 웃는 사람도 있고, 손이 터져라 하고 손뼉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래서 ‘만인을 기쁘게 할 것이다’ 한 것입니다.”
나는 놀라 일어서며 말하기를,
[주D-002]어찌 …… 비하겠는가 : “어찌 그가 안색과 모습에 따라[豈此夫沿色隨形]”에서 ‘此’는 《동문선》권105 〈이상자대(異相者對)〉에 ‘比’자로 되어 있으며, 문리로 보아도 ‘比’자가 타당하므로, ‘比’자로 수정하여 번역하였다.
이상한 관상쟁이
어떤 관상(觀相)쟁이가 있었다. 그는 어디서 왔는지도 모르며, 상서(相書)도 읽지 않았고, 재래의 관상법도 따르지 않으면서 이상한 상법으로 관상을 보므로, 사람들이, “이상한 관상쟁이[異相者]”라 불렀다. 그런데도 고관(高官)ㆍ신사ㆍ남녀ㆍ노유들이 다투어 찾아가고 제각기 모셔가 모조리 관상을 보는 것이었다. 그는 부티 나고 뚱뚱한 사람의 상을 보고는, “당신은 얼굴이 매우 여위었으니, 당신 가족처럼 천한 이가 없겠소.” 하였고, 빈천하고 여윈 사람의 상을 보고는, “당신은 모습이 살쪘으니, 당신 가족처럼 귀한 이가 드물겠소.” 하였다. 또 장님을 보고는, “눈이 밝군.” 하였고, 걸음이 빠르고 잘 뛰는 사람을 보고는, “절뚝거려서 걸음을 못 걷겠군.” 하였으며, 얼굴이 예쁜 부인을 보고는, “어떻게 보면 아름답지만, 또 어떻게 보면 추하기도 하오.” 하였다. 세상 사람들이 너그럽고 어질다고 하는 사람을 보고는, “만(萬) 사람을 상(傷)할 분이로고.” 하였으며, 몹시 패독한 사람을 보고는, “만 사람의 마음을 기쁘게 할 분이로고.” 하였다. 그의 관상 보는 것이 대개 이와 비슷하여, 다만 그 감추어진 이면(裏面)을 말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당장 얼굴과 행동을 살핌이 모조리 반대였다.
뭇 사람들이 떠들썩하게 전하기를, 사기꾼이라 하면서 잡아다가 그 거짓을 다스리려 하므로, 내가 홀로 말하기를, “대개 말이란 먼저 거슬리고 뒤에 순(順)한 것이 있고, 겉으로는 친근한 듯하면서도 내면으로는 먼 것이 있다. 그도 눈이 있는데 어찌 살찐 자, 여윈 자, 눈먼 자를 몰라서 살찐 자를 가리켜 여위었다 하고, 여윈 자를 가리켜 살쪘다 하며, 눈먼 자를 가리켜 눈이 밝다 하겠는가? 이는 필시 특이한 관상쟁이일 것이다.” 하고는, 목욕ㆍ세수ㆍ양치질을 하고, 옷깃마저 단정히 한 후, 관상쟁이가 묵고 있는 곳을 찾아가서 사람들을 물리치고 말하였다.
“그대가 누구누구를 상 보고 무엇 무엇이라 말하였음은 어찌된 까닭인가?”하니 그가 대답하는 말이, “대개 부귀하면 교만하고 건방지며, 남을 능멸하고 업신여기는 마음이 자라나니, 죄가 가득차서 하늘이 반드시 뒤집을 것이오. 그래서 앞으로는 겨죽도 못 먹게 될 때가 있겠기로 ‘여위겠다.’ 하였고, 장차는 몰락하여 보잘것없는 필부(匹夫)의 몸이 되겠기로 ‘당신의 가족이 천하겠다.’하였소. 그리고 빈천하면 뜻을 겸손히 하고 자신을 낮추어 근심하고 두려워하여 닦고 살필 뜻이 있으니, ‘비(否)’ (掛가) 극하면 ‘태(泰)’ (괘)가 반드시 오는 법이라, 육식(肉食)의 징조가 이미 보이는 고로 ‘살찌겠다.’ 하였으며, 장차는 만석(萬石)ㆍ십륜(十輪)의 귀(貴)함이 있겠기로 ‘당신의 가족이 귀하겠다.’ 하였소. 요망한 자태와 아름다운 색(色)을 엿보아 만지고, 진기(珍奇)한 것과 좋은 장난거리를 탐내며, 사람을 변화시켜 혹(惑)하게 만들고 바른 사람을 구부려 굽게[曲] 하는 것이 눈인데, 이로 말미암아 예측할 수 없는 욕을 당하게 될 터이니, 이것이 ‘밝지 않은 것’이 아니겠습니까? 오직 눈먼 자는 담박(淡泊)하여 욕심이 없고 감촉이 없어 온 몸이 욕(辱)을 멀리하여 어진 이와 깨달은 이보다 나으므로 ‘밝은 이’라 하였소. 대개 민첩하면 날램을 숭상하고, 날래면 뭇 사람을 능멸하는데, 그리하여 그는 마침내 혹은 자객(刺客)이 되고 혹은 간당(姦黨)의 수령이 되어, 끝내 정위(廷尉: 법관)에게 잡히고 옥졸(獄卒)이 지켜 발에는 차꼬, 목에는 칼을 쓰게 될 것이니, 도망하련들 어찌 달아날 수나 있겠습니까? 그러므로 ‘절뚝거려 못 걷겠다.’한 것이요, 대개 색(色)이란 것은 음란하고 사치하며 이상한 것을 좋아하는 자가 보면, 구슬이나 옥처럼 예쁜 것이로되, 행실이 방정하고 질박한 자가 보면 흙이나 진흙처럼 추한 것이므로, ‘혹은 아름답고, 혹은 추하다.’고 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른바 어질다고 하는 사람은 죽을 때에 꾸물꾸물하여 어리석게도 미련이 남아 울며불며 슬퍼함이 마치 어린애가 어머니의 자애(慈愛)를 잃은 것 같기로, ‘만(萬) 사람을 상(傷)하는 이라’ 하였고, 이른바 혹독한 자는 그가 죽으면 모든 사람들이 기뻐하면서 고기 잡고 술을 마시며 서로 치하하느라 웃는 입을 다물 줄 모르는 자와 손목이 시도록 춤추는 자가 있겠기에, ‘만 사람을 기쁘게 할 이’라 한 것이오.” 하였다.
나는 구연(瞿然)히 일어나, “과연 내 말과 같다. 이는 실로 특이한 관상쟁이다. 그대의 말은 명(銘)을 삼을 만하고, 표어(標語)를 삼을 만하다. 어찌 이를 안색과 외모에 따라 귀(貴)함을 말할 때 ‘거북 무늬에, 물소 뿔’이라 하고, 흉(凶)함을 말할 때 ‘벌[蜂]의 눈에, 늑대 목소리’라고 하여 굽은 데 얽히고[滯] 상례(常例)를 답습하여 제가 거룩한 체, 제가 신령한 체하는 자들에게 비할 바이겠는가?” 하고 돌아와 나는 그의 대답을 적었다.
출처: http://s20202.tistory.com/44 [Portfolio]
有相者。不知何自而來。不讀相書。不襲相規。以異術相之。故謂異相者。
어떤 관상쟁이가 있었는데, 어디서 왔는지는 알 수 없으나 관상에 관련된 책을 읽지도 않고 관상 보는 법도도 익히지 않은 채 이상한 방법으로 관상을 보았으므로, 그를 일러 '이상한 관상쟁이'라 불렀다.
搢紳卿相。男女幼長。爭邀競往。無不使相焉。相富貴而肥澤者曰。"子之貌甚瘠矣。族之賤莫子若也"。相貧賤而癯羸者曰。"子之貌肥矣。族之貴若子者稀矣"。
지위 높은 사대부와 벼슬아치들, 그리고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앞다투어 그를 찾아와 그에게 관상 보게 하지 않음이 없었다(관상을 보았다). 관상쟁이는 용모가 부귀하고 몸이 비대하며 얼굴빛에 광택이 나는 사람을 보고는 "그대의 용모가 심히 수척하니, 그대의 족속처럼 천한 이들은 없을 것입니다" 라고 말하는가 하면, 용모가 빈천하고 파리하게 여윈 자를 보고는 "그대의 용모가 비대하니 그대처럼 귀한 족속은 드물겠소" 라고 말했다.
相盲者曰。"明者也"。相捷而善走者曰。"跛躄而不能步者也"。相婦人之色秀者曰。"或美或醜也"。相世所謂寬而且仁者曰。"傷萬人者也"。相時所謂酷之尤深者曰。"悅萬人之心者也"。其所相率皆類是。非特不能言。倚伏所自。其察容止。皆左視也。衆譁傳以爲詭人。欲執而鞠理其僞。
또 맹인을 보고는 "눈이 밝은 자요", 날래고 잘 달리는 사람의 관상을 보고는 "절름발이에 걷지 못하는 자요", 자색이 아름다운 부인의 관상을 보고는 "아름답기도 하며 추하기도 하다", 세간에 관대하고 인자하다고 일컬어지는 자의 관상을 보고는 "만인을 해칠 자요", 당시에 가혹함이 매우 심하다고 일컬어지는 자의 관상을 보고는 "만인의 마음을 기쁘게 할 자요" 라고 말했다. 그가 관상 보는 방법이 대개 이런 종류여서, 비단 길흉화복의 원인을 맞추지 못할 뿐만 아니라, 그가 상대방의 몸가짐이나 태도를 살피는 것도 대개 틀렸다. 이에 뭇 사람들이 그를 거짓말쟁이라고 여겨 떠들어대며 그를 잡아다 거짓을 다스리고자 했다.
予獨止之曰。"夫言有先逆而後順者。外近而內遠者。彼亦有眼。豈不知肥者瘠者瞎者。而指肥爲瘠。指瘠爲肥。指瞎爲明者乎。此必相之奇者也"。於是沐浴盥漱。整襟合紐。造相者之所寓。
오직 나만이 그들을 말리고 말하기를 "무릇 말이란 먼저 모순되고 후에 올바른것이 있으며, 겉으론 가까운 듯하면서 속으로는 먼 것이 있다. 저 관상쟁이 또한 눈이 있는데 어찌 살찐 자와 수척한 자와 눈먼 자를 구별하지 못하여 살찐 자를 가리켜 수척하다 하고, 수척한 자를 가리쳐 살쪘다 하고, 눈먼 자를 가리켜 눈이 밝다고 한단 말인가? 저 관상쟁이는 분명 기이한 자임에 틀림없다" 하고 이에 목욕하고 양치질 하며, 옷차림을 단정히 하고, 관상쟁이가 사는 곳으로 나아가서
遂屛左右曰。"子相某人某人。其曰。某某何也"。對曰。"夫富貴則驕傲陵慢之心滋。罪之盈也。天必反之。將有糠糲不給之期。故曰瘠也。將傝然爲匹夫之卑。故曰子之族賤矣"。
좌우를 물리치고 " 그대가 아무개를 관상 봐주고 이러이러하다고 말한 것은 어째서입니까?" 라고 묻자, 그가 대답하기를 "무릇 부귀하면 교만하고, 방자하고, 남을 능멸하고, 거만한 마음이 자라나니 죄악이 가득해져서 하늘이 반드시 뒤엎을 것입니다. 그래서 장차 곡식도 제대로 수급하지 못할 시기가 올 것이니, 이 때문에 수척하다고 한 것이며, 장차 어리석게도 필부의 천함이 되므로 그대의 족속이 천하다고 말한 것입니다.
貧賤則降志貶己。有憂懼修省之意。否之極焉。泰必復矣。肉食之兆已至。故肥也。將有萬石十輪之貴。故曰子之族貴矣。
빈천하면 지조를 내리고 자신을 굽혀 근심하고 두려워하여 스스로를 살피는 뜻이 있으니 막힌 운수(否)가 극에 달하면 펴지는 운수(泰)가 반드시 돌아와 육식의 징조가 이미 이릅니다. 이 때문에 비대하다고 한 것이며 장차 무수히 많은 곡식과 수레를 지닐 귀함이 있을 것이기 때문에 그대의 족속이 귀하다고 말한 것입니다.
窺妖姿美色而觸之。覷珍奇玩好以欲之。化人爲惑。枉人爲曲者。目也。由此而至不測之辱。則玆非不明者乎。唯瞎者。淡然泊然。無欲無觸。全身遠辱。過於賢覺。故曰明者也。
요염한 자태와 아름다운 용모를 엿보아 만지려 하고, 진기하고 좋은 장난거리를 보고 가지고자 하며, 사람을 변화시켜 미혹되게 하고, 곧은 사람을 구부리는 것이 눈입니다.이로 말미암아 치욕을 피하지 못하는 데에 이르게 되니, 그렇다면 이는 눈이 밝은 자가 아니지 않겠습니까? 오직 눈 먼 자만이 욕심이 없고 담담하며 감촉이 없어 온 몸으로 욕됨을 멀리 하니 깨달은 이보다 더 낫습니다. 이 때문에 밝은 자라 한 것입니다.
夫捷則尙勇。勇則陵衆。其終也。或爲刺客。或爲姦首。及廷尉繫之。獄卒守之。桎在足。木貫脰。雖欲逸走得乎。故曰跛躄而不能步者也。
무릇 날래면 용맹함을 숭상하고, 용맹하면 대중을 능멸하니 그 끝은 혹 자객이 되거나 혹은 간사한 무리의 수장이 되어 끝내는 관리가 그를 매달고, 옥졸이 그를 지키게 되어 발에 족쇄가 달리고 나무가 목을 관통하여 비록 그가 달아나고자 하여도 달릴 수 있겠습니까? 그러므로 그를 일러 절름발이이며 걸을 수 없는 자라고 말한 것입니다.
夫色也。淫侈忲異者 視之則 瓊瑤之秀也。直方淳質者 視之則 泥土之醜也。故曰或美或醜也。夫所謂仁人者。其死之時。蠢蠢蚩蚩。思慕涕洟。怊乎若嬰兒之失母慈。故曰傷萬人者也。所謂酷者。其死也。塗歌巷和。羊酒相賀。有笑而口未闔者。有抃而手欲破者。故曰悅萬人者也。
무릇 색이란 것은 음란하고 사치하고 이상한 자가 볼 때는 아름다운 구술처럼 진귀한 것이며, 정직하고 자질이 순박한 자가 볼 때에는 더러운 흙처럼 추합니다. 그러므로 혹은 아름답고 혹은 추하다고 말한 것입니다. 또 인하다고 일컬어지는 자는, 그가 죽었을 때에 사람들이 꾸물거리는 벌레처럼 모여들어 사모하는 마음에 눈물과 콧물을 흘리고 슬퍼하기를 마치 어린아이가 부모의 자애를 잃은 것처럼 합니다. 이 때문에 만인을 슬퍼하게 할 관상이라고 한 것입니다. 그러나 소위 가혹하다고 여겨지는 자는, 그가 죽었을 때 사람들이 길에서 노래를 부르고 거리에서 서로 화합하여, 양고기와 술을 서로 하례하며, 웃는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자와 손벽이 찢어지도록 박수치는 자가 있습니다. 이 때문에 만인을 기쁘게 할 자라고 말한 것입니다."
予瞿然起曰。果若吾辭。此實相之奇者也。其言可以爲銘爲規。豈比夫沿色隨形。說貴則曰龜文犀角。說惡則曰蜂目豺聲。滯曲循常。自聖自靈者乎。退而書其對。
나는 구연히 일어나 "과연 나의 말과 같다. 이 자는 진실로 기이한 관상쟁이다. 그대의 말을 표어로 삼을만하다. 어찌 이를 안색과 외모에 따라 귀함을 말할 때 ‘거북 무늬에, 물소 뿔’이라 하고, 흉함을 말할 때 ‘벌의 눈에, 늑대 목소리’라고 하여 굽은 데 얽히고 상례를 답습하여(진실을 알지 못하고 그른 관습만을 따라) 제가 성스러운 체, 제가 영험한 체하는 자들에게 비할 바이겠는가.” 하고 돌아와 그의 대답을 적었다.
출처: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qudrn190&logNo=220945425603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없는 관상쟁이가 있었다. 그는 관상서(觀相書)도 읽지 않고 관상법도 따르지 않고서 이상한 술법으로 관상을 보았으므로 사람들이 '별난 관상쟁이'라고 불렀다.
고관대작, 남녀노소 모두가 다투어 찾아가서 모셔다가 관상을 보았는데, 부귀하고 뚱뚱한 사람의 관상을 보고는,
"당신은 몸이 매우 여위었으니 당신만큼 천한 이가 없겠소."
하였고, 빈천하고 파리한 사람의 관상을 보고는,
"당신은 몸이 살쪘으니 당신만큼 귀한 이는 드물겠소."
하였다.
또 장님을 보고는 밝다고 하고, 민첩하고 잘 달리는 사람을 보고는 절어서 걸음을 못 걷는다고 하고, 얼굴이 예쁜 부인을 보고는 아름답기도 하고 추하기도 하다고 하고, 세상에 사람들이 너그럽고 어질다고 하는 사람을 보고는 만인을 해치는 사람이라 하고, 매우 잔혹한 사람을 보고는 만인의 마음을 기쁘게 하는 사람이라고 하였다.
그가 관상을 보는 것이 대부분 이와 같았는데, 길흉화복을 제대로 말하지 못할 뿐만아니라 용모와 행동거지를 살핌이 모두 반대였다. 그리하여 사람들이 사기꾼이라고 떠들어대며 잡아다가 거짓말한 죄를 다스리려고 하기에 내가 만류하고, 목욕 재계하고 단정한 차림으로 관상쟁이 묵고 있는 곳으로 찾아갔다. 다른 사람들을 내보내고는
"그대가 아무 아무의 관상을 보고 어떠 어떠하다고 한 것은 어째서인가?"
하고 물으니, 그의 대답은 이러하였다.
"대개 부귀하면 교만하고 남을 능멸하는 마음이 자라나 죄가 쌓일 것이니 하늘이 반드시 뒤엎을 것이요, 그렇게 되면 죽도 제대로 못 먹게 될 것이므로 여위었다고 하였고, 장차 몰락하여 보잘 것 없는 필부가 되겠으므로 천해지겠다고 하였습니다.
빈천하면 뜻을 겸손히 하고 자기를 낮추어 근심하고 두려워하여 닦고 반성하게 되니 고진감래(苦盡甘來)라, 이는 배불리 먹을 조짐이 있으므로 살쪘다고 하였으며, 장차 만석과 십륜(十輪)의 부귀를 누리겠다고 하였습니다.
요염한 자태와 아름다운 얼굴을 엿보아 가까이하고 진기한 것과 완호지물을 탐내며, 사람을 변화시켜 혹하게 만들고 사곡(邪曲)되게 하는 것이 눈인데, 이로 말미암아 헤아릴 수 없는 오욕에 이르게 되니, 이는 바로 어두운 것이 아니겠습니까? 오직 눈먼 사람만은 담박하여 욕심이 없고 감촉이 없어 욕을 멀리하므로 어진이와 깨달은 이보다 나으니, 그래서 밝다고 하였습니다.
민첩하고 용맹을 숭상하고 용맹하면 뭇사람들을 능멸하니, 마침내는 자객(刺客)이나 간당(奸黨)의 우두머리가 되었다가 붙잡혀 발에는 차꼬를 차고 목에는 칼을 쓰는 신세가 될 것이니 아무리 도망하고자 한들 되겠습니까? 그러므로 절어서 걸음을 못 걷는다고 하였습니다.
미색이란 음탐하고 사치하며 교만한 자가 보면 옥구슬처럼 예쁜 것이지만, 방정하고 순박한 사람이 보면 진흙덩이와 같을 뿐입니다. 그러므로 아름답기도 하고 추하기도 하다고 하였습니다.
이른바 어진 사람은 그가 죽을 때 어리석은 백성들이 마치 어머니를 잃은 아이처럼 사모하는 마음으로 울고불고하므로 만인을 해치는 사람이라고 하였습니다. 잔혹한 사람은 그가 죽을 때 거리마다 기뻐서 노래하며 양을 잡고 술을 마시며 웃느라 입을 다물지 못하는 자도 있고 손바닥이 아프도록 박수를 치는 자도 있을 것이므로 만인을 기쁘게 하는 사람이라고 하였습니다."
나는 이 말을 듣고 놀라 일어나,
"과연 내 말대로다. 이 사람이야말로 진짜 관상장이로구나. 그의 말은 명심해 둘만하다. 어찌 겉모습에 따라 귀한 상을 말할 때는 '거북무늬에 무소뿔'이라 하고 나쁜 상을 말할 때는 '벌의 눈에 승냥이 소리'라 하여 사곡한 데 얽매이고 상례(常例)를 쫓으며 저 잘난 체하는 무리들에게 비하겠는가."
이규보(1168-1241) : 고려시대의 문신으로 자는 춘경(春卿), 호는 백운거사(白雲居士)·지헌(止軒)·삼혹호선생(三酷好先生) 등이다. 독자적이고도 활달한 시풍(詩風)으로 당대를 풍미하였으며, 몽고군의 침입을 진정표(陳情表)로 격퇴한 명문장가이기도 하다. 이 글은 그의 저서인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제20권에 실려 있으며 원제는 <이상자대(異相者對)>이다.
異相者對[李奎報]
有相者。不知何自而來。不讀相書。不襲相規。以異術相之。故謂異相者。搢紳卿相。男女幼長。爭邀競往。無不使相焉。相富貴而肥澤者曰。子之貌甚瘠矣。族之賤莫子若也。相貧賤而癯羸者曰。子之貌肥矣。族之貴若子者稀矣。相盲者曰。明者也。相捷而善走者曰。跛躄而不能步者也。相婦人之色秀者曰。或美或醜也。相世所謂寬而且仁者曰。傷萬人者也。相時所謂酷之尤深者曰。悅萬人之心者也。其所相率皆類是。非特不能言。倚伏所自。其察容止。皆左視也。衆譁傳以爲詭人。欲執而鞠理其僞。予獨止之曰。夫言有先逆而後順者。外近而內遠者。彼亦有眼。豈不知肥者瘠者瞎者。而指肥爲瘠。指瘠爲肥。指瞎爲明者乎。此必相之奇者也。於是沐浴盥漱。整襟合紐。造相者之所寓。遂屛左右曰。子相某人某人。其曰。某某何也。對曰。夫富貴則驕傲陵慢之心滋。罪之盈也。天必反之。將有糠糲不給之期。故曰瘠也。將傝然爲匹夫之卑。故曰子之族賤矣。貧賤則降志貶己。有憂懼修省之意。否之極焉。泰必復矣。肉食之兆已至。故肥也。將有萬石十輪之貴。故曰子之族貴矣。窺妖姿美色而觸之。覷珍奇玩好以欲之。化人爲惑。枉人爲曲者。目也。由此而至不測之辱。則玆非不明者乎。唯瞎者。淡然泊然。無欲無觸。全身遠辱。過於賢覺。故曰明者也。夫捷則尙勇。勇則陵衆。其終也或爲刺客。或爲姦首。及廷尉繫之。獄卒守之。桎在足。木貫脰。雖欲逸走得乎。故曰跛躄而不能步者也。夫色也淫侈忲異者。視之則瓊瑤之秀也。直方淳質者。視之則泥土之醜也。故曰或美或醜也。夫所謂仁人者。其死之時。蠢蠢蚩蚩。思慕涕洟。怊乎若嬰兒之失母慈。故曰傷萬人者也。所謂酷者。其死也。塗歌巷和。羊酒相賀。有笑而口未闔者。有抃而手欲破者。故曰悅萬人者也。予瞿然起曰。果若吾辭。此實相之奇者也。其言可以爲銘爲規。豈比夫沿色隨形。說貴則曰龜文犀角。說惡則曰蜂目豺聲。滯曲循常。自聖自靈者乎。退而書其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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