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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치마 속으로 들어가 죽는다

VIS VITALIS 2016. 5. 19. 17:12





 시골길 또는 술통 


                          송수권 


자전거 짐받이에서 술통들이 뛰고 있다 
풀 비린내가 바퀴살을 돌린다 
바퀴살이 술을 튀긴다 
자갈들이 한 치씩 뛰어 술통을 넘는다 
술통을 넘어 풀밭에 떨어진다 
시골길이 술을 마신다 
비틀거린다 
저 주막집까지 뛰는 술통들의 즐거움 
주모가 나와 섰다 
술통들이 뛰어내린다 
길이 치마 속으로 들어가 죽는다



「시골길 또는 술통」은 “시골길이 술을 마신다/비틀거린다/저 주막집까지 뛰는 술통들의 즐거움/주모가 나와 섰다/술통들이 뛰어 내린다/길이 치마 속으로 들어가 죽는다”



시골길 또는 술통- 송수권


자전거 짐받이에서 술통들이 뛰고 있다 
풀 비린내가 바퀴살을 돌린다 
바퀴살이 술을 튀긴다 
자갈들이 한 치씩 뛰어 술통을 넘는다 
술통을 넘어 풀밭에 떨어진다 
시골길이 술을 마신다 
비틀거린다 
저 주막집까지 뛰는 술통들의 즐거움 
주모가 나와 섰다 
술통들이 뛰어내린다 
길이 치마 속으로 들어가 죽는다 









산문에 기대어 - 송수권



누이야
가을산 그리메에 빠진 눈썹 두어 낱을
지금도 살아서 보는가
淨淨한 눈물 돌로 눌러 죽이고
그 눈물 끝을 따라가면
즈믄밤의 강이 일어서던 것을
그 강물 깊이깊이 가라앉은 고뇌의 말씀들
돌로 살아서 반짝여오던 것을
더러는 물 속에서 튀는 물고기같이
살아오던 것을
그리고 산다화 한 가지 꺾어 스스럼없이
건네이던 것을

누이야 지금도 살아서 보는가
가을산 그리메에 빠져 떠돌던, 그 눈썹 두어 날을 기러기가
강물에 부리고 가는 것을
내 한 잔은 마시고 한 잔은 비워두고
더러는 잎새에 살아서 튀는 물방울같이
그렇게 만나는 것을
누이야 아는가
가을산 그리메에 빠져 떠돌던
눈썹 두어 낱이
지금 이 못물 속에 비쳐옴을






속(續) 산문(山門)에 기대어 - 송수권


누이야 아는가
이 봄 한낮을 너는 살아서 듣는가
안방문을 치닫고 안방문을 치닫고
옛날은 수단 치마폭에 꽃수실모냥 흘러간
뻐꾹새 울음을
시방 저 실실한 물결 속에 자물리는
한 산맥들을 보는가

한 산맥들은 또 한 산맥들을 불러내어
그 마지막 한 산맥들까지
다 자물리어
푸른 물결로만 잇대어오는 것을
푸른 물결로만 잇대어와서는
봄 하룻날
쬐그만 섬 몇 개
만드는 것을
누이야 아는가
이 봄 한낮을 너는 살아서 듣는가
마지막 맨 마지막에 모이는
푸른 물결 속
섬 한 개 동두렷이 떠올라
이 못물 속 연꽃으로 비쳐오는 것을.






겨울 청량산(淸凉山) - 송수권


겨울 淸凉寺에 가서 만났다.
소복단장하고 뒷머리채도 치렁치렁
버선발 내밀고 살냄새 피며
사뿐 큰절 올리는
고 비릿한 처녀 계집애
두 눈에 눈물 잔뜩 고여 할 말 있다며
불쑥 내 잠자리 파고들었다.
식은땀 등에 흘리며 잠자리 걷어차고
아침에서야 대중들의 공양상머리
이 얘기 털어놨다.
우리들의 공양주 어진 보살님도
혀끝 말아쥐며
우얄끼나 우얄끼나.....
아직도 승천을 못했나빔
작년에도 서울서 왔다카는 한 총각아이
그 뒷골방에서 처녀기집 만났다는디,
걸려도 깊이 걸렸던지
부모들이 내려와 청량사의 산신각에
씻김굿을 올렸더라는디
우얄끼나.....
그 처녀계집 공비토벌 때
젊은 산 손님을 따라 돌다
절문 밖 고목나무에 목을 매고
고목나무도 이젠 처녀애의 형상대로 말라 비틀어져
우리들의 가슴을 쥐어뜯지만
그녀 아직도 살아 이 깊은 계곡 육륙봉을 서성이며
살냄새 그리웠던지
내 잠자리 불쑥 파고든 것이리라.
그러나 그대, 이 땅의 젊은이들아
내년에도 내명년에도 그 후명년에도
한 시인이 만났던 자리, 그 시인도 가고
겨울 청량사에 눈이 쌓여 구들을 달구거든
그녀 성큼 불러들여
그녀의 치맛말을 풀어 천도를 시켜달라
네 살아 있음의 끝이 그녀 죽음 위에 숨쉬고
네 젊은 혼이 그녀 맥박 속에 살아 있음을 알아
너는 여름밤 달맞이꽃 또는 이 산기슭에 피어나서
밤이슬로만 소복단장한
그녀 모습 보고 울리라.





달 - 송수권


아침에 나가보면 호젓한 산길을
혼자서 가고 있었다
오빠수 떼들의 진한 울음처럼
발 아래 꽃잎들이 짓밟혀 있고
한밤내 저민 향내 오답싹에 조금
묻혀가지고
차마 갈까 차마 갈까 애타는 걸음
조금씩 뒤돌아보듯 가고 있었다.

산길을 벗어나면 아득한 벌판
언뜻언뜻 물미는 구름 속에
꽃사당년같이 얼굴 한번 가려 흐느끼고

벌판을 나서면 가로지른 강물이
소리내어 따라오고, 거기서 너는
비로소 毒婦 같은 마음을 지었다
검은 눈썹 밀어놓고 도끼 하나를
물 속에 버리었다

아침에 나가보면 암중같이
독한 암중같이 이제는 강을 건너
소맷자락까지 펼치며
훨훨 나는 듯이 가고 있었다.

암-중1

  

명사

<불교> 여승1’()을 속되게 이르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