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결과물을 내지 않아도 시는 쓴 것이다
시의 결과물보다
시를 쓰는 과정의 마음씀과
그 시에 담을 말들의 취사선택들이
이미 충분히 시인 것이죠
시를 쓰고자했던 그 마음이
언어와 면접교섭하던 그 과정이
이미 시인 것이니까
최종제품의
그 포장지와 내용물은
사실
부록으로라도 끼일까말까하는
그 과정에서 가장 시와 동떨어진 것이죠
계기가 소멸되어가는 과정에서
가장 끝에 있기도 하거니와
생동감을 희생하고 들어앉아서서는
터줏대감인듯 몹쓸 행세하는
언제버려도 좋으나
일찍 버릴수록 좋은 행색이니까요
(그런 점에서
시는 사랑과 닮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