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르케고르는 1837년 ‘정신의 대지진’과 같은 충격을 경험하고 존재론적 불안(不安)과 절망이 곧 죽음이라고 생각했다. 즉, 신과의 관계를 절연한 것이 절망이면서 ‘죽음에 이르는 병’이다. 이것은 자기 본질을 상실한다는 의미에서 실존적 절망(existential despair)이라고 하는데 기독교적 믿음만이 그 절망을 치유할 수 있고 죽음에 이르는 병을 구원할 수 있다. 죽음에 이르는 병의 절망에는 세 가지가 있다. 첫째, 자기 자신이지만 절망을 모르는 무지한 경우 둘째, 절망하면서 자기이고 싶어하지 않는 경우 셋째, 절망하면서 자기이고 싶어하는 경우이다. 그런데 절망은 자기가 자기와 관계하는 방법, 더 정확하게는 자기와 신의 관계로 심화되기도 하고 치유되기도 한다. 이처럼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를 고독한 개인의 존재론으로 해석했다는 점에서 그의 사상을 기독교적 실존주의(Christian Existentialism)라고 명명한다.
키르케고르의 철학은 총체성을 추구하는 집단을 부정하고 주체성을 가진 개인(single individual)을 긍정한다. 모든 개인은 자기 운명을 자기가 결정하고 선택하는 자유로운 존재이므로 모든 것은 전체나 집단이 아닌 ‘개인성의 원칙(Principle of Personality)’을 지켜야 한다. 이것은 곧 개인이 선택하고 개인이 결정하며 개인이 책임을 지는 것이며 ‘죽음에 이르는 병’인 신과의 절연(絶緣) 또한 개인의 문제라는 것이다. 특히 키르케고르는 불안 속에서 자기를 인식하는 진정한 자아(true self)와 주체성(subjectivity)을 중요시했다. 그의 이런 사상은 개신교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인간 존재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기 때문에 철학적으로도 중요하다.
한편 키르케고르는 신도수와 권력을 중요하게 여기는 덴마크 국가교회를 통렬하게 비판했다. 그는 신을 빙자한 교회의 폭력으로부터 개인의 자유와 자아를 지키고자 했던 것이다. 아울러 목회자들이 썩고 세속화되어서 하나님의 말씀과는 다른 길을 걷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비난하여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나아가 피의 순교로써 교회를 자정하여 개인과 소수와 약자를 중심으로 하는 신앙의 진정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고독한 단독자/개별자이자 유일한 존재인 인간이 어떻게 존재하고 그 존재가 죽음에 이르거나 영생(永生)하는가를 깊이 사유한 키르케고르는 니체, 비트겐슈타인, 하이데거, 사르트르를 비롯한 많은 철학자들과 신학, 사회학, 문화예술은 물론이고 포스트모더니즘 및 기독교신학에 큰 영향을 미쳤다.
- 끝 - (충북문화예술연구소장 / 충북대교수 김승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