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변분별론 의 공성
정호영
중변분별론 (中邊分別論, Madhyāntavibhāga)은 초기 유가행(瑜伽
行, Yogācāra) 유식학파의 문헌으로서 논의 마지막 게송과 그 주석에
제시되어 있는 것과 같이 ‘중’(中, madhya)을 해명하고 나아가 중과
극단(邊, anta)을 엄밀히 분석·구별(分別, vibhāga)함을 목적으로 한
다. 구체적으로 중변분별론 은 이러한 점을 7가지 주제로 나누어 논
의하고 있다. (1)허망분별과 공성의 특성, (2)해탈에의 장애, (3)근본
진실로서의 삼성(三性)과 이에 근거한 불교개념들의 유가행파적 재
해석, (4)깨달음에 이르는 수행의 방법, (5)그 단계 및 (6)결과, 그리고
(7)무상승(無上乘)으로서의 대승의 실천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중변분별론 의 게송은 유가행파의 개조인 미륵(彌勒,
Maitreya)의 저작으로 간주되어 왔으나 게송만의 산스크리트본은 현
존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게송은 세친(世親 Vasubandhu, 400-480년
경)의 주석(Madhyāntavibhāga-bhạ̄sya)과 함께 전래되고 있으며, 세친
의 주석에 대한 안혜(安慧 Sthiramati, 510-570년경)의 복주(Madhyāntavibhāga-ṭikā)
또한 산스크리트본이 현존하고 있다.1)
* 충북대학교 인문대학 철학과 교수
1) 산스크리트본 세친의 주석과 안혜의 복주는 여러 가지가 있으나 여기에서는
나가오(長尾雅人)본과 야마구치(山口益)본을 사용하였다 (Nagao Gadjin, ed.,
Madhyāntavibhāga-Bhạ̄sya, Tokyo: Suzuki Research Foundation, 1964; Yamaguchi
Susumu, ed., Madhyāntavibhāgaṭikā, Nagoya: Librairie Hajinkaku, 1934).
세친의 주석에 대한 한역은 眞諦의 중변분별론 (대정신수대장경 31권)과
2 人文學志 第24輯
주지하는 바와 같이 중변분별론 게송의 저자로 전승되고 있는
미륵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논의가 있다. 미래에 성불한 보살로서의
미륵이라는 주장과 이와는 다른 역사적 실존인물이라는 설 등이 그
것이다. 그러나 세친에 대해서는 초기 유식학의 기초를 확립한 위대
한 인물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이러한 점에서
중변분별론 은 인도의 초기 유가행 유식학 연구에 필수불가결한 문
헌이다.
본고는 특히 이 중변분별론 에 제시되어 있는 공성(空性, śūnyatā)
에 대한 이해를 목적으로 한다. 공성의 개념이 불교의 전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이기도 하지만, 이미 대승불교의 궁극적 진리로 승
인된 공성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없이는 새로운 학파의 형성은 불가
능하다는 점에서 초기 유가행파의 사상적 특징을 파악하기 위해서라
도 그 핵심 문헌 중의 하나인 중변분별론 의 공성 이해를 밝힐 필
요가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