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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천의 '노동 현악사중주'

VIS VITALIS 2016. 5. 18. 23:36



HankyorehTV님이 최종천의 '노동 현악사중주'[시 읽는 토요일 #32]을(를) 업로드했습니다.
최종천의 '노동 현악사중주'[시 읽는 토요일 #32]
HankyorehTV
노동 현악사중주 / 최종천

베토벤이 현악사중주에서
불협화음을 마음껏 끌어들여 즐긴 것은
일종의 놀이이다.
노동을 놀이로 만드는 일은 간단하다.
실수를 하면 되는 것이다.
치수도 각도 다 틀리게
시간과 공간과 희롱하면서
잘 못 자른 것은 다시 붙일 수 있고
붙인 것은 다시 자를 수가 있으니
실수는 성공보다 즐기기에 좋은 것이다.
실패란 옳게 된 것이라 할지라도
의도대로 되지 않은 것이다.
예술의 완성은 의도와는 상관이 없다.
이것이 우리가 예술에 몰두하는 이유이다.
노동은 그것이 실수라는 것을 알게 되면
즐길 수가 없게 된다, 그래서 
견습공한테 시켜 놓고 보면 좋다.
뭐든 실수와 실패를 통하여 배운다.
안다는 것은 이렇게 재미없고 위험하다.
사실, 예술이란 형상을 다루는 것으로
시종일관하는 시행착오이다.
예술은 허구이기 때문에 실수와 실패를 즐길 수 있으나
노동은 질료인 실체를 다루기 때문에 
실수와 실패가 용납되지 못한다.
인간이 노동에 몰두하지 못하는 이유이다.

기획: 박유리, 제작 : 한겨레TV, 낭송: 최종천, 영상편집: 위준영, 영상 : 이경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