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살염불삼매경
보살염불삼매경(菩薩念佛三昧經)
보살염불삼매경 제1권
송(宋) 천축삼장(天竺三藏) 공덕직(功德直) 한역
이진영 번역
1. 서품(序品)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王舍城) 기사굴산(耆闍崛山)에서 1,250명의 큰 비구들과 함께 계셨다. 이 중에 아난만 빼고는 모두 아라한이었다. 그들은 모두 누(漏)가 다하여 다시는 조복할 번뇌가 없어 자유로웠으며, 잘 해탈하여 더 이상 벗어날 것이 없었고, 깊이 알아서 더 이상 알 것이 없었으며, 할 일을 이미 다하였다. 그리하여 무아(無我)를 얻었으며 무거운 모든 짐을 벗고 아홉 가지 결박을 없애고 확실히 해탈하였으며, 큰 용과 같이 모든 마음이 자재하였다.
이 때 난타 천자(難陀天子)와 수난타(修難陀) 천자와 전단(栴檀) 천자와 수마나(修摩那) 천자와 자재(自在) 천자와 대자재 천자와 아일다(阿逸多) 천자와 수행(修行) 천자 등 수 없는 정거(淨居) 천자가 새벽에 보통 때보다 갑절이나 되는 광명을 내어 기사굴산을 환히 밝혔다.
이 때 모든 천자는 세존의 처소에 가서 한결같은 마음으로 공경히 부처님의 발에 이마를 대어 예배하고 하늘의 가는 가루 전단향과 다마라발향(多摩羅跋香)과 침수(沈水) 하늘 향과 하늘 화만향(花鬘香)과 구수마(俱修摩) 등 갖가지 꽃 향을 부처님 위에 뿌리고 거듭 부처님 발에 예배하며 오른쪽으로 세 바퀴 돌고 한쪽에 서서 합장하고 부처님을 향하였다.
이 때 전단 천자가 묵묵히 생각하였다.
'과거 모든 부처님께서는 모두 모든 천신과 세간 사람과 사문(沙門)과 바라문(婆羅門)을 위하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보살염불삼매(菩薩念佛三昧)를 연설하셨다.'
또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제 우리 세존께서도 과거 옛 부처님과 같이 세간 모든 사람과 천신들에게 안락을 주시려고 보살염불삼매를 연설하실 것이다.'
이 때 모든 천자가 함께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과거 모든 부처님께서는 모두 보살염불삼매를 말씀하시어 세간 사람과 천신들과 8부 대중을 안락케 하셨습니다. 부디 세존께서도 과거 모든 부처님처럼 널리 중생을 위하여 이 삼매를 말씀하소서."
그러자 세존께서는 잠자코 허락하셨다. 이 때 모든 천자는 부처님을 세 바퀴 돌고 부처님 발에 이마를 대어 예배하고서 갑자기 사라졌다. 이 때 세존께서 먼동이 틀 새벽녘에 빙긋이 웃으시면서 큰 사자의 기침 소리를 내시니, 기사굴산에 별도로 머물던 모든 승려 대중이 부처님의 신력을 받고 모두 부처님의 처소에 왔으며, 왕사성의 모든 비구니도 부처님의 위엄스런 소리를 듣고 모두 한데 모였다. 마갈제국(摩竭提國)의 아사세왕(阿闍世王)과 선니범자(先尼梵子)는 한량없는 억만 권속에게 둘러싸여 부처님의 신통력을 받아 찰나 사이에 모두 부처님의 처소에 이르렀다. 또한 아라바가(阿羅婆迦) 야차(夜叉)와 가타바(伽陀婆) 야차와 금비라(金毘羅) 야차와 수지로마(修脂路摩) 야차와 마라타리(摩羅陀利) 야차 등 큰 위력을 가진 야차신왕들도 각각 백천 권속을 거느리고 부처님의 신통력을 빌어 잠깐 사이에 기사굴산에 이르렀다. 또한 라후라(羅睺羅) 아수라왕과 비마질다라(毘摩質多羅) 아수라왕과 수바후(修婆睺) 아수라 왕과 바가라두(婆呵羅頭) 아수라왕 및 그의 권속과……(중략)……삼천세계의 한량없고 수 없는 하늘과 용과 용왕들이 희유하다는 마음을 내어 털이 곤두설 정도로 숙연한 가운데 부처님의 신통력을 빌어 한 찰나에 부처님 처소에 이르렀다. 동방 세계에 있던 항하(恒河)의 모래알처럼 많은 범천과 천왕이 부처님의 기침 소리를 듣고 털이 곤두설 정도로 숙연한 가운데 부처님 처소에 이르렀으며, 나머지 서남북방의 세계와 상방세계, 하방세계에서도 그러하였다.
이 때 급고독(給孤獨) 수달(須達) 장자도 수 없는 백천 권속과 함께 사위성으로부터 부처님의 처소에 이르렀다. 이 때 비야리(毘耶離)에 큰 장자들이 있었는데, 그들의 이름은 선사(善思)·항원(降怨)·길상(吉祥)이었다. 또한 리차(離車)에 환희상(歡喜象)·거상(擧象) 등의 왕자들이 있었다. 또한 단사(斷事) 서사(庶士)인 수타(首陀)가 있었는데, 그의 이름은 광상(光象)이었다. 이들 모두는 대승을 배우는 자들이었는데, 한량없는 대중과 함께 부처님의 신통력을 받아 부처님의 처소에 이르렀다.
이 때 첨바성(瞻婆城)에 사는 거사에게 아들이 있었는데, 그들의 이름은 상서(庠序)와 요익(饒益)이었다. 또한 큰 장자에게 무량력(無量力)이라는 아들이 있었다. 이들은 이미 과거에 모든 선근(善根)을 심어서 큰 위덕(威德)이 있었는데 부처님의 신통력을 받아 부처님의 처소에 이르렀다.
이 때 바라내(波羅奈)로부터 전생에 심은 선근이 이제 성숙된 한량없는 중생들이 차례로 부처님의 처소에 이르러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고 좌우에서 부처님을 모시고 서 있었다.
이 때 구시나갈성(拘尸那竭城)에는 한량없는 역사(力士)와 그들의 아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과거에 여러 부처님을 공양하여 모든 선근을 심어서 큰 위덕을 갖추었다. 그들은 구시나갈로부터 함께 어울려 길을 따라 줄을 지어 부처님의 처소에 왔다. 그리고는 지극한 마음으로 공경하고 앞으로 나가 부처님의 발에 이마를 대어 예배하였다.
이 때 삼천대천세계는 가로세로가 똑같았는데, 부처님의 신통력으로 천신과 용과 야차와 건달바왕과 아수라왕과 가루라(迦樓羅) 왕과 긴나라(緊那羅) 왕과 마후라가(摩睺羅迦) 등 8부 대중 모두가 모여들어서 빈틈이 없었다.
세존께서는 대중이 다 모였음을 보시고 큰 사자 소리를 다시 한 번 내시고 절에서 나와서 근처 다른 곳에 이르시어 멀리 저쪽 땅에 있는 모든 보배를 보셨다. 세존께서 보신 뒤에 다시 미소를 지으시자 즉시 세간 사람과 천신과 아수라가 각각 한량없는 가루 향과 여러 가지 꽃을 가져다가 부처님 위에 흩고 지극한 마음으로 공경하고 존중하고 찬탄하였다.
이 때 대중 가운데 장로 사리불(舍利弗)과 장로 대목건련(大目楗連)과 장로 마하가섭(摩訶迦葉)과 장로 수보리(須菩提)와 장로 부루나미다라니자(富樓那彌多羅尼子)와 장로 라후라(羅候羅)와 장로 마하금비라(摩訶金毘羅)와 장로 마하가전연(摩訶迦旃延)과 장로 아누루타(阿樓馱)와 장로 겁빈나(劫賓那)와 장로 윤로나이십억자(輪盧那二十億子)와 장로 난타(難陀)와 장로 아난다(阿難陀) 등 이러한 성인들이 모두 함께 모였는데, 이들은 모두 위덕이 있었으며, 신통을 구족한 이들이었다.
이 때 대중 가운데 장로 미륵(彌勒)보살과 삼계(三界)보살과 월삼계(越三界)보살과 초발심즉전법륜(初發心卽轉法輪)보살과 선사(善思)보살과 대음성(大音聲)보살과 지지(持地)보살과 문수사리동자 보살과 불공견(不空見)보살 등 이렇게 한량없고 끝없는 대중들이 있었는데, 이들은 일찍이 과거 모든 부처님께 공양하고 보살의 무수한 행원(行願)을 깊이 심었으며, 오래 전부터 위없는 보리심을 낸 자들이었다.
이 때 장로 불공견보살은 여래께서 보여 주신 신통상과 빙그레 웃으신 뜻을 알고자 하여 의복을 정돈하고 부처님을 세 바퀴 돌고 한쪽에 서서 합장하고 부처님을 향하여 게송으로 말하였다.
가장 수승하시며 함이 없으신 두 발 가진 존재 중에 세상에 존귀하사
조어사(調御士)가 되시는 까닭에 이렇게 기쁜 웃음 나타내셨네.
부자가 은혜를 베풀어 가난한 이를 만족케 하듯이
부처님께서 법보시를 베푸시어 밝게 틔워 주심도 그러하셔서
일체 세간이 모두 다 귀의하는 바이옵니다.
무슨 인연으로 이런 미소 지으셨나이까?
위없는 정각께서는 부디 저희에게 말씀하소서.
이 때 세존께서 불공견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갖가지 보배로 된 저 땅을 보았는가?"
불공견이 여쭈었다.
"네, 보았나이다."
"불공견이여, 그렇다. 저 땅은 지난 옛적 모든 부처님께서 노니실 때 교화하시던 곳이다."
불공견은 마음속으로 생각하였다.
'내가 빨리 저 땅에 이르러 그곳의 모양과 같이 마음으로 삼매에 들고 삼매에 든 뒤에 부처님 세존을 위하여 신통 변화로 갖가지 모든 보배 법좌(法座)를 만들겠노라.'
그리고는 생각한 대로 자리를 베풀어 놓고서 부처님의 처소에 이르러 여래께 이 보배 자리에 오르시라 청하고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이곳은 모두가 옛적부터 이제까지 모든 부처님 여래께서 노닐고 밟으신 땅입니다."
이 때 세존께서 그곳에 이르러 법좌에 나아가시니 잠깐 동안에 여래·응공·정변지의 힘 때문에 이 국토 삼천대천세계가 여섯 가지로 진동하였다. 울쑥불쑥하고 두루 울쑥불쑥하고 온통 울쑥불쑥하며, 우르르하고 두루 우르르하고 온통 우르르하며, 와르릉 하고 두루 와르릉 하고 온통 와르릉 하며, 흔들흔들하고 두루 흔들흔들하고 온통 흔들흔들하며, 와지끈하고 두루 와지끈하고 온통 와지끈하며, 들먹들먹하고 두루 들먹들먹하고 온통 들먹들먹하였다. 동쪽이 솟으면 서쪽이 꺼지고 서쪽이 솟으면 동쪽이 꺼지며, 남쪽이 솟으면 북쪽이 꺼지고 북쪽이 솟으면 남쪽이 꺼지며, 서쪽이 솟으면 동쪽이 꺼지고 동쪽이 솟으면 서쪽이 꺼지며, 북쪽이 솟으면 남쪽이 꺼지고 남쪽이 솟으면 북쪽이 꺼졌다. 광명이 한량없는 세계를 두루 비추어 잠깐 동안에 일체 중생에서 아비(阿鼻)지옥까지 모두 쾌락을 받았다.
부처님께서 법좌에 오르시자 해와 같이 빛나서 일체 세간이 우러러보고 귀의하였네.
대천세계가 진동하며 모두가 기뻐하였네.
부처님께서 보배 자리에 오르사 해와 같이 환히 비추시니
일체 세간이 법왕께 머리를 땅에 대어 예배하였으며
중생들 모두에게 널리 안락을 얻게 하시었도다.
부처님께서 자리에 나아가시니 밝고 밝은 해와 같아 일체 세간이 법왕을 높이 받들었네.
청정한 광명을 놓으사 모든 국토를 비추셨도다.
기특하다, 이 교법이여. 교법 중에 가장 수승하며
특히하다, 이 교법이여. 이보다 나은 것이 없도다.
잠시 나타난 곳이라도 헤아릴 수 없도다.
훌륭하다, 이 교법이여. 교법 중에 넓고 크도다.
이 수레를 타는 이는 불가사의하여 모든 천신과 마군과 범천들은 측량치 못할 바로다.
이 때 세존께서 넓고 큰 혀로 삼천대천세계를 두루 덮으시고 널리 성문과 모든 보살들에게 말씀하셨다.
"모든 선남자여, 한결같은 마음으로 조용히 들을지어다. 이 밤에 난타천자와 수난타천자와 전단천자와 수마나천자와 자재천자와 대자재천자와 아일다 천자와 수행천자 등, 이러한 수 없는 정거천자(淨居天子)가 새벽에 보통 때보다 갑절 더한 광명을 발하여 기사굴산이 환히 밝았다. 이 때 모든 천신들은 나의 처소에 와서 한결같은 마음으로 공경하여 내 발에 이마를 대어 예배하고, 하늘의 미세한 전단향 가루와 다마라발향과 모든 침수향과 하늘의 화만향(華鬘香)과 구수마(俱修摩) 등 온갖 꽃과 향을 내 위에 흩어 뿌리며 거듭 내 발에 예배하고 오른쪽으로 세 번 돌고 한쪽에 서서 합장하고 나를 향하여 공양하고 공경하며 존중하고 찬탄하였다.
이 때 전단 천자가 잠자코 생각하였다.
'과거 모든 부처님·응공·정변지께서는 모든 사람과 천신과 사문과 바라문을 위하여 모든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보살염불삼매를 연설하셨는데, 이제 우리 세존께서도 과거 모든 부처님처럼 중생을 안락케 하기 위해 보살염불삼매를 연설하실 것이다.'
이 때 모든 천자가 이렇게 청을 하기에 내가 잠자코 허락하였다. 그렇다, 비구들아. 전단천자와 난타천자와 한량없는 정거천자들은 내가 허락한 줄 알고서 갑자기 사라졌다."
이 때 세존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모든 비구에게 말하겠노라. 새벽에 모든 천신의 몸빛이 보통 때보다 갑절 빛나서
기사굴산이 환히 밝았는데 세상의 주인인 나를 공양하고 존중하여 둘러쌌다.
난타천자와 선희(善憙)천자와 선의(善意)천자와 전단천자와
자재천자와 대자재천자와 아일천자와 선행천자 등
이러한 한량없는 정거천자에게는 큰 신력이 있었는데 나의 처소에 와서
보배롭고 묘한 온갖 공양을 널리 베풀고 모두 함께 공경하여 오른쪽으로 세 번 돌고
발아래 머리 대어 예배하고 한쪽에 머물렀다.
전단천자는 잠자코 머무른 뒤에 중생을 교화하리라, 마음을 내어
옛날 모든 부처님께서 이미 말씀하셨던
보살염불삼매를 연설해 주십사 청하였다.
거룩하신 석가 10력(力)을 갖추신 여래께서도 삼마제(三摩提)를 말씀하시어 일체 중생들이
안락을 얻게 하라고 하기에 내가 잠자코 허락하였다.
그 때 모든 천자는 내가 기사굴산에서
과거 부처님처럼 삼매 연설하기를 허락한 줄을 벌써 알았느니라.
그 때 모든 천자는 내가 잠자코 허락한 줄을 벌써 알고서 기쁘고 즐거워
오른쪽으로 세 번 돌고 발에 예배하고 갔느니라.
비구여, 내가 연설하는 삼매도 옛적 모든 부처님과 같으니 의혹을 내지 말라.
여래의 지혜는 불가사의하니 과거 모든 부처님의 최상의 보리와
모든 지견(知見)에 마음속으로 의심을 품지 말라.
지금 현재 가장 높은 보리를 내가 모두 알아서 마음이 막힘이 없노라.
만일 미래 세상에 보리를 이루고자 한다면 미래 중생을 불쌍히 여기는 까닭에
나도 밝게 밝혀서 털끝만한 의심도 없애 주리라.
그러기 때문에 여래는 깊은 이해 끝이 없고
지혜의 힘, 막힘이 없고 불가사의하도다.
저 부처님께서 아시는 바와 같이 나도 끝까지 알지만
일체 중생은 그 깊은 뜻 헤아리지 못하느니라.
2. 불공견본사품(不空見本事品)
이 때 세존께서는 장로 사리불과 장로 목건련과 장로 대가섭과 장로 수보리와 장로 부루나미다라니자에게 말씀하셨다.
"천신들과 세간 사람들이 이미 다 모였으니, 너희들 비구는 각각 법좌에 올라와서 사자후를 하여라. 무슨 까닭이냐 하면, 이 대중에는 성문들이 많으므로 사자의 소리를 들으면 모두 해탈을 얻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존께서는 미륵보살과 월삼계보살과 부사의보살과 불공견보살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들은 즉시 나에게 모든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진실한 공덕을 연설하는 사자후를 청할지어다."
불공견이 아뢰었다.
"예, 세존이시여. 벌써 들었나이다."
그리고 게송으로 찬탄하였다.
몸은 금빛과 같아 갖은 복으로 장엄하시며
중생을 불쌍히 여기사 진리를 깨달으시며
공덕이 구족하시어 명예가 널리 퍼지신
세존께서 오늘 무슨 인연으로 대중 가운데서 저더러 물으라고 하시나이까?
바른 깨달음 짝할 이 없고 가장 높아 능가할 이 없는
공덕의 법왕이시여 큰 지혜가 다함없으시나이다.
부처님이시여, 무슨 인연으로 대중 가운데에서 저에게 물으라고 하셨나이까?
여래의 청정한 계율과 선정과 지혜와 해탈과
해탈지견(解脫知見)이 모두 다 짝할 이 없으신
우리 부처님이시여, 이제 무슨 인연으로
대중 가운데서 저에게 물으라고 하셨나이까?
위덕이 비할 이 없고 저 언덕에 건너선 법왕 세존이시여 중생을 위하여
큰 이익을 지으신 부처님이시여, 무슨 인연으로
대중 가운데서 저에게 물으라고 하셨나이까?
100겁 동안 자비를 닦고 불쌍히 여김을 익히셨으며
변재가 막힘이 없으신 부처님이시여, 무슨 인연으로
대중 가운데서 저에게 물으라고 하셨나이까?
가장 높으신 법왕이 되어 중생을 널리 이롭게 하시니
가난한 이가 부자 되고 장님이 눈을 떠서
매운 고통 영원히 쉬게 하며 두려움에 떠는 이에게
편안을 주는 분이시여, 무슨 인연으로 저더러 물으라고 하시나이까?
부처님 몸 정묘하사 티끌이나 때에 물들지 않고
여래의 옷은 여러 가지 빛깔입니다.
세존의 종족은 왕 가운데 왕이신데
무슨 인연으로 저에게 물으라고 하시나이까?
부처님께서 입으신 옷은 몸에서 네 손가락 길이나 떨어졌어도
몸을 떠나지 아니하여 몸이 원수를 항복시키는데
무슨 인연으로 저에게 물으라고 하시나이까?
여래께서 다니시는 곳은 모든 구덩이가 없고
지혜의 힘이 있는 까닭에 밟는 데마다 모두 평탄하나니
무슨 까닭으로 제에게 물으라고 하시나이까?
여래의 몸은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아서
걸음걸이가 평평하고 반듯하여 삿되지 않고 굽지 않으시며
보통보다 뛰어나시어 이루 사의키 어려운데
무슨 인연으로 저에게 물으라고 하시나이까?
눈을 잠시도 옮기지 않고 거룩한 얼굴을 우러러 뵙건대
부처님께서는 다니시는 데 신족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몸가짐이 저절로 그렇게 보기 좋게 질서가 있사옵니다.
만일 도깨비한테 걸려서 정신을 잃거나 감각이 없더라도 세존을 뵈오면
잠깐 동안에 모든 악을 영원히 떠나고 바른 생각을 다시 얻으며
만일 어떤 중생이 부처님 발 밑의 티끌을 접촉하면
일곱 달 안에 몸과 마음이 쾌락하고 목숨을 마친 뒤에는 좋은 곳에 태어납니다.
세존께 귀의하면 모든 즐거움을 베풀어주시고
어떤 사람이 아파서 몹시 고통을 받을 적에
부처님께서 손으로 만지시면 곧 낫게 되오리다.
부처님께서는 많은 겁 동안에 불가사의한
모든 안락을 수없이 얻으셨나이다.
부처님께서는 옛적에 용맹스러이 미래 중생을 거두셨고
한량없는 겁 가운데 청정한 법 얻으셨나이다.
저는 이곳에 의심이 없사온데 무슨 인연으로 저에게 물으라고 하시나이까?
과거와 미래의 하늘 가운데 가장 높은 분이시여.
이제 조복하시는 사람 가운데 큰 선인을 만났사온데
무슨 인연으로 저에게 물으라고 하시나이까?
이 때 세존께서 불공견에게 말씀하셨다.
"잘 듣고 잘 들어서 잘 생각해 보아라."
불공견이 여쭈었다.
"예, 그렇게 하겠나이다."
세존께서 불공견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생각건대 지난 옛적 무앙수(無央數)라는 겁 때 무량력(無量力)이라는 왕이 있었다. 그는 큰 신통과 세력이 자재하였는데 그가 머무는 곳에 선건(善建)이라는 큰 성을 세웠다. 그 성은 가로와 세로가 똑같이 12유순(由旬)이었다. 그 성은 일곱 겹으로 되어 있었는데 정면에 문이 세 개가 있었다. 문과 성을 모두 금과 은과 유리와 파리(頗梨)와 마노(瑪瑙)와 진주와 산호(珊瑚)로 수려하게 장엄하였다. 참호(塹壕)도 일곱 겹이었는데 모두 다 7보로 되어 있었다. 그 모든 문 밖에는 금모래, 은모래를 땅에 깔아서 꾸미고 문의 양쪽에는 각각 금과 은으로 된 네 대궐이 서로 마주 서 있었다.
불공견이여, 또한 금과 은으로 큰 그물을 만들어 문 위를 덮었고, 금 그물에는 은방울을 여기저기 달고, 은 그물에는 드문드문 금방울을 드리웠다. 바람이 불면 방울과 그물이 모두 공후(箜▩) 같은 악기 소리를 내어 궁음(宮音)과 상음(商音)이 조화를 이루며 서로 어울렸다. 왕은 성을 지어 놓고 그 안에서 편안히 거처하였다.
그 성 참호 밖에는 금과 은과 파리와 산호로 된 일곱 못이 있었다. 그 모든 못에는 일곱 복도가 있었는데, 이것도 7보로 장엄하였다. 금 복도에는 은으로 난간을 만들었으며, 은 복도에는 진주로 난간을 만들었으며, 진주 복도에는 유리로 난간을 만들었으며, 파리 복도에는 산호로 난간을 만들었으며, 산호 복도에는 진주로 난간을 만들었으며, 진주 복도에는 금으로 난간을 만들었다.
그렇다, 불공견이여. 그리고 무량력왕은 우발라꽃[優鉢羅花]과 발두마꽃[鉢頭摩花]과 구물두꽃[拘物頭花]과 분두리꽃[分頭利花]과 나리니꽃[那梨尼花] 등 모든 기이한 꽃을 심었다. 그 꽃들에서는 부드러운 향기가 났는데, 아까워하는 자가 없어서 마음대로 딸 수 있었다.
그 못의 언덕 위에는 이증(伊曾) 꽃나무와 니증(尼曾) 꽃나무와 가다증니(迦多曾尼) 꽃나무와 아제목다가(阿提目多迦) 꽃나무와 첨복(瞻蔔) 꽃나무와 바리사(婆利師) 꽃나무와 구비타라(拘毘陀羅) 꽃나무와 타누가리(陀迦梨) 꽃나무 등 꽃나무가 있었다. 이 모든 꽃나무는 향기가 하늘 향과 같았는데, 지키는 이가 없어서 마음대로 취할 수 있었다.
또 불공견이여, 그 선건성에는 7보로 된 다라수가 서로 엇갈리게 일곱 겹으로 줄을 지어 서 있었다. 금 다라수에는 은잎과 꽃과 과실이 달려 있었으며, 은 다라수에는 붉은 진주 잎사귀에 진주 꽃과 진주 과실이 달려 있었다. 흰 진주 나무에는 유리 잎사귀에 유리 꽃과 유리 과실이 달려 있었으며, 유리 나무에는 파리 잎사귀에 파리 꽃과 파리 과실이 달려 있었으며, 파리 나무에는 마노(馬瑙) 잎사귀에 마노 꽃과 마노 과실이 달려 있었다. 마노 나무에는 붉은 진주 잎사귀에 붉은 진주 꽃과 붉은 진주 과실이 달려 있었으며, 붉은 진주 나무에는 산호 잎사귀에 산호 꽃과 산호 과실이 달려 있었으며, 산호 나무에는 금 잎사귀에 금 꽃과 금 과실이 달려 있었다.
불공견이여, 바람이 불면 모든 나무가 번갈아 스치면서 미묘한 소리를 냈는데, 마치 악사(樂師)가 잘 쳐서 다섯 가지 음을 내는 것과 같았다. 또한 불공견이여, 왕이 머무는 곳에는 다음과 같은 모든 소리가 항상 끊이지 않았다. 코끼리 소리와 말 소리와 수레 소리와 군인의 소리와 소라 소리와 북 소리와 통소 소리와 젓대 소리와 공후와 비파 소리와 노래하고 춤추는 소리 등 이와 같은 모든 소리가 잠시도 끊긴 적이 없었다.
왕은 항상 영토 안의 인민들에게 '만일 의복이나 음식이나 코끼리나 말이나 수레가 필요하다면 그대들 뜻대로 다 주겠노라'고 선언하였다. 다라수 사이에서는 항상 풍악 소리가 나서 모든 사람이 노닐며 5욕을 즐겼다. 왕은 나라 백성들을 아버지가 아들 생각하듯 하였으며, 백성들은 왕을 자애로운 아버지와 같이 받들었다.
또한 불공견이여, 선건성 안의 모든 거리와 전읍(廛邑)에 시장이 열렸는데 곳곳마다 네 가지 보물로 된 못이 있었다. 못과 못의 간격은 화살을 한 번 쏘아서 떨어질 만한 거리였다. 그 못의 네 언덕에는 갖가지 보배로 된 층계가 있었는데 금 층계에는 은 난간을 둘렀고, 은 층계에는 금 난간을 둘렀으며, 마찬가지로 파리와 산호로도 엇갈리게 층계와 난간을 둘렀다.
또한 불공견이여, 왕은 모든 못에 갖가지 이름난 꽃을 심었고, 못 위에도 이니증(伊尼曾) 꽃나무와 가담바(迦曇婆) 꽃나무와 아제목다가(阿提目多伽) 꽃나무와 첨복(瞻蔔) 꽃나무와 타누가리(陀迦利) 꽃나무 등 여러 꽃나무를 심었다. 그 꽃나무들의 향기는 하늘 향과 같았는데, 역시 아끼는 이가 없었다.
성 안에 또한 동산과 구경 터를 세웠는데, 온갖 꽃과 과실이 그 사이에 줄지어 있었다. 또한 동산의 사방에 빙 둘러 곳곳마다 모두 묘한 꽃과 못이 있었는데, 앞에서 말한 대로 장엄이 되어 있었다. 여러 채녀(婇女)가 있어서 서로 즐기며 모든 백성이 마음대로 노닐었다.
또한 불공견이여, 무량력왕은 크고 뛰어난 종족이며 훌륭한 찰리의 종자이다. 낳아준 부모에서부터 7대 종손에 이르기까지 모두 청정하고 얼굴이 단정하여 사람들 중에 독보적으로 뛰어났으며, 재물과 보배가 수억이어서 헤아릴 수 없었다. 또 불공견이여, 무량력왕은 깊은 믿음과 큰 자비와 사심 없는 마음으로 크게 보시를 하되, 모든 사문과 바라문뿐만 아니라 봉사·귀머거리·불구자와 온갖 병든 이와 가난한 이와 외롭고 곤궁한 이와 횡액을 당한 이를 가리지 않았다.
왕이 통치하는 1만 4천 성읍(城邑)과 부락은 청정한 업의 과보(果報)로서 7보로 장식하였고, 낱낱 성 위에 8만 4천 전단으로 된 모든 묘한 다락을 지었다. 이 모든 문 밖에는 네거리가 뚫려 있었고, 길 초입마다 수려한 누각[臺觀]을 세웠는데, 모든 백성이 마음대로 노닐었다. 낮에나 밤에나 항상 다락과 대관과 궁전과 거리와 마을에 모두 등불을 켰는데, 그 빛이 매우 밝아서 나라 경계를 두루 비추었고, 중생들은 그 빛을 받아서 몸과 마음이 쾌락하였다.
또한 불공견이여, 왕에게 두 아들이 있었는데, 첫째는 사자(師子)요, 둘째는 사자의(師子意)였다. 그들은 오랫동안 최상의 보리를 얻겠다는 서원을 발하여 명성이 멀리까지 자자하였고 큰 위덕을 갖추었다.
그 때 보견(寶肩) 여래·응공·정변지·명행족·선서·세간해·무상사·조어장부·천인사·불세존이라는 부처님께서 세간에 나오셔서 이렇게 외치셨다.
'내가 금세와 후세에 사문과 바라문과 천신과 사람과 아수라 대중 가운데서 모든 것을 아는 지견[一切知見]으로 널리 중생을 위하여 모든 묘법을 말하겠노라.'
이 말씀은 처음이나 중간이나 끝이나 다 선하였고, 말도 선하고 뜻도 선하였으며, 맑고 깨끗한 범행(梵行)의 모양을 구족하였다. 그리고 신통이 구족하고 위력이 자재한 7백천만억 큰 아라한과 함께 계셨다.
보견여래께서 이른 아침에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발우를 들고 비구를 거느리고 성에 들어가 걸식을 하셨다. 그 때 무량력왕은 두 아들과 함께 높은 다락 위에서 오락을 즐기며 기쁨을 누리고 있었다. 왕은 부처님의 공덕 있는 상호(相好)를 멀리서 바라보고 매우 특별하다는 생각을 하고는 한없이 기뻐하며 권속들에게 둘러싸여 궁전 문 앞에 이르러 두 아들에게 '빨리 향과 꽃과 깃대와 기악을 마련하여 빨리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가라'고 하였다. 그리하여 우두전단향과 말향과 묘하고 진귀한 모든 것을 부처님과 비구승에게 공양하고, 오른쪽으로 세 바퀴 돌고 머리를 발에 대어 예배하고 한쪽에 머물러 있었다.
또한 불공견이여, 왕은 두 아들과 함께 보견불과 성문의 무리에게 그들의 몸과 수명이 다하도록 모든 편안함을 베풀게 해 달라고 청하였다. 보견여래께서는 천신과 사람 가운데에서 교화를 이미 끝내고 장차 열반하려 하셨다.
그 때 왕은 부처님께서 오래 세간에 머무시지 못할 줄 알고 두 아들과 신하와 백성과 권속을 앞뒤로 거느리고 열반하시는 곳에 이르렀다. 여래께서 그때 이미 멸도(滅度)하시니, 왕은 머리를 땅에 대어 예배하고 슬피 울부짖으며 큰산이 무너지듯 몸을 땅에 던지고 '세간의 눈이 멸하였도다'고 외쳤다. 그리고는 거듭 세간의 눈이 멸하였음을 슬피 탄식하고 '여래께서는 어찌 이리도 빨리 열반하셨나이까? 장사꾼이 주인을 잃은 것처럼 부처님께서 멸도하심도 마찬가지라, 세간은 캄캄하여 장님처럼 지혜로운 눈이 없어졌다' 하고 가슴을 치고 머리를 두드리면서 소리 높여 크게 부르짖고 흐느끼다가 눈물을 씻고 두 아들에게 모든 향으로 끓인 물을 준비하여 여래를 목욕시키라고 하였다.
또한 온갖 묘한 향을 몸에 바르고 모든 꽃과 모든 꽃 목걸이를 흩으며 한량없는 묘한 옷을 여래의 몸에 두르고 7보로 관을 만들고 쇠로 외관을 만들라고 하였다. 붉은 전단을 1유순(由旬) 높이로 쌓고, 가로와 세로 똑같이 1구로사(拘盧舍)가 되는 면적에 꽃과 향을 전단 더미 위에 흩고 소합(蘇合)향의 기름 천 그릇을 전단에 부은 뒤에 불을 지르라고 하였다. 불이 일어난 뒤에 다시 비 오는 듯한 눈물을 흘리며 통곡하였다. 그 때 사자(師子)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세존께서 열반하셨는데, 내가 살아서 무엇하랴. 마땅히 부처님을 따라 열반에 들겠노라.'
이 서원을 세운 뒤에 거듭 진귀하고 묘한 온갖 향과 꽃을 쌓인 더미 위에 흩고 흰 솜을 몸에 감고 손으로 횃불을 들고 스스로 불 속에 뛰어들었다. 불은 즉시 활활 타올랐지만, 중생을 이롭게 하고 세존께 귀의하기 위하여 게송으로 서원을 말하고 여래를 찬탄하였다.
큰 보배 무더기처럼 세간의 존경을 받으시는 분
생사의 괴로움을 영원히 다하시고 이제 열반에 드셨으니
이제부터는 다시는 법륜 굴리는 일 보지 못하리.
내가 받들던 법왕께서 이미 열반에 드셨으니
광대한 뜻 널리 밝히심을 다시는 펴지 못하실 텐데
어떻게 대중 앞에서 보리 말씀하심을 들을 것이냐.
모든 천신이나 세간 사람들 좋은 말씀을 기뻐 찬탄하였는데
우리에게 오늘부터는 불가사의한 소리가 끊어졌도다.
세간을 잘 조어하시는 분께서 이제 고요히 잠드셨으니
용과 귀신과 아수라와 긴나라가 기뻐하며 항상 찬탄하는 소리를 다시는 듣지 못하리.
가난한 이가 만족하고 고통받는 이가 구호를 입었는데
세존께서 이제 열반하시니 모두가 의지할 데를 잃었도다.
부왕(父王) 무량력과 나의 아우 사자의도
자비의 그늘이 없어져서 다시는 설법을 듣지 못하리로다.
나 또한 세존을 따라 빨리 멸도를 취하겠나이다.
세간에 밝은 도가 없는데 괴롭게 살아서 무엇 하랴.
이제 이 독한 몸을 태워서 불가사의를 얻고자 하노라.
내가 옛적에 부왕과 함께 긴긴 세월 동안 항상
부지런히 불법승에 공양하여 이제 과보를 얻었나이다.
내가 부처님 계신 곳에서 모든 선행을 닦은 것은
세간을 조복하여 부사의를 얻기 위한 것이며
모든 중생에게 부사의한 원을 내게 하기 위한 것이었나이다.
세존께서 열반하시어 내가 타는 불 속에 뛰어들 때
보고 듣는 사람이 있다면 모두가 부처를 이루리라.
오직 삿되게 비방하는 사람과 바른 자리를 증득한 이만 빼고.
내가 닦은 보살의 광대하고 한량없는 행을
꿈에라도 보는 중생은 모두 부처의 도를 얻으리라.
오직 삿되게 비방하는 사람과 바른 자리를 증득한 이만 빼고.
이 몸은 물거품과 같아서 반드시 죽을 날이 있나니
모든 중생이 나의 고기를 먹는다면 이들은 헤아릴 수 없이 빨리 부처를 이루리라.
내가 보살행 닦는 것을 나쁜 말로 꾸짖는 사람도
조어사(調御師)를 만나면 반드시 부처를 이루리라.
오직 삿되게 비방하는 사람과 바른 자리를 증득한 이만 빼고.
어떤 이가 나의 몸에서 자비관(慈悲觀) 닦고
으뜸가는 보리를 구하면 빨리 부처의 도를 이루리라.
오직 삿되게 비방하는 사람과 바른 자리를 증득한 이만 빼고.
이 몸을 태우는 까닭은 저 서원이 이루어지기를 바람이니
만일 저의 마음이 진실하다면 부처님께서 다시 일어나는 것을 보게 하소서.
설사 다시 부처님께서 먼저와 같이 세상에 머무심을 본다면
불 속에 던진 저의 몸이지만 먼저와 같이 부처님을 모시오리다.
부처님께서 참 몸을 일으키사 이제 보아도 옛적과 다름없다면
이에 모든 부처님께서 항상 끊임없이 이어짐을 알겠사오니
두루 보시는 세존이시여, 부디 세간을 불쌍히 여겨 거둬 주소서.
부처님께서는 왕자의 바람이 몹시 정성스러움을 아시고
즉시 불무더기 속에서 큰 신통력을 떨치사
삼매에서 일어나신 듯 광명으로 갑절 밝게 나타내시니
수없이 많은 대중이 모두 이제껏 없던 일이라 찬탄하였네.
이 때 모인 사람을 위하여 다시 큰 이익을 널리 지으시며
교화를 이미 마치시고 도로 열반에 드시니
저 사자는 부처님께서 큰 위신력 나타내심을 보고서
몸과 마음이 몹시 기뻐서 아무 걱정 없이 안락하였네.
모든 부처님의 법이 불가사의한 줄을 깊이 알았고
여래께서 비록 열반하셨지만 중생의 원에 응해 주심과
사의치 못할 계율과 선정과 지혜와 해탈과
해탈지견과 불가사의한 신통 변화를 깊이 알았으므로
세존께 귀의한 뒤에 마땅히 몸을 여의겠나이다.
세간에서 가장 묘한 위의를 갖추사 짝할 이 없이 뛰어나시고
자재한 모든 신력도 비길 자 없으신
여래께서 도로 열반하시니 모두가 놀라 탄식하나이다.
그러므로 제가 지극한 마음으로 널리 보시는 부처님께 귀의하옵나이다.
잘 가신 분[善逝], 속박이 다한 무위의 주인께 귀의하옵나이다.
영원히 괴로움을 여의어 세간을 어여삐 여기시며
바른 지혜로 두루 관찰하사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아시고
모든 번뇌의 병 제거하여 한량없는 모든 중생 성취시키시며
불가사의한 약을 베푸시는 사람 중에 높으신 큰 의원
세간의 모든 아픈 괴로움을 잘 제거하시는 분께 귀의하오며
가장 높은 스승이며 중생을 불쌍히 여기시는 분께 귀의하옵나이다.
내가 여래를 찬탄한 한 생각의 공덕과 몸을 태운 작은 선과 잠깐 공양한 복
이와 같은 청정한 업을 모두에게 베풀고자 하나이다.
그렇다, 불공견이여. 그 때 천신과 마군과 범천과 다른 일체 세간 백성이, 사자가 타는 불 속에 몸 던지는 것을 보고 모두 크게 놀라 슬퍼하고 매우 특별하다고 생각하였다. 그는 목숨을 마친 뒤에 곧 범천에 태어나 큰 신통과 힘을 얻어 자재하였다. 범천은 그 때 속으로 '어떻게 갑자기 여기에 와서 태어났을까?' 생각하고는 거듭 이렇게 생각하였다.
'지난 옛적에 보견여래를 받들어 모셔 지극한 마음으로 공경하고 존중하고 찬탄한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부처님께서 열반하신 뒤에 몸을 태워 공양하였으며, 또한 게송으로 큰 서원을 내었다. 이 선업으로 범천에 태어났으니 내가 이제 그가 몸을 태운 곳에 가 보겠노라.'
이 범천은 즉시 사라져서 장사(壯士)가 팔을 굽혔다가 펼 동안의 짧은 순간에 여래를 장사지낸 곳에 이르러 하늘의 전단향·침수향·가루향과 구수마꽃· 다마라발꽃 등 수를 헤아릴 수 없는 온갖 꽃과 향을 공중에서 골고루 비처럼 뿌려 시방에 어지러이 바람이 눈을 날리듯이 보견여래의 사리에 공양하고 무량력을 향하여 본디 인연을 말하였다.
'저는 왕의 아들 사자의 몸으로서 불에 들어가 공양하여 목숨을 마친 사람이오니, 대왕께서는 부디 염려하지 마옵소서. 저는 이제 이미 모든 좋은 이익을 얻고, 옛적에 보견여래께 지성으로 공양하고 받들어 모시고 존중하고 찬탄한 공덕의 과보로 범천에 태어났나이다. 그러므로 대왕과 사자의도 마땅히 묘법을 공경히 받아 지니고, 게으름을 피우지 말고 빠짐없이 사리를 거두어 나누어주고 공양하소서. 대왕께서는 아셔야 합니다. 범천에 태어난 저도 항상 이 수승한 법을 받아 지닌답니다.'
이 말을 하고서 갑자기 사라졌다. 또한 불공견이여, 무량력왕과 사자의는 물을 갖다 불을 끄고 모든 묘한 향과 모든 꽃과 보배 목걸이와 번(幡)과 당(幢)과 악기와 놀잇감을 갖가지로 공양하고 잠시 동안에 온 8만 4천 성읍에 모두 8만 4천 개의 탑묘를 세웠는데, 모두 7보로 수려하게 장엄하였다.
이 모든 보배 탑의 높이는 1유연(由延)이고, 가로와 세로가 똑같이 1구로사(拘盧舍)였는데, 낱낱의 탑에 두루 각각 8만 4천 가지 모든 향 기름으로 등불을 켰다. 이 모든 탑 사이에도 갖가지 향과 꽃과 악기와 놀잇감을 먼저와 같이 공양하고, 이 묘한 법을 공경히 받아 지녔다.
무량력왕과 사자의는 이 선근으로 8만 4천 겁 동안 악도에 떨어지지 않고, 8만 4천억 겁 동안 6만 부처님을 차례로 직접 뵙고 항상 끊인 적 없이 공경히 받들었으며, 세세생생 전륜성왕(轉輪聖王)이 되었다.
또한 불공견이여, 보견여래께서 열반하신 뒤에 보밀왕(普密王)이라는 보살이 세간에 나타났다. 그는 세간의 중생들을 불쌍히 여기고 출가하여 도를 배웠다. 보리수 밑에서 결가부좌를 하고 앉아서 한결같은 마음으로 의식을 안정시키고 바른 지혜로 해탈하여 환히 크게 깨달아 최상의 도를 얻었다.
또한 불공견이여, 이 사자 범천은 보밀왕 부처님 세존의 처소에 이르러 공중에 머물러서 하늘 전단향을 부처님께 공양하고 오른쪽으로 세 바퀴 돌고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고 법륜을 굴려 주십사 청하면서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께서는 부디 도량(道場)에서 일어나 모든 마군을 꺾으사 청정한 신통과 지혜에 훼손됨이 없게 하시옵소서. 세간의 스승께서는 부디 중생을 불쌍히 여기사 선정에서 깨어나 불법을 이해할 수 있는 모든 성문들을 잘 지도하시고 아름답고 묘한 부처님의 법을 연설하소서. 여래께서는 전생의 몸에 오랫동안 지혜를 닦아 선한 법을 포섭하여 이제 부처님이 되시었나이다. 과거세에 이미 부처가 되면 제도하지 못한 이를 제도하겠다는 서원을 내셨는데, 이제 서원을 이루어 편안한 곳에서 가장 수승하고 함이 없는 고요한 묘락을 얻으셨으니 감로(甘露)를 열어 세 가지 결(結)을 풀어 주소서.'
그 때 세존께서는 잠자코 허락하셨다. 그러자 저 대범천과 수 없는 천신들은 여래께서 법륜을 굴리시리라는 것을 이미 알고 다들 한없이 뛸 듯이 기뻐하였다. 범천은 그 때 갖가지 묘한 공양을 베풀고 큰 서원을 내어 최상의 도를 구하였다.
'보밀왕 응공·정변지를 만나 저의 청정하고 묘한 공덕의 무더기를 내었나니, 이 과보로 생사하는 가운데 항상 시방 부처님을 가까이 뵙게 하소서. 제가 부처님의 보리수에 공양하며 닦은 이런 갖가지 공덕으로 저를 어여삐 여기시고 저에게 설법하소서. 이 과보로 생사하는 가운데 항상 모든 부처님의 탑묘에 찬탄할 수 있기를 바라옵니다.'
또한 불공견이여, 사자왕자는 그 한 몸을 태워서 공덕을 닦은 선근으로 항상 범천세계에 머물러 5천 분의 부처님을 만나 공양하고 공경히 모셨으며 존중하고 찬탄하여 모든 선근을 심어 불가사의한 서원을 내었다. 그대 불공견이여, 이에 의심하지 말지어다. 그 때의 무량력왕이 어찌 다른 사람이랴. 바로 나 자신이다."
이 때 불공견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그 두 왕자는 지금 이미 멸도하였나이까? 세존께서는 저를 위해 부디 말씀해 주소서."
불공견에게 말씀하셨다.
"그 때 사자의(師子意) 왕자는 미륵이며, 사자 왕자는 그대의 몸이다. 사자 왕자는 자기 한 몸을 버려 보견여래의 불법 가운데서 3만 중생을 교화하여 성취시키고 아눗따라삼먁삼보디의 마음에 편안히 머물게 하였다."
그리고 세존께서는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지난 세상을 생각건대 무량한 눈을 가지신 보견여래
세간에 나오시어 일체 중생을 널리 이롭게 하셨다네.
금빛과 온갖 복으로 장엄하시고 중생을 가엾게 여기시는 까닭에
깊이 진리를 아시고 세간을 제도하기 위하여
깊은 법을 나타내시어 괴로운 중생을 제도하셨네.
모든 세간에서 존귀하신 보견정변지께서
72억천이나 되는 3륜(輪)의 선서(善逝) 무리와
모든 대중과 함께 성에 들어가 걸식을 하셨네.
옛적에 큰 국왕이 있었으니 그 이름 무량력이라.
자재한 큰 위덕과 힘으로 일체를 다루었다네.
그 왕은 두 아들과 함께 높은 누각 위에서 놀았다네.
왕은 누각 위에서 멀리, 조복하시는 선인이며
천신과 인간의 스승 되시는 보견여래와 그를 따르는 비구들을 보았네.
그 때 왕은 두 아들과 함께 가장 존귀한 사람을 서둘러 맞이했네.
여래의 처소에 이르러서 즉시 묘한 공양을 베풀고
이마를 대어 예배하며 세 바퀴 돌고 물러나 서서 합장하고 자리했네.
부처님과 스님들께 수명이 다하도록 편안히 받들겠다 청하고
의복과 맛난 음식과 세간에서 보배롭고 진귀한 것으로
8만 4천 해 동안 쉬지 않고 받들어 보시하기를 청하였네.
그 때 왕과 두 아들은 고요한 마음으로 보리를 구하였다네.
그 때 부처님께서 이미 멸도 하시니 거룩한 사리를 거두고
저 보견부처님을 위하여 7보로 된 탑묘를
8만 4천 개를 공경히 지었는데 미묘하고 매우 단아하였으며
낱낱 부처님의 탑에 8만 4천 등불을 켰다.
그리고 무량력왕은 선서께서 계시던 곳에
향과 꽃과 악기와 도구들을 지극한 마음으로 공양하여
이미 사의치 못할 한량없는 모든 선근을 심고
6만 부처님을 차례로 섬겨 세간의 의지처 되시는 모든 부처님께
최고로 으뜸가는 수승한 보리를 지성껏 구하였네.
비구들이여 의심치 말라. 옛적에 국왕이 있었나니
너에게 총명한 지혜가 있다면 다른 소견을 내지 말라.
그 때 저 무량력은 지금 나의 몸인데 갖가지 꽃과 향을 흩고 밤낮으로 등불을 밝히고
염부제(閻浮提)를 이롭게 하기 위하여 모든 여래께 공양하고 보시하되
항상 만족을 모르며 법을 들음도 그러하여
한번도 게으른 마음 없이 일심으로 보리를 구하였노라.
정각을 이루신 세존 보견여래 최상의 밝은 대지혜를 갖추신 분께
네가 옛적에 몸을 태우고 큰 선인께 공양하였느니라.
스스로 맹렬한 불 속에 들어가면서도 애초에 두려워하고 괴로워하는 마음 없이
등불을 켜듯 몸을 태우되 그 위에 기름을 방울방울 떨어지게 하여
한번에 타지 않고 점점 타는 것이 마치 심지 타듯 하였느니라.
중생을 이롭게 하기 위하여 열반하신 부처님께 공양하니
저 부처님께서는 이미 몸이 탔지만 너는 방편으로 청할 줄 알았느니라.
부처님께서 불에서 일어나시어 더욱더 밝은 빛을 내시니
부처님께서 예나 다름없음을 보고 믿고 의지하는 생각을 내어
즉시에 이 몸을 버리겠사오니 일체를 이롭게 하기 위함이옵니다.
만일 제가 이 서원을 이루어 부처님을 전과 같이 공경한다면
얻는 바 모든 공덕을 사의치 못하오리다.
제게 만일 숙세의 서원이 있다면 선세의 업을 섭수하여
10만을 모아서 반드시 부처님을 뵈오리이다.
저의 서원이 진실하다면 부처님 불에서 일어나실 것이옵니다.
부처님의 지혜는 청정하여 끝끝내 물든 집착이 없으시며
고요히 항상, 끊임없이 항상 적멸하시어
사자의 마음이 청정함을 아시고 그의 뜻을 미리 비춰 보셨네.
부처님께서 곧 불에서 일어나셨는데 그 상호 더욱 특수하셨네.
부처님께서 이미 일어나시니 불공견보살의 모든 서원
남김없이 이루어졌네. 그는 다시 서원을 냈는데
이 서원은 사의치 못하며 헤아릴 수도 없었다.
부처님께서 세간을 불쌍히 여기사 맹렬한 불 속에서 일어나시니
생각키 어려운 부처님의 힘으로 빛이 더욱더 수승하였다.
그 때 일체 대중들 모두 다 깜짝 놀라서
청정한 마음으로 뛸 듯이 기뻐하며 일찍이 없던 일이라 찬탄하였네.
기특하다, 큰 신통과 세력은 짝할 이가 없어라.
몹시 깊은 부처님의 경계는 헤아리지 못하겠도다.
천이나 되는 모든 중생이 이 신통 변화를 보고서
모든 법을 받아들이지 않고 마음의 해탈을 잘 얻었느니라.
불공견이여, 알아야 하리라. 사자가 세간을 위해 부처님께
다시 일어나시라 청하였을 때 천 명의 모든 중생이
선서께서 계시던 곳에서 부처님의 신통 변화를 보고
그 마음이 바르게 되어 최상의 보리를 향해 나아갔느니라.
큰 자비로 세간을 위하여 널리 이익을 지은 뒤에
부처님께서 도로 열반에 드시니 사자도 따라서 몸을 버렸는데
목숨을 마친 즉시 홀연히 범천에 태어났고
범천으로부터 내려와서 하늘의 전단향과 가루향으로 여래를 화장한 곳에 흩어 공양하였네.
보견여래 멸도하신 뒤 보밀왕 부처님
사람 가운데 가장 높으신 분 하늘의 위대한 신선께서
중생을 어여삐 여기사 세간에 나타나셨네.
그 부처님 보리수 아래 앉아 도를 이루신 뒤에
범천은 맛난 음식 베풀어 세존께 공양하고
머리 대어 발에 예배하고서 부처님께 법륜을 굴려 주십사 청하였네.
보밀왕 여래께서 즉시 범천의 마음을 아시고
잠자코 허락하시니 범천은 크게 기뻐하며
몸을 태운 그곳에서 다시 큰 서원을 내었다네.
이 범천은 일찍이 사의치 못할 선(善)을 닦았나니
옛적 1겁 동안에 5천 부처님을 공양하고
지성껏 세존을 공경하며 부처님을 받들었느니라.
또한 불공견에게 말하였네. 부디 의심하지 말지어다.
너에게 총명한 지혜가 있다면 다른 소견을 내지 말지어다.
옛날의 범천이 지금의 네 몸이니라.
과거 5천 부처님 선서께서 열반하실 적에
나는 그대가 낱낱 모든 부처님 앞에서
몸을 태워 공양하여 으뜸가는 보리를 구한 것을 아노라.
과거 수천 부처님께서 멸도하시고 사리를 남기셨는데
이 모든 부처님께서 계시던 곳에서 몸과 손발을 버렸으며
중생을 이롭게 하기 위하여 가까운 세상이나 먼 세상에
보살의 행을 닦은 줄을 내가 모두 다 아노라.
백천 생에 항상 부지런히 모든 고행을 닦아
부처님 계실 적에나 열반하셨을 적에나 너의 서원이 항상 이루어졌느니라.
또 불공견에게 말하였네. 이와 같은 큰 서원을
과거세 한량없는 백천 생 동안 섭취하였나니
나는 자재한 힘으로 이제 모두 비추어 아노라.
그대도 성과(聖果)를 이루면 즉시에 모두 환히 볼 것이다.
사의치 못할 진실한 모든 행을 섭취하여
부처님 앞에 머물러 찬탄하고 부처님께 공양하였느니라.
이런 까닭에 이제 모든 성인의 법왕께 권청하여
보밀왕 부처님의 처소에서 가장 수승한 서원을 섭취하였으므로
부처님께서 나타내신 신통에 힘입어 네가 이제 이 과를 얻었느니라.
불공견보살이 모니(牟尼)부처님께 여쭈었네.
백천 생 동안의 모든 서원을 어떻게 섭취하였나이까?
원하옵건대 조금이라도 연설하시어 제가 이해할 수 있게 해 주소서.
불공견이여, 옛적 서원은 뇌음(雷音)께서 부처를 이루실 때
보리수 아래 앉으신 것을 보고 내가 설법을 해 주십사 청하였노라.
먼저 부처님의 이름은 제당(帝幢)이시고 보안(普眼)을 갖추신 세존이신데
일체 모든 중생의 귀의처였다.
그 때 널리 서원을 내어 위없는 보리를 구하였고
일광(日光)여래를 위하여 7보로 된 큰 바퀴를 만들었는데
그대가 그 때 그곳에서 이미 가장 수승한 서원을 내었느니라.
불공견보살이여! 이 서원을 내가 모두 아노라.
7보로 절을 지어 여러 가지 색으로 장엄하고
부처님을 찬탄하는 노래를 닦아 널리 미래의 부처님께 보시하고
이 서원을 발한 뒤에 즉시 몸을 버리고 갔느니라.
대중가운데에서 가장 높으신 부처님 사람 가운데 으뜸인 사자
불가사의(不可思議) 선생(善生) 세존께
아름답게 장식한 매우 미묘한 7보 일산을 받들어 올렸느니라.
천중천이며 위대한 선인이신 개신보안(盖身普眼)부처님께
등불을 켜 공양한 뒤에 이곳에서 큰 서원을 내었으며
가까운 세상에나 먼 세상에 부처님께서 많으시어
천억 나유타(那由他)보다 그 수가 배나 되었다.
부처님 계시던 모든 곳에서 한량없는 큰 서원을 내어
일체 중생으로 하여금 모두 안락을 얻게 하였으며
보밀왕 부처님 앞에서 먼저 이런 생각을 내었느니라.
제가 지금 당신이 옛적에 수행하여 보리에 이른 것을 말하겠나니
원하옵건대 일체 대지(大地)에 온갖 꽃이 피어나게 하소서.
운뢰음(雲雷音)부처님 처소에서 세간을 이롭게 하기 위하여
이 때 서원을 내었네. 만일 모든 중생 중에
나의 이름을 듣는 이는 모두 부처를 얻게 하소서.
제당부처님 처소에서는 진귀한 보배, 묘한 공양 크게 베풀고
또한 착한 서원을 내었다네. 말일 나를 보는 이는
이 세계 가운데에서 모두 부처를 이루게 하소서.
일광부처님 처소에서는 7보 바퀴를 받들어 올렸는데
한량없는 큰 광명이 휘황찬란하게 밝았느니라.
그 때 다시 서원을 발한 뒤에 부처님 국토에 태어나길 서원하고
7보로 절을 장엄하되 갖가지 색으로 매우 아름답게 하고
이 보배롭고 특별한 것으로 선서께 받들어 보시하였네.
또 서원을 내기를 하늘의 묘한 궁전을 얻어서
그곳에서 쾌락을 누리고 모두 성불하게 하소서 하였네.
사람 가운데 사자 왕인 무상(無上)여래의 처소에서
보배 일산을 받들어 올리고 수승한 서원을 발하였나니
원하옵건대 모든 중생이 뙤약볕에 쪼이지 않아
몸과 마음이 안락하고 뜨거운 고통 없게 하소서.
개신(盖身)부처님 처소에서 등불을 밝혀 공양하고
또한 큰 서원을 발하였네. 제가 수명을 마치는 곳이라면
고기를 먹은 중생이라도 원하옵건대 모두 부처를 이루며
저의 이름을 듣는 이는 탐심과 인색한 마음이 없고
심지어 꿈속에서만 들어도 애착과 아끼는 마음 없어서
모두 불도를 이루게 하소서. 진리를 본 자만 제외하고.
그러므로 눈으로 너를 보는 이는 모든 탐심과 질투심을 없앨 것이며
낮이나 밤이나 꿈에라도 본다면 집착과 인색한 마음을 여의어
일체가 부처를 이루게 하소서. 진리를 본 자만 제외하고.
만일 너를 어여삐 여기거나 혹 미워하고 질투한 이라도
이들은 그대의 처소에서 부처님, 법왕을 만날 것이며
그대가 목숨을 마칠 때는 부지런히 보리를 구할 것이다.
내가 이제 사실대로 그대의 진실한 공덕을 말하노니
반드시 다가올 세상에서 최상의 부처가 될 것이로다.
물에 살거나 뭍에 살거나 공중으로 다니는 중생 중에
내 몸의 고기를 먹는 이는 모두 부처 이루기를 원하였나니
나는 이미 그대가 중생을 안락케 하기 위하여
부지런히 보살도를 닦아서 대천(大千)의 행을 구족했지만
중생이 대부분 의심하고 비방하기 때문에 나타나지 않은 줄을 아노라.
이와 같은 중생들이 즉시 이곳에서
믿음과 염(念)을 얻고 기쁜 마음까지 낸다면
모두 정각을 이루리라. 진리를 본 자만 제외하고.
부처님 즐겨 보기를 원하거나 법륜 굴림을 좋아하거나
괴로움 면하기를 좋아하는 이가 있다면, 이런 사람이 보리를 구하고
중생의 이익을 위해 마음을 내고 3세 모든 법왕께
공양하기를 좋아하고 모든 공덕 무더기를 내고자 한다면
이와 같은 중생들은 이 삼매를 지녀야 하느니라.
이 때 세존께서 이 게송을 말씀하시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도로 절에 들어가셨다. 그리고는 항상 적정한 방에서 오른쪽 옆구리를 대고 누우셨다.
보살염불삼매경 제2권
3. 신통품(神通品)
이 때 장로 사리불과 장로 목건련과 장로 아난과 모든 천신과 마군과 범천과 아수라와 사문과 바라문과 염부제 사람들이 모두 이런 생각을 하였다.
'오늘 여래·응공·정변지께서 무슨 인연으로 대중에게 염불삼매라는 이름만 말씀하시고 모두를 위하여 자세히 분별해서 연설하지 않으시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고요한 방으로 들어가시는가?'
그 때 불공견이 속으로 생각하였다.
'모든 천신과 마군과 범천이 이미 모였는데 세존께서 이제 오른쪽 옆구리를 대고 누우셨다. 내가 이제 신통 변화를 조금 나타내어 신통을 보인 뒤에 갖가지로 찬탄하여 여래의 큰 자비공덕을 널리 밝히고 그 모양대로 마음을 거둬들여 선정에 들리라. 그 선정의 힘으로 삼천대천세계의 땅을 손바닥 같이 평평하게 변화시키고 갖가지 색깔의 미묘한 보배들로 장엄해야겠다. 또한 여덟 갈래로 난 길에 7보로 된 나무를 줄지어 세우되, 금 다라수에는 은으로 된 잎과 꽃과 과실을, 은 다라수에는 유리로 된 꽃과 과실을 달고, 다른 보배 나무에도 마찬가지로 장엄을 해야겠다. 일체 부처님의 국토에 비단 일산[繪幡盖]과 묘한 당(幢)과 보배 목걸이와 갖가지 비단 꾸미개와 우발라꽃·발두마꽃·구물두꽃·분타리꽃 등 모든 꽃을 어디에나 뿌리겠노라.'
그리하여 불공견은 곧 마음먹은 대로 큰 신통을 나타냈고……(중략)……삼천대천세계의 모든 중생과 하늘과 용과 야차(夜叉)와 건달바(乾闥婆)와 아수라와 긴나라와 마후라가 등 사람인 듯 아닌 듯한 존재까지도 모두 보배 연꽃들 위에 앉게 하였는데, 꽃과 잎은 수 없는 빛깔과 향기를 냈으며, 서로 보배 연꽃에 앉아 있는 것을 제각기 알아보았다.
불공견은 안정된 마음으로 삼매에 들어서 큰 신통을 나타내어 다시 삼천대천세계를 크게 진동시켰는데, 마치 마갈국(摩竭國)의 붉고 둥그런 구리 발우를 평평한 돌 위에 놓으면 위태롭게 기울어져서 자리잡지 못하듯이 대지도 그렇게 진동하였다. 이 소리를 듣고 깨닫는 중생은 모두 쾌락을 얻었다. 마치 동방 부동(不動)세계의 중생과 같이, 서방 안락세계의 중생과 같이 뛸 듯이 기뻐하며 즐겼다.
불공견은 청정하고 적정하며 고르고 화하며 부드럽고 윤택하며 단정하여 삐뚤어짐이 없는 매우 깊은 선정의 마음에 들어서 선정에서 본 모양대로 조작 없는 신통을 나타내었다. 그러자 삼천대천세계의 허공 가운데서 맹렬한 불이 쏟아졌다. 그러나 몸과 마음에 뜨거운 고통을 느끼는 중생이 하나도 없었고, 모두가 큰불이 몸에 닿았다가도 이것이 선정에서 나타난 모양임을 깨달은 뒤에는 비할 데 없는 쾌락을 느꼈다. 마치 비구가 화(火)삼매에 들면 몸과 마음이 기쁘듯이 저들도 그와 같았다.
불공견은 선정의 마음으로 조작 없는 신통을 나타내어 삼천대천세계에 하늘의 전단향과 미세한 가루향을 뿌렸다. 그 향기가 왕성하게 퍼져 대천세계에 가득하였는데, 이 향기를 맡는 중생은 정신이 트이고 몸이 쾌적하여 한없는 기쁨을 맛보았다. 비유컨대 석가모니여래께서 지난 겁 가운데 보살행을 닦아 정광(定光)부처님께 수기를 받으실 때 사의치 못할 생멸 없는 묘락(妙樂)을 얻었듯이, 한 생각 사이에 이루 헤아리지 못할 대중이 이와 같이 뜻에 맞는 즐거움을 얻었다.
그 때 대중 가운데 있던 아난이 이렇게 생각하였다.
'부처님께서는 고요한 방에 들어가셨는데 누구의 신력으로 이런 변화가 나타났을까? 부처님이 아니라면 성문인 목건련 등일까? 아니면 미륵보살이나 월삼계보살이나 문수사리보살이나 불공견보살이 아닐까? 아무튼 대승을 닦은 사람이라야 이런 신통 변화를 나타낼 수 있을 터인데.'
그 때 아난이 목건련에게 물었다.
"세존께서 당신이 성문 가운데서 신통 변화가 으뜸이라고 하시던데, 지금 이 신통 변화를 당신이 나타낸 것이 아닙니까?"
목건련이 대답하였다.
"장로 아난이여, 당신은 무슨 까닭으로 내게 이런 신통이 있느냐고 묻습니까? 이러한 변화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오. 장로 아난이여,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이 삼천대천세계를 입 속에 들여놓아도 한 중생도 아는 이가 없는 것이며, 또한 아난이여, 내가 범천에 노닐면서 소리를 내면 삼천세계에 다 들리는 것이오.
아난이여, 이렇소. 내가 부처님 앞에서 사자 소리를 내어 수미산을 입 속에 들여놓고 1겁을 지내려면 1겁을 지냅니다. 아난이여, 또한 내가 염천(炎天)에 있으면서 말하는 소리를 이 세계가 모두 다 듣고 압니다.
장로 아난이여, 나는 천신당(天神堂)을 흔들리지 않게 염부제에 옮겨놓을 수도 있습니다."
다시 아난에게 말하였다.
"나는 나쁜 성질로 독한 해를 주는 난타(難陀)용왕과 우발난타(優鉢難陀) 등 모든 용왕들을 항복시키고 마왕 파순(波旬)을 꺾어 쓰러뜨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난이여, 내가 동쪽으로 삼천대천세계를 지나가다가 다시 돌아와 세 번째 세계에 머물렀습니다. 거기에 보문(寶門)이라는 큰 성이 있었는데, 그 성에는 6만억천 채의 집이 있었습니다. 그 집집마다 나의 몸을 보게 하였고, 그 모든 중생에게 덧없음과 괴로움과 공(空)을 음성을 통해 듣게 하였습니다. 또한 아난이여, 내게는 사실 이렇게 묘한 신통들이 있지만, 한번도 나타낸 적이 없습니다. 내가 지금 연꽃 자리에 앉아서 모든 방위를 보니 낱낱 방위마다 수 없는 아승기 여래께서 계시는데, 그분들의 이름은 모두 석가모니 세존이시며 곳곳마다 절에서 오른쪽 옆구리를 대고 누워 계십니다.
부처님 국토에 이와 같은 모양을 보기는 하지만 나의 천안(天眼)은 하나의 대천세계밖에 보지 못하는데, 누구의 신통으로 이런 모습이 나타난 것입니까?"
그리고 목건련은 게송으로 말하였다.
가장 수승하게 잘 닦아서 4신족을 얻었나니 지금 나의 신통은 짝할 이 없네.
오직 원래 그러하신 세간의 스승만 빼고.
내가 지금 이 염부제에 머물며 저 동방의 모든 불국토와
제석의 궁전을 진동케 하면 모든 채녀(婇女)들이
그 진동을 느끼고서 모두 다 놀라서 떤답니다.
나는 모든 불국토의 큰 바다와 산과 내와
성읍과 취락을 삼켰다가 뱉을 수도 있답니다.
난타용왕과 발난타용왕 이와 같은 종족은
성질이 몹시 독하지만 나의 신력으로 모두 꺾어 항복시킬 수도 있답니다.
내가 범천에 있으면서 말하는 소리를
이 세간 사람들까지 다 들어서 알게 하며
부처님 앞에 머물면서 수미산을 삼킨 채
백천 년을 지나고 많은 겁을 지낼 수도 있답니다.
염천(炎天)세계에 머물면서 어떤 소리를 지르더라도
이 부처님 국토에서 듣지 못하는 자가 없으며
내가 보배 성에 가서 몸을 변화하여 널리 나타내면
6만 세계 억천이나 되는 집에 두루 있게 하지만
내가 이 생에서는 이런 변화 나타내지 아니하였소.
아난이여, 알아야 하리로다. 우리가 지금 보는 것은
매우 좋고 특별한 신령스런 신통 변화인 줄을.
내가 스스로 나의 몸과 모든 중생을 보건대
모두 함께 이 보배 연꽃 위에 앉았나니
시방을 쭉 지나며 큰 위신 있는 세존을 보았지만
나는 예로부터 지금까지 이런 상서는 보지 못하였으니
틀림없이 여래께서 본래 가지신 신통 변화이든지 아니면 보살의 위신력일 것이외다.
이 때 장로 대목건련이 신통을 말하는 사자후 소리에 만(萬) 중생이 모두 사람 몸을 얻어서 티끌을 멀리하고 때[垢]를 여의어 법안(法眼)이 청정해졌다.
아난이 이번에는 사리불에게 물었다.
"여래께서 당신의 지혜가 으뜸이라고 하시던데, 이제 이 신통 변화는 당신이 나타내지 않았습니까?"
사리불이 대답하였다.
"아난이여, 내가 한 것이 아닙니다. 내가 해 낸 것은 20년 동안 항상 부지런히 비바사나(毘婆舍那)를 닦은 일입니다. 다니든지 멈추든지 앉았든지 누웠든지 바른 생각으로 관찰하여 마음이 맑고 고요한지라 흔들리거나 산란한 적이 없었습니다. 한량없는 모든 법을 분별하여 분명하게 설명하며 방편으로 정밀하게 구하되 법계를 벗어난 적이 없었습니다. 이런 일은 오직 여래라야 완벽하게 할 수 있습니다.
장로 아난이여, 그대는 아시오? 만일 내가 옷을 땅에 놓아두면 신통이 자재하다는 목건련이 아무리 힘을 써 봐도 움직이지 못합니다.
장로 아난이여, 당신은 알아야 합니다. 내가 부처님 앞에서 사자후를 내면 신통을 갖춘 모든 큰 성문들과 3과(果)를 배우는 이들과 천신과 사람과 마군과 범천과 아수라와 귀신과 사문과 바라문과 염부제의 모든 외도(外道)와 이학(異學)인 니건자(尼楗子) 등이 모임에 옵니다.
신무아(身無我)를 아는 이에게는 내가 이제 삼마발제(三摩跋提)로 사자후의 말과 대장부(大丈夫)의 말과 사의치 못할 말을 결정해 줍니다. 일체지견(一切智見)을 갖추신 세존과 일생보처(一生補處)이신 미륵보살과 무생인(無生忍)에 머무는 보살마하살과 해덕삼매(海德三昧) 보살마하살과 선건덕삼매(善建德三昧) 보살마하살과 제불현전삼매(諸佛現前三昧) 보살마하살을 제외하고는 큰 덕이 있는 성문들에게 이제 나〔我〕에 대해 묻습니다.
'이 몸에서 어떤 것이 나인가? 볼 수 있는 것인가, 볼 수 없는 것인가?'
또 이학인 모든 외도들에게도 묻습니다.
'너희가 헤아리는 몸에 신아(神我)가 있다는 것은 과거냐, 현재냐?'
장로 아난이여, 나의 이와 같은 모양과 온갖 신통 변화는 하나뿐만이 아니어서 성문 연각은 알지도 못하고 보지도 못합니다. 어떤 것이 나입니까? 나라고 말하는 것이 어느 곳에 머물러 이 소리를 듣는 것입니까?
장로 아난이여, 나는 항상 정진하여 장부될 업을 닦았으며, 항상 지혜와 해탈의 행을 익혔습니다. 나는 이제 마음이 자재한 힘이 있으므로, 나는 마음을 다룰 수 있지만 마음이 나를 다루지는 못합니다.
장로 아난이여, 나는 내 몸과 천신과 인간이 큰 연꽃에 앉아 있는 것을 봅니다. 또한 모든 방위 곳곳마다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무수한 아승기 국토를 보며, 보리수 아래 앉아 계시는 부처님 세존께 대범 천자가 법륜을 굴려 주시기를 청하는 것을 봅니다. 나도 따라 이 소리를 들으며, 나의 눈으로 모든 세계 가운데 있는 갖가지 큰 일산과 번과 당과 꽃다발을 이 사바세계를 보듯이 봅니다.
장로 아난이여, 내 생각에는 세존께서 이 신통을 지으셨거나 큰 덕이 있는 성문이 지었거나 보살이 지난 옛적에 심은 선근으로 이제 이러한 신통 변화를 나타내는 과보를 얻은 것입니다."
그리고 사리불은 게송으로 말하였다.
여래는 불가사의라 이런 공덕 지니셨으니
저 선서 중에 생각키 어려운 큰 신통을 보이셨으리.
모든 부처님 제자 중에 유학과 무학의 무리가 있지만
이 국토 가운데서는 신념이 깊고 굳은 보살만 빼고
나의 지혜가 제일이었습니다.
장로 아난타여, 나의 지혜는 둘도 없어서
세상을 조어하시는 부처님과 보리를 향해 나가는 이만 빼고는
현재에도 미래에도 능가할 이 없었습니다.
나는 항상 부지런히 20년을 비바사나 행을 닦아 일체 법을 관찰하여
정미로운 마음과 방편으로 구했어도 끝을 보지는 못하였습니다.
내가 가진 지혜는 측량할 수 없습니다.
나는 지혜의 힘으로 현재 부처님 앞에서
사자후를 합니다. 다른 공부를 하는 외도와
성문의 법을 행하는 이와 나의 실체를 구하는 이는 제외하고.
만일 내가 신통을 나타내 허공에 날면
이 국토에서는 내가 노니는 곳 보는 사람이 없으리다.
오직 세간의 영웅이신 특별하신 양족존과
선서자(善逝子)만 빼고는 성문도 보지 못합니다.
이와 같은 모든 분들은 내가 있는 곳 알지만
외도와 사견을 내는 이는 볼 수 있는 경계가 아닙니다.
마음이 항상 자재하게 움직여 그 선열(禪悅) 헤아릴 수 없나니
만일 대사(大士)의 업이 있다면 깊은 공(空)의 행을 닦을 것입니다.
장로 아난타여 내가 이 신통을 나타내면
모든 성문들도 끝끝내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오늘은 기이하게도 모두 시방 부처님을 보며
내가 연꽃 자리에 있으면서도 모든 불국토를 분명히 보니
헤아리지 못할 보배 당과 묘한 꽃과 향이
모든 세계에 벌어져 있나니 변화를 측량치 못하겠도다.
장로여, 나의 생각으로는 틀림없이 세존이나
위덕 있는 선서들께서 갖가지로 일으킨 신통 변화이거나
아니면 불공견보살이 했을 것입니다.
사리불이 사자후를 할 때 1만 3천 모든 중생들이 번뇌를 떠나 법안이 청정해졌다. 그 때 대가섭도 대중 가운데 있었는데, 아난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대가섭은 위덕이 구족하고 신통이 자재하니, 지금 변화를 그가 나타낸 것이 아닌가?'
이에 아난은 가섭에게 물었다.
"이 신령하고 기이한 일을 당신이 하셨습니까?"
가섭이 대답하였다.
"이 신통 변화는 내가 한 것이 아니오. 나는 지혜의 힘으로 일체를 모두 분별하여 나타낼 수 있습니다. 장로 아난이여, 내가 지금 세존 앞에서 사자후를 내면 삼천대천세계에 있는 모든 물과 강과 하수와 시내와 골짜기 물과 샘과 못과 백천만억 한량없는 큰 바다의 모든 물을 입 속으로 빨아들여 마르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물에서 사는 고기나 용들은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며, 또한 그들을 괴롭히거나 해치는 일이 없습니다.
장로 아난이여, 당신은 알아야 할 것입니다. 나는 부처님 앞에서 모든 천신과 세간 사람과 범천과 사문 일체 대중 가운데에서 바르고 두려움이 없는 사자후를 합니다. 나의 힘으로 수미산왕과 대전륜산(大轉輪山)과 설산(雪山) 왕, 뿐만 아니라 삼천대천세계의 모든 산을 입김으로 불어서 가는 티끌이 되게 해도 이 산에 의지해 사는 중생들이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게 할 수 있습니다. 장로 아난이여, 나는 이와 같이 이 자재한 신통의 힘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아난이여, 나는 삼천대천세계를 입김으로 불어서 일시에 모두 치열한 불꽃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마치 겁이 다할 때 모든 것을 태우듯 하지만 어떤 중생도 알아차리지 못하게 하며, 그 불에 태워지면서 뜨거움에 고통받는 이가 없게 합니다. 또한 국토를 태워 버린다는 생각을 내지도 않습니다. 나는 이런 신통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장로 아난이여, 내가 여기에 머물러 천안으로 멀리 동방 세계 백천억 모든 부처님의 국토를 보았는데, 처음에는 곳곳에서 타다가 끝에 가서는 한 덩이가 되었습니다. 나는 보고 나서 '이제 신통 변화를 나타내겠노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하여 곧장 삼매의 힘으로 이 세계에 머문 채로 동방 억백천 국토를 지나 단숨에 불어서 저 맹렬한 불을 싹 꺼지게 하였습니다. 그러나 불이 꺼진 뒤에 삼매로부터 일어나면 다시 큰불이 치열하게 일어났습니다.
장로 아난이여, 내게는 이 정도의 신통과 바라밀(波羅蜜)이 있을 뿐인데, 만일 인간과 천신들이 의심을 내어 믿지 않는다면 세존께서 지금 오른쪽으로 누워 계시니, 선정에서 일어나시거든 그대는 가서 물어보시오. 부처님 여래께서는 아실 것입니다."
세존께서 그 때 고요한 방 속에서 멀리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대덕 가섭이 말한 사자후를 그대는 잘 받아들여라."
그 때 인간과 천신과 아수라 등이 모두 찬탄하였다.
"거룩하십니다, 상좌(上座)시여."
마하가섭이 사자후를 할 때 3억 중생이 모두 사람의 몸을 얻어 번뇌를 멀리 떠나 법안이 청정해졌으며, 85백천 나유타 모든 하늘도 번뇌를 멀리 떠나 법안이 청정해졌다.
장로 불공견보살과 미륵보살과 문수사리동자 보살과 월삼계보살 등 견고한 큰 서원의 갑옷을 입은 한량없는 보살들은 대가섭이 사자후하는 소리를 듣고 변화를 일으켜, 상자에 꽃을 수미산만큼 담아서 가섭과 모든 성문들에게 공양하고 공중에서 7보 일산을 변화로 만들어내서 낱낱 성문에게 각기 하나씩 받게 하였다.
그 때 장로 마하가섭은 이 보배 일산을 보고 아난에게 말하였다.
"이 대중은 대승의 행을 확실히 닦았으므로 이런 온갖 신통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것입니다. 장로 아난이여, 내가 연꽃에 앉아서 곳곳마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아승기 부처님 세존을 보고, 모든 부처님 국토에 7보로 장엄하고, 여러 가지 빛으로 엇갈리게 꾸며서 끝없이 미묘하게 하였습니다. 그 가운데 중생이 서로 영접(迎接)함을 보았습니다. 저 나라의 풍요롭고 즐거운 모습은 마치 삼십삼천 위에서 꽃 목걸이를 탐하며 영락을 애착하는 듯하고, 모든 하늘의 몸빛이 달빛 같으며, 허공 가운데에서 보배 일산을 변화해 내어 낱낱 중생이 각각 한 일산을 받은 것이 지금 우리와 다름없으며, 곳곳의 부처님 국토에 한량없는 보살이 도솔천으로부터 어머니의 태(胎)에 내려오는 것을 봅니다. 장로 아난이여, 우리가 지금 보는 특이하고 달통한 행과 사자후는 진실로 보통이 아닌 분이라야 이런 상서를 큰 신통으로 나타낼 것입니다."
장로 마하가섭은 대중에게 게송으로 말하였다.
아난이여, 아소서. 나는 선정의 힘으로 현재 부처님 앞에서 이 삼천대천세계 중
이 부처님 국토의 일체 큰 바다와 크고 작은 강 등 한량없는 종류의 물을
나의 신통력으로 모두 빨아들여 입 속으로 넣어서 다 마르게 하지만
중생을 손상치 않고 고통을 주지 않습니다.
이 국토 수미산과 흑한(黑山)과 모든 산을 내가 신기한 힘으로 모두 불어서 흩으며
내가 총명한 지혜와 또한 신통 변화로 이 부처님 국토를 불덩이로 만들어도
중생이 뜨거워 고통하지 않고 두려운 생각도 없게 합니다.
내가 이 세계에 머문 채 저 동방의 나라 아승기 국토가 모두 불에 타는 것을 보다가
기특하고 생각하기 어려운 힘으로 저 불이 싹 꺼지게 합니다.
이미 모든 신력과 이러한 자재행을 나타내어
수 없는 부처님 국토를 훼손되지 않게 하였습니다.
내가 연꽃 자리에 앉아서 모든 불국토의 온갖 것이
단정하고 묘하여 비할 수 없이 훌륭함을 보며
또한 도솔천에서 보살이 내려오는 것을 봅니다.
마음이 통달하여 자재하신 여러 선서들께서
모든 성문을 위해서거나 불공견보살이나
미륵대사를 위하여 이 서상 나타내심이 틀림없으리다.
이 때 아난이 생각하였다.
'이 부루나미다라니자(富樓那彌多羅尼子)는 설법 잘하기로 사람들 가운데 으뜸이라고 하는데, 지금 이 모임에 있다. 그는 큰 신통을 부리는 능력이 있고, 모든 법을 확실히 알아 피안(彼岸)에 도달했으니, 이 같은 신통을 나타낸 것이 그가 아니겠는가? 내가 지금 물어보겠노라.'
그리고는 곧 물었다.
"부루나여, 이러한 상서를 그대가 나타내지 않으셨습니까?"
부루나가 대답하였다.
"아닙니다, 장로 아난이여. 나의 신통으로는 중생을 다루고 이롭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나의 신통력으로 이런 것들을 보여 줄 수 있습니다. 손바닥으로 이 삼천대천세계를 문질러도 다치거나 손상되는 중생이 없습니다. 신통력을 좋아하는 중생이 있다면 대천세계를 뒤집어엎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보여 줍니다. 마치 용맹스럽고 힘센 장부가 손가락으로 반냥(兩)을 집어서 위아래로 던지듯이. 마찬가지로 내가 오른손으로 삼천대천세계를 반쯤 뒤집어도 고통을
받거나 해를 입는 중생이 하나도 없습니다.
장로 아난이여, 삼천대천세계의 물을 내가 한 손가락으로 한 번 찍어서 모두 입 속에 넣는다 해도 알아차리는 중생이 없나니, 내가 부처님 앞에서 이러한 신통을 짓습니다.
장로 아난이여, 초저녁에 나는 청정하고 수승하고 묘한 천안으로 이 삼천대천세계의 모든 방위를 쭉 관찰합니다. 왜냐하면 법에 의심을 내거나 법에 막힌 중생이 있다면 제거해 주기 위해서입니다. 그래서 천안으로 모든 방위를 보면 곳곳의 넓고 큰 사방 세계에 정법에 미혹한 수많은 중생이 보입니다.
장로 아난이여, 나는 '이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가서 저 의혹을 깨주겠노라'고 생각하고, 곧 청정하고 적정하며 고르고 화하며, 부드럽고 윤택하며 바르고 곧은 삼매의 마음으로 법에 대한 저 중생의 의혹을 끊어줍니다. 내가 모임에서 법을 연설할 때 낱낱 중생이 내가 자기들 앞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장로 아난이여, 밤이 깊어서는 사방의 수 없는 대중이 모두 성법(聖法) 가운데 편안히 머물게 되었으며, 3만 중생이 모두 금계(禁戒)를 받았고, 6만 중생이 삼보께 귀의하였습니다. 삼매로부터 일어나서 나의 이와 같은 신통 변화로 중생의 의혹을 모두 끊어주었습니다.
장로 아난이여, 내가 이 세계에 편안히 머물러 청정한 천안으로 북방 항원국(降怨國)의 경계를 보았더니, 3만 국토를 지나서 법에 의혹을 낸 중생이 하나 있었는데, 이 세계는 부처님께서 열반하실 적에 성문법에 맞추어 제도한 곳이었습니다.
나는 속으로 '그의 의혹을 끊어줄텐데 저곳에 가지 않고 이 자리에서 멀리 중생을 저절로 조복되게 하겠노라' 생각하였습니다. 장로 아난이여, 내가 즉시 선정의 마음으로 이 삼매에 들면 수 없는 중생이 법의 광명을 냅니다. 이런 모습은 성문인 내가 모든 바라밀을 이미 구족하였기 때문입니다.
이 대중 가운데 누구든지 의심의 그물이 생겨 믿지 않는다면 여래께서 일어나시거든 직접 가서 물어보시오."
바로 이 때 부처님께서 신통력으로 허공 가운데서 큰 소리로 말씀하셨다.
"아난아, 너는 이제 이와 같이 부루나의 바른 사자후를 받아 지니거라."
이 때 모든 인간과 천신과 아수라 등이 기특하고 진실로 희유하다고 찬탄하면서 말하였다.
"성문의 신통도 이 정도인데 하물며 여래의 진실한 경계랴."
모든 사람과 천신이 이렇게 찬탄한 뒤에 부루나미다라니자는 대중에게 게송으로 말하였다.
나는 모든 번뇌[漏]가 이미 다하여 결정코 피안에 이르렀으며
어떤 태어남도 영원히 벗어나 세간의 귀의를 받는다네.
이미 성인의 부류에 들어 부처님의 신통력과는 다르지만
오른손으로 하늘과 땅과 산과 강 등을 뒤집어도
다치거나 상하는 중생이 하나도 없으니
장로여, 나의 신통과 세력이 진실로 이와 같습니다.
삼천대천세계의 물 무더기가 이 부처님 국토 가운데
보이기도 하고 보이지 않기도 하지만 나는 한 손가락으로 찍어서
모두 입 속에 넣어도 모든 중생이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내가 초저녁에 천안으로 모든 방위에
어떤 중생이 법에 의혹이 있는가 보고서
신통력으로 모두 제거해 줍니다.
법에 대해 의심에 떨어졌어도 순박하고 선한 마음으로
법을 사모하는 중생을 내가 하나라도 본다면
나는 이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저 어리석은 의혹을 모두 끊어줍니다.
사방 천억의 대중에게 내가 청정한 눈을 보시하여
저들로 하여금 믿음을 내고 깨달을 마음을 내게 하였더니
이 때 3만 사람이 나한테 금계(禁戒)를 받고
6만 중생이 여래께 귀의하여 그 마음이 고요해져서 바른 법에 편안히 머물렀습니다.
내가 초저녁에 묘한 신통을 나타내어
잠시 동안에 이 자리에서 동방과 북방을 쭉 관찰하였더니
천 국토를 지나서 바로 항원(降怨)세계에
모든 법에 의심을 내는 한 중생이 있었습니다.
내가 이 부처님 국토에 머물러 법을 의심하는 저 사람에게
바른 길을 보게 하고 그 미혹을 터 주려 하였습니다.
장로여, 나의 신통력과 지혜력은 사실상 이렇습니다.
부처님만이 일체 세간을 어여삐 여기시나니
이곳 사람들이 믿지 않거든 세존께 가서 물어보시오.
내가 이제 연꽃에 앉아서 저 부처님께서 열반하신 것과
곳곳의 국토에 다비한 여래의 몸을 보며
부처님의 수승하고 특별한 점을 보니 이는 누구의 신력일까?
나의 소견으로는 모든 부처님의 열반은 광대하고 심원하여 헤아리지 못하겠나니
부처님께서 나타내신 신통이지 성문이 했겠습니까?
이 때 아난이 생각하였다.
'라후라는 부처님의 아들로서 큰 위덕이 있으며 신통이 자재한 분이다. 그도 이 대중 가운데 있으니, 이러한 신통 변화를 그가 지은 것이 아닐까?'
그리하여 아난은 곧 라후라에게 물었다.
"당신은 계학(戒學)을 닦아 피안에 이르렀으니, 이 신통은 당신이 나타낸 것이 아닙니까?"
라후라가 대답하였다.
"내가 한 것이 아닙니다. 장로 아난이여, 나는 온갖 백천 위력과 신력이 뜻대로 자재하여 부처님의 아들이 되었으나, 이런 신통상을 감추거나 나타내는 것은 생각해 본 적도 없습니다. 그것을 눈앞에 두지도 않았고 나타낸 적도 없습니다.
장로 아난이여, 나는 이 삼천대천세계 가운데 백억 사천하와 백억 해와 달과 백억 큰 바다와 백억 수미산과 백억 크고 작은 전륜산 등 이와 같이 광대한 모든 다른 산들을 4신족으로 한 털끝에 놓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손상된 중생이 하나도 없고 사천하가 서로 핍박하지도 않으며, 저기와 여기를 오가는 데 막힐 것도 없습니다. 나의 자재한 신통은 이렇습니다.
장로 아난이여, 내가 삼천대천세계의 모든 물, 즉 큰 바다와 강과 시내와 못을 한 털구멍으로 입 속에 빨아 넣어도 고여 있는 물·흐르는 물·파동 치는 물 등 각각의 본디 모양이 분명하며, 그 속에 사는 중생이 본성을 고치지도 않으며 물이 차고 마르는 것도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장로 아난이여, 내가 이 자리에 머물러 선정의 마음으로 이 삼매에 들어서 동북방 난생(難生)여래를 보며, 내가 이 국토에 있으면서 백정왕(白淨王)의 처소에서 한 주먹의 전단 향 가루를 쥐어다가 저 부처님 국토의 모든 부처님께 공양하면 그 꽃다운 향기가 퍼집니다……(중략)……시방 난생세존께서 7보로 다락을 지으시는데, 높이가 10유연(由延)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모든 하늘 향을 피우며 또한 다락 위에 보배 일산을 변화로 만들어내는데, 그 일산 자루의 높이는 억천 유연이고, 길이와 너비도 똑같이 백천 유연입니다. 저 세계 가운데 일체 중생이 모두 함께 전단 다락을 변화로 만들어내는데, 그 다락 위의 높이는 백천 유연이고, 길이와 너비도 똑같이 5천 유연입니다. 이렇게 한량없는 것들이 보배 다락 가운데 있어도 각각의 장엄이 서로 장애하는 일이 없습니다.
장로 아난이여, 상서의 모양이 이와 같은 것은 내가 성문으로서 바라밀을 구족하였기 때문이니, 혹 의심이 나서 믿지 못하겠다면 세존께서 일어나시거든 직접 가서 물어보시오. 나의 사자후를 여래께서 증명하실 것입니다."
이 때 라후라는 게송으로 말하였다.
장로 아난타여, 내가 대천세계와 백억 사천하와 수 없는 부처님의 국토
이와 같은 모든 국토를 모두 한 털구멍에 넣나니 나의 신통이 이와 같이 비할 데 없습니다.
세계가 광대하지만 한 털구멍에도 차지 않으며
각각 가고 오는 데 편안하여 전혀 방해가 되지 않습니다.
내가 보여 준 신력은 허망하지 않은 행이라 수미산과 크고 작은 전륜산과
또 다른 모든 산을 한 털구멍에 다 넣어도
나의 신통 변화의 힘으로 이것과 저것이 거리끼지 않습니다.
장로여, 내가 이와 같이 신기한 모양을 나타내어
모두 털구멍에 넣어도 몸이 피곤하지 아니하며
내가 또한 신족의 힘으로 이 대천세계의
강과 큰 바닷물을 털구멍 속으로 빨아들이며
이 부처님 국토의 일체 큰물이
털구멍에 들어갈 때도 구별되어 혼란하지 않습니다.
내가 부처님 앞에서 신통을 나타냈나니
의심 때문에 나를 못 믿겠거든 부처님께 가서 물어보시오.
내가 연꽃 자리에 앉아서 시방 보살이
머리와 눈과 처자를 보시하여 보리 구하는 것을 보나니
기특하다, 우리가 본 것은 진실로 희유하다는 마음이 납니다.
세존께서 지으신 신통 변화가 틀림없으니 큰 위덕이 있는 자나
선서나 성문들이나 불공견과 미륵보살 등을 위해 나타낸 것임이 틀림없으리다.
장로 라후라가 사자후를 할 때 87억백천 나유타 모든 천신과 인간들이 법안이 청정해졌다. 이 모든 천신들은 법을 보고 법에 이르러 모든 법을 선택하여 모든 법을 밝게 깨달았다. 그 모양대로 공양을 베풀어 하늘의 전단 향과 가루 향을 라후라 위에 받들어 뿌리고는 이렇게 말하였다.
"기특하십니다, 부처님의 아들이여. 때를 여의고 청정히 대승행(大乘行)의 깊고 묘한 법에 머물러 수승하고 묘한 사자후를 연설하십니다. 훌륭하십니다, 라후라시여. 미래세에도 오늘처럼 사자후를 하소서."
이 때 아난이 속으로 생각하였다.
'수보리는 아란야행(阿蘭若行)이 으뜸이어서 짝할 이 없는데, 지금 이 대덕이 이 모임 가운데 있다. 그리고 세존께서 항상 이 수보리는 온갖 한량없는 신통을 짓는다고 하시지 않았는가?'
그리고 아난은 곧 수보리에게 물었다.
"이러한 신통 변화를 당신이 나타낸 것이 아닙니까?"
수보리가 대답하였다.
"장로여, 내가 한 것이 아닙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이런 것입니다. 항상 한가한 곳을 좋아하여 그곳을 떠나지 않고 저 선정의 마음으로 이 삼매에 들어서 이 삼천대천세계를 한 털끝에 올려놓고, 질그릇을 빚을 때 물레 돌리듯 해도 그곳에서 알아차리는 중생이 없게 할 수 있습니다.
장로 아난이여, 내가 부처님 앞에서 사자후로 두려움 없는 바른 말을 하며, 내가 한 숨으로 삼천대천세계를 불어서 다 태워도 뜨거움에 고통받는 중생이 없습니다. 나는 이러한 신통 변화를 나타낸 적이 있습니다. 부처님 앞에서 사자후로 두려움 없는 바른 말을 하고 이 삼천대천세계 중생을 한 손가락 끝에 놓고 허공으로 올려도 저 세계와 이 세계가 고요하여 아무 소리가 없으며 서로 부딪치는 일도 없으며 알아차리는 중생도 없습니다.
장로 아난이여,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저런 선정의 마음으로 이 삼매에 들어서 청정한 눈으로 일시에 8방과 위와 아래의 6만 모든 부처님을 보며, 낱낱 방위 안에 또한 6만 백천 세계 모든 부처님을 전후 차례 없이 보는 것입니다.
장로 아난이여, 나는 선정의 마음에 나타난 그 모양대로 신통의 행을 짓습니다. 이 염부제 수미산 꼭대기 석제환인(釋提桓因)이 사는 천궁(天宮)에 머물러서 한 주먹 가루 전단향을 쥐어 한 몫에 시방 모든 부처님께 두루 흩어 골고루 가득 차게 공양합니다. 나는 이 국토에 머물러서 저 중생이 여래께 공경하고 존중하여 찬탄하는 것을 보며, 저 국토의 중생은 모두 내가 이 석가여래·응공·정변지의 성문 가운데 공한(空閑)에 으뜸임을 압니다.
장로 아난이여, 나의 신통은 이런 모양으로 궁극에는 피안에 이르렀습니다. 만일 이곳 사람들과 천신들이 나에 대해서 의심을 낸다면 세존께 가서 물어보시오. 여래께서는 이 삼매를 아실 것입니다."
이 때 부처님께서 신력으로 허공 가운데서 큰 소리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수보리가 말하는 두려움 없는 사자후를 그대는 받아 지녀라."
이 때 모든 사람과 천신과 범천과 마군과 사문과 일체 염부제 아수라들이 이미 법이 주는 이익을 얻고 희유하다는 마음을 내었다. 그들은 털이 곤두설 정도로 깜짝 놀라서 "성문의 신통 변화도 이러한데, 하물며 여래의 진실한 온갖 신력과 무수한 삼매랴" 하면서 매우 특별하다고 찬탄하였다.
이 때 수보리는 모든 인간과 천신들이 이미 법의 이익 얻은 것을 알고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세간의 스승께서 나에게 가장 수승한 아란야를 성취하여
선(禪)해탈에 편안히 머물러 한없는 신력을 나타낸다고 칭찬하셨습니다.
장로 아난타여, 내가 대지를 한 털끝에 올려놓고
물레 돌리듯 돌려도 위험하지 않으며 대장장이의 풀무 바퀴처럼 굴려도 기울지 않습니다.
또한 세존 앞에서 모든 대지와 모든 산악을
조각조각 부수어도 다치는 이 하나 없나니 나의 신족의 힘과 위세가 이와 같습니다.
내가 손바닥으로 국토와 중생을 들어서
허공 가운데 편안히 놓고 위에서 차례로 내려놓아도
놀라고 두려워하는 중생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내가 삼매에 들었을 때 저 동방의 부처님을 보는데
그 수가 6만이나 되고 남방도 그러하였습니다.
내가 서방을 보아도 6만 부처님께서 계시고
북방과 위아래도 그 수가 이와 같았습니다.
모든 누각과 다락이 비할 데 없이 묘하고 뛰어남을 보고
적은 가루 전단향으로 모든 세존께 공양하였습니다.
내가 진실로 이러한 때[垢] 없는 신통의 행과
큰 사자의 소리와 갖가지로 보여 준 것들을
믿지 못하겠거든 여래께 가서 물어보시오.
나에겐 중생이라는 생각도 없고 중생이 없다는 생각도 없으며
부처란 생각도 법이란 생각도 없나니 일체가 모양이 없기 때문입니다.
4. 미륵신통품(彌勒神通品)
이 때 미륵보살마하살이 속으로 생각하였다.
'이 모든 성문도 큰 위덕과 무수한 신통이 있어서 각각 스스로 큰 사자후를 하니, 나도 사람과 천신과 마군과 범천과 사문과 바라문과 성문과 보살 대중 앞에서 신통 변화를 조금 나타내겠노라.'
그리고는 바로 이른 아침에 아난에게 말하였다.
'대덕이여, 지금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발우를 들고 함께 부처님의 처소로 갑시다.'
그리고는 도착하자 머리를 여래의 발에 대어 예배하고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제 왕사성에 들어가서 걸식하려 하나이다."
세존께서는 때를 아시고 잠자코 허락하셨다.
이 때 미륵이 아난에게 말하였다.
"내가 아까, '처음 음식을 준 중생에게 먼저 무상도를 얻겠다는 마음을 내게 한 뒤에 그 사람의 밥을 받아먹겠노라'고 생각하였습니다. 대덕 아난이여, 내가 이미 뜻을 냈으니, 지금 바로 함께 성에 들어가서 걸식합시다."
그리고는 큰 장자인 바라문의 집으로 가서 발우를 들고 잠자코 머물러 있었다. 장자가 그들을 보고서 말하였다.
"잘 오셨습니다, 비구시여. 오랫동안 오시기를 기다렸으니, 거룩하신 분께서는 부디 저의 변변치 못한 밥을 받으소서."
미륵보살이 장자에게 말하였다.
"내가 아직은 너의 공양을 받을 수 없다. 네가 만일 위없는 보리를 얻을 선근의 인연을 심는다면 너의 밥을 받겠노라."
그러자 장자가 미륵에게 여쭈었다.
"만일 제가 보시하는 밥으로 항하의 모래알처럼 많은 부처님 세존께 공양하신다면 그런 뒤에 보리심을 내어 대승의 진실한 행을 결정하겠나이다. 왜냐 하면, 제가 옛 부처님께 선근을 심었기 때문입니다."
이 때 아일다(阿逸多:미륵)가 장자에게 대답하였다.
"만일 이러한 서원에 편안히 머문다면 내가 항하의 모래알처럼 많은 부처님 세존께 빠짐없이 다 밥을 공양하겠노라."
장자가 또 말하였다.
"네, 그러시지요. 어진 분이여, 제가 진실로 큰 서원을 내겠으니, 이 밥을 항하의 모래알처럼 많은 부처님 세존께 빠짐없이 공양하소서."
이렇게 세 번을 아뢰자, 미륵이 장자에게 말하였다.
"네가 지금 보시한 공양으로 항하의 모래알처럼 많은 부처님께 올리겠노라."
이 때 장자는 바로 이름난 요리를 미륵보살께 받들어 올렸다. 미륵은 받은 뒤에 장자 앞에서 잠깐 동안에 손쉽게 저 항하의 모래알처럼 많은 부처님 처소에 가서 두루 받들어 공양하고 나서 장자의 집으로 돌아왔다. 장자는 이 신통한 모양을 보고 희유하다고 찬탄하고, 한량없이 뛸 듯이 기뻐하면서 "제가 이제 다시 모든 선근을 심겠나이다" 하고, 단 과실과 요리와 맛있는 음식을 받들어 올리고 평상과 자리를 장엄하게 꾸며서 모두 다 풍족하게 하였다. 장자는 또한 일체 보배와 향과 꽃과 꽃타래와 금옷과 비단 방석을 가지고 모두 함께 여래의 처소로 갔다. 도착한 뒤에 머리를 부처님 발에 대어 공경히 예배하고 부처님 앞에서 보리심을 내고 큰 서원을 세웠다.
"만일 보리행을 닦는 중생이 제가 밥을 보시한 선근의 인연을 듣는다면 모두가 위없는 보리를 얻게 하소서. 만일 저의 이 서원이 진실하고 허망하지 않다면 아눗따라삼먁삼보디를 얻을 때, 무수한 보살과 모든 성문과 일체 대중이 모두 모이고 삼천대천세계가 즉시 여섯 가지로 진동하게 하소서."
이 서원을 낸 뒤에 대천 국토가 곧 열여덟 가지 모양으로 크게 들먹들먹, 울쑥불쑥하였다. 이 때 장자가 아난에게 말하였다.
"대덕이시여, 이제 나의 증거를 나타냈으니, 믿지 못하겠거든 세존께 물어보시오. 신통의 모양을 이와 같이 구족하였으니, 내가 지금 위없는 보리는 얻지 못하였지만 자재한 변화는 이미 이와 같나이다."
미륵보살이 아난에게 말하였다.
"내가 과거 아승기겁을 생각건대, 조광(造光)부처님의 처소에서 모든 부처님 여래께서 행하신 삼매를 조금 닦았습니다. 이 선정을 얻은 뒤에 동방의 무수한 모든 부처님께서 각각 그 국토에 머무심을 보았습니다. 삼매의 힘으로 한량없는 겁 동안 방편을 써서 헤아리지 못할 정도로 많은 중생을 제도하여 지금 왕사성의 바라문과 같이 무수한 신통 변화를 얻어 아눗따라삼먁삼보디의 도에 머무르게 하였습니다.
대덕 아난이여, 내가 지난 옛적에 연화상(蓮花上) 부처님·응공·정변지의 처소에서 한 신통으로 3만억 나유타 백천 중생을 교화하여 위없는 도에 머물게 하였습니다. 대덕 아난이여, 내가 지난 옛적에 최고(最高) 여래·응공·정변지의 처소에서 보세정(普世定)을 얻어 6만 욕계(欲界)의 모든 천신을 제도하여 보리심을 내게 하였습니다. 내가 가진 신통은 이렇습니다."
미륵은 게송으로 말하였다.
옷매무새 가다듬고 발우를 들고 부처님께 나아가
머리 대어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걸식하러 가겠다고 여쭈었더니
부처님께서는 가라고 허락하시면서 중생을 널리 이롭게 하라 하셨습니다.
내가 열반한 뒤에 네가 다음에 부처가 되어
명예와 공덕과 모든 것들을 구족할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나는 이 때 생각했습니다. 오늘 걸식을 하는데
처음 밥을 보시하는 이를 삼보리(三菩提)에 머물게 하겠노라고.
이 때 저 큰 장자는 내가 걸식하는 것을 보고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한없는 공경심으로 말했습니다.
잘 오셨나이다, 아일다시여. 이렇게 나타나심을 바랐는데
어찌 이렇게 늦게 오시나이까? 원하옵건대 앞에 앉아서 자시옵소서.
대사의 법은 생각키 어려운데 변변치 못한 요리를 베풀었나이다.
장자여, 그대가 만일 모든 인간과 천신을 이롭게 하기 위해
위없는 보리심을 낸다면 내가 너의 밥을 받겠노라고 하였습니다.
만일 그러신다면 제가 서원을 세우겠나이다.
아일다시여, 당신이 즉시에 보시한 밥을 받들어
항하사 부처님께 두루 다 드리옵소서.그런 뒤에 제가 위없는 보리심을 발하겠나이다.
장자여, 만일에 이 진실한 서원을 세워
항하사 부처님께 보시하여 큰 과보 얻기를 원한다면
내가 이제 이 서원을 보증하여 서원을 기필코 헛되지 않게 하리라 하고
발우를 들어 밥을 받아서 부처님과 보리를 수행하는 이에게
빠짐없이 공양하여 모든 중생을 이롭게 하였습니다.
아난이여, 이 장자가 나의 신통을 보고
마음으로 공경하고 크게 기뻐하여 이제껏 없던 일이라 찬탄하고
마음이 위없고 견고한 서원에 편안히 머물렀습니다.
또한 보배로운 과실과 요리와 장엄하게 꾸민 묘한 꽃과 향과
비단 방석과 이름난 보배와 갖가지 묘한 공양을 베풀고
나와 함께 여래께 가서 보리의 원을 깊이 내었습니다.
장자가 서원을 낸 뒤에 다시 광대한 서원을 세웠는데
그 서원은 한량없고 생각할 수 없는 것이라
이를 듣는 중생 있다면 이 국토에서 불도를 이루오리다.
조광여래의 처소에서 이 미묘한 선정을 얻어서
모든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사의치 못할 즐거움을 보시하였습니다.
조광세존의 처소에서 이 삼매를 얻었을 때
시방 모든 여래를 내가 다 보았습니다.
만일 큰 위력을 얻으면 이런 일을 볼 수 있으니
이 삼매에 편안히 머물러 모든 신통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100아승기겁 동안 갖가지 행을 닦아
한번도 쉰 적 없이 모든 중생을 이롭게 하였습니다.
연화상부처님 처소에서 이 삼매를 얻은 뒤에
내가 가지가지로 7만 중생을 교화하여 모두 다 위없는 보리도를 닦게 하였습니다.
최고여래의 처소에서 모든 범행을 전일하게 닦아
미묘한 삼매를 얻어서 사의치 못할 즐거움을 보시하였으며
최고부처님 처소에서 또한 보세정(普世定)을 얻은 그 때
월출삼마제(月出三摩提)에도 편안히 머물렀습니다.
가섭여래의 처소에서 이 깊은 삼매를 얻었습니다.
대덕이여, 내가 이렇게 신통 변화를 나타낼 때는
지난 옛적 백천 세 동안의 신통을 다 거두어 나타내는 것이니
만일 이 위덕과 세력에 머무르면 온갖 변화를 짓는 것입니다.
나도 모든 부처님을 보았으므로 이러한 행을 나타내나니
모든 부처님, 세간의 스승을 보고자 하거나 법 바퀴 구르는 미묘한 소리를 듣고자 하거나
세간 일체 생사의 괴로움을 뽑고자 하면 이 청정한 삼매왕을 부지런히 받아 지니시오.
이 때 모든 천신과 세간 사람과 마군과 범천과 일체 염부제와 아수라가 미륵의 사자후를 듣고서 흠앙하는 마음을 내어 이제껏 없던 일이라고 찬탄하였다.
5. 찬불음성변재품(讚佛音聲辯才品) ①
이 때 불공견보살마하살이 삼매로부터 조용히 일어났다. 이 때 모든 사람과 천신과 용과 신과 마군과 범천과 사문과 바라문과 아수라 등 일체 세간이 모두 다 기이하고 지극한 법이라고 찬탄하였다.
이 때 불공견이 아난에게 말하였다.
"묘하시도다, 모든 부처님이시여. 진실로 희유합니다. 세존께서는 갖추지 못한 큰 자비가 없으십니다. 그러므로 여래·응공·정변지라고 하니, 위없는 보리도를 얻어서 일체 법이 남〔生〕도 없고 행함도 없으며, 얻음도 없고 잃음도 없음을 아셨습니다.
바라내국(波羅奈國) 선인녹야원(仙人鹿野苑)에서 열두 가지 행의 위없는 법 바퀴를 세 번 굴리셨습니다. 이는 사문이나 바라문이나 모든 천신이나 마군이나 범천 등 세간에서는 아무도 굴릴 이가 없던 것이었으니, 이른바 고(苦)와 고집(苦集)과 고멸(苦滅)과 고멸도(苦滅道)입니다. 8성도(聖道)의 무수한 글귀와 한량없는 모든 내용과 한량없는 행처(行處), 이러한 뜻을 모자란 데 없이 찬탄하시고 외우며 해석하여 말씀하시고 분별하여 펼쳐 주셨습니다."
이 때 불공견이 다시 아난에게 말하였다.
"거룩하시도다, 부처님이시여. 큰 자비를 만족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여래·응공·정변지라고 합니다. 이 위없는 보리도를 얻어 지금 많이 모인 모든 분들에게 이제껏 듣지 못했던 법을 들려주시며, 이제껏 하지 않았던 말씀을 이제 말씀하시며, 사의치 못할 법을 사의케 말씀하시며, 얻지 못했던 법을 이제 얻게 하시며, 배우지 못했던 법을 닦게 하시며, 모양이 없는 법을 모양을 통해 말씀하시며, 조그마한 법을 간추려 말씀하셔도 많은 깨달음을 얻게 하십니다. 이제 이 대중에게 '모든 아라한은 필경에 깨달아 집착 없는 진정한 사람이 되고 시작을 알 수 없는 때부터 내려오는 생사에서 영원히 해탈한다'고 하셨습니다. 아난이여, 알아야 합니다. 비유컨대 사람이 한 주먹 보릿겨를 항하에 던져서 저 세찬 흐름을 막겠다고 한다면, 이 사람 하는 일이 어렵지 않겠습니까?"
아난이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매우 어렵겠습니다."
불공견이 아난에게 말하였다.
"모든 부처님 여래·응공·정변지께서 위없는 도를 얻으시고 모든 성문을 위하여 듣지 못했던 법을 말씀하시는 것이 저보다 갑절 어려운 일입니다. 그리고 아난이여, 비유컨대 태어날 적부터 입과 혀가 없는 사람이 소리를 질러 항하의 모래알처럼 많은 세계를 진동시키려면 어렵지 않겠습니까?"
아난이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매우 어렵겠습니다."
불공견이 말하였다.
"모든 부처님 여래·응공·정변지께서 위없는 도를 얻으시고 모든 성문을 위하여 사의치 못할 법을 사의케 말씀하시는 것이 저보다 더 어려운 일입니다. 또 아난이여, 비유컨대 어떤 사람이 손가락으로 허공을 가리켜 갖가지 색을 나타나게 하려면 어렵지 않겠습니까?"
아난이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실로 어렵겠습니다."
불공견이 말하였다.
"모든 부처님 여래·응공·정변지께서 위없는 도를 얻으시고 모든 성문에게 얻지 못했던 법을 얻게 하시는 것이 저보다 더 어려운 일입니다. 또 아난이여, 비유컨대 손발이 없고 주술(呪術)의 힘도 없는 사람이 수미산을 지고 물을 밟고자 하거나, 물에 뜬 나무를 가지고 큰 바다를 건너려 하면 어렵지 않겠습니까?"
아난이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매우 어렵겠습니다."
불공견이 말하였다.
"모든 부처님 여래·응공·정변지께서 위없는 도를 얻으시고 모든 성문을 위하여 모양이 없는 법을 모양을 통해 말씀하시며, 배우지 못했던 법을 배우도록 말씀하시기가 저보다 더 어려운 일입니다."
그리고는 불공견이 게송으로 말하였다.
모든 부처님께서는 불가사의하사 큰 자비를 행하시고
언제나 끊이지 않도록 항상 법의 광명을 베푸십니다.
무수한 나유타 억 겁 동안에도 보기 어려우며
비할 데 없는 부처님께서 듣지 못한 것을 들려주십니다.
유위(有爲)의 연기법을 설하시되 진실이 없어서 항상 허망한 것이라
필경에 나는 일이 없으니 일체 법이 공한 까닭이라 하셨습니다.
모든 부처님께서 행하신 자비는 헤아릴 수 없으며
부처님께서는 말할 수 없는 바를 말씀하사
이와 같이 보기 어려운 법으로
모든 인간들과 천신들과 일체를 이롭게 하셨습니다.
모든 여래께서는 사의치 못할 법을 깊이 아시어
성문들을 위하여 사의할 수 있는 법을 말씀하시며
모든 부처님께서는 모양이 없는 법을 모양이 있게 말씀하십니다.
외도는 어리석고 미혹하여 생사의 근원을 알지 못하는데
여래께서는 이미 아시어 모두 항복시키시고
시방에 머물러 연설하사 얻지 못했던 법을 얻게 하시나니
세존의 진실한 말씀은 인간들과 천신들을 이롭게 하십니다.
한 주먹 보릿겨로 항하수를 막고자 하면
장로여, 이것이 아무리 어렵지만 어렵다고 할 수 없으니
부처님께서 무생을 말씀하시기가 저보다 더 어렵습니다.
입과 혀가 없는 사람이 소리쳐서 모든 국토를 진동시킨다면
이렇게 할 수 있을지라도 어려운 일 아니요,
배우지 못한 것을 배우게 하면 이것이 가장 어려운 일입니다.
어떤 이가 공중을 가리켜 갖가지 색을 나타낸다면
진실로 이 일을 할지라도 어찌 어렵다고 하리요.
얻지 못한 법을 얻게 하는 것이 나는 가장 어렵다고 합니다.
손과 발이 없는 사람이 수미산을 짊어지고 큰 바다를 건너려 해도 어렵다 할 수 없으니
모양 없는 것을 모양 있게 말하는 것이 저보다 배나 어려운 일입니다.보살염불삼매경 제3권
5. 찬불음성변재품 ②
이 때 불공견이 또 아난에게 말하였다.
"모든 부처님 세존께서는 희유하시고 특수하시어 한량없는 법을 결정하시어 결국에는 피안에 도달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여래·응공·정변지라고 합니다. 계율과 선정과 지혜와 해탈과 지견(知見) 등 일체 법의 모양에 집착하는 행이 없어 수승한 보배 당(幢)을 세우고 큰 소리를 한 번 내십니다. 이에 대해 보시로 해탈 얻는 것을 듣기 좋아하는 중생은 '여래께서 나에게 보시로 얻는 이익을 말씀하신다' 하고, 금계(禁戒)로 해탈 얻는 것을 듣기 좋아하는 중생은 '여래께서 나에게 계율로 얻는 이익을 말씀하신다'고 하며, 삼매로 해탈 얻는 것을 듣기 좋아하는 중생은 '여래께서 나에게 삼매를 말씀하신다' 하고, 지혜로 해탈 얻는 것을 듣기 좋아하는 중생은 '여래께서 이제 나에게 지혜를 말씀하신다'고 하며, 해탈로 제도함을 듣기 좋아하는 중생은 '여래께서 오늘 해탈을 말씀하신다' 하고, 해탈지견을 듣기 좋아하는 중생은 '여래께서 나에게 해탈지견을 말씀하신다'고 하며, 하늘에 태어나 해탈 얻기를 좋아하는 중생은 '여래께서 나에게 하늘에 태어나는 것을 말씀하신다'고 합니다.
무상(無常)으로 해탈 얻는 것을 듣기 좋아하는 중생은 '여래께서 나에게 무상을 말씀하신다'고 하며, 괴로움으로 해탈 얻음을 듣기 좋아하는 중생은 '여래께서 이제 나에게 괴로움을 말씀하신다'고 하며, 무아(無我)로 해탈 얻는 것을 듣기 좋아하는 중생은 '여래께서 이제 무아를 말씀하신다'고 합니다.
적멸로 해탈 얻는 것을 듣기 좋아하는 중생은 '여래께서 나에게 적멸법을 말씀하신다' 하고, 부정관(不淨觀)으로 해탈 얻는 것을 듣기 좋아하는 중생은 '여래께서 나에게 부정법을 말씀하신다'고 하며, 위없는 도로 해탈 얻는 것을 듣기 좋아하는 중생은 '여래께서 이제 나에게 모든 부처님의 공덕을 찬탄하시고 대승법을 말씀하신다'고 합니다. 여래께서 말씀하시는 이런 법을 듣고 해탈하지 못하는 중생은 하나도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불공견은 게송으로 말하였다.
조어사(調御師)께서 대중 가운데서 계율과 선정과 지혜와 해탈과 해탈지견 등
이와 같은 모든 법은 부처 되게 한다고 설하셨습니다.
보시와 계율로 해탈 얻는 것 듣기 좋아하는 이는
부처님께서 계율 공덕 찬탄하심을 각각 듣게 하시며
선정과 지혜와 해탈의 공덕 듣기 좋아하는 이는
부처님 세존께서 사의치 못할 소리를 들려주시며
하늘에 태어나 해탈하기를 좋아하는 이는 부처님께서 그렇게 연설하십니다.
지혜를 듣기 좋아하는 이는 부처님께서 지금 말씀하시며
무상과 괴로움과 무아와 부정관의 설법과
적멸 등 모든 소리를 들어서 해탈을 얻고자 하면
그 자리에서 당장 불가사의한 소리를 들려주십니다.
벽지불의 공덕을 즐겨 듣고자 하면
부처님께서 바로 이 연각의 교법을 말씀하시나니
부처님의 모든 공덕과 이러한 해탈의 교법을 들려주시어
세존께서 설법하신 뒤에 중생이 보리를 구하게 하십니다.
이러한 모든 소리는 사의치 못하며
부처님께서 연설하신 모든 법은 세간을 이롭게 하나니
청정하고 묘한 온갖 음성 이해하게 해 주시니
즉시에 모두 다 위없는 보리심을 내었습니다.
이 때 불공견이 또 아난에게 말하였다.
"모든 부처님 세존께서는 특수하고 희유하시어 수 없는 모든 선근을 이루셨습니다. 그러므로 여래·응공·정변지라고 하는 것입니다. 한량없는 모든 부처님을 가까이 공양하며 보시하고 한마음을 다스려 고요하게 되었으며, 이제 위없는 보리도를 얻어서 수 없는 변재(辯才)를 구족하였습니다.
석가여래께서는 한량없는 변재·가장 위없는 변재·대답할 이 없는 변재·집착 없는 변재·수승한 해탈의 변재·막힘 없는 변재·자성(自性)을 성취한 변재·교화를 이룬 변재·번뇌 없음을 베풀어주는 변재·있음과 없음으로 묻는 변재·미리 아는 변재·모양이 있는 변재·모양이 없는 변재·조용하고 묵묵한 변재·화를 제거하는 변재·온갖 글귀와 명자를 쓰는 변재 ·매우 깊은 글귀와 글자를 널리 알리는 변재·매우 깊이 널리 알리는 고르고 부드러운 변재·무량한 비유를 갖춘 변재·묻는 이 없어도 대답하는 변재·선정을 구족한 변재·광대함을 구족한 변재·생각하고 의논키 어려움을 구족한 변재·연설[開敷]이 구족한 변재·청정함을 구족한 변재·헐뜯음 없음을 구족한 변재·총명한 지혜로 훼손 없음을 구족한 변재·마음에 집착 없음을 구족한 변재·마음에 인색함 없음을 구족한 변재·자구를 잊지 않음을 구족한 변재·도적질이 없는 구족한 변재·망령됨 없는 구족한 변재·설법으로 번뇌를 깨워 주고 청정심을 생기게 하는 구족한 변재·친근한 문장으로 말씀하심을 구족한 변재·과거를 구족하게 말씀하시는 변재·미래를 구족하게 말씀하시는 변재·현재를 구족하게 말씀하시는 변재·희유함을 구족하게 말씀하시는 변재·생겨남이 없는 수승한 지혜를 구족한 변재·일체 대중을 기쁘게 하는 구족한 변재를 얻으셨습니다."
그리고 불공견은 게송으로 말하였다.
옛적에 이미 지극한 마음으로 한량없는 부처님을 공양하시니
그러므로 인간 중에 존귀하시며 이제 위없는 도와
부사의한 선근과 아승기 모든 변재를 얻으셨습니다.
막힘 없이 변재를 틔우셨으니 부처님께서 이 모든 변재를 얻으셨습니다.
위없는 해탈의 변재와 교화를 성취한 변재와
모든 법상을 널리 베푸는 변재와 물음이 있고 물음이 없는 변재와
갖가지 말로 매우 깊게 설하는 변재와 상황에 따라 비유하는 변재와
청정하고 사의키 어려운 소리와 묘한 말을 구족한 변재와
청정한 뜻을 성취한 변재와 모든 모양을 결정하는 변재와
불가사의하며 불퇴전하는 변재와 비하(卑下)함 없는 변재를 갖추셨습니다.
훌륭하시도다, 지혜가 밝은 사람이여. 집착하지 않고 헐뜯지 않는 변재와
글귀와 문장을 잊지 않는 변재와 망령됨 없이 즐거움을 섭수하는 변재와
번뇌의 마음을 끊는 변재와 10력(力)을 잊지 않는 변재와
으뜸이며 친근한 변재와 3세를 연설하시는 변재를 갖추셨습니다.
성인이든지 성인이 아니든지 이와 같이 수순케 하는 변재와
멀리함도 없고 남도 없는 등 가까이도 듣고 멀리도 듣는 변재와
부처님의 공덕을 말씀하시는 소리가 맑고 유창한 변재입니다.
만일 사람이 한 털로 큰 바닷물을 찍어서 그 수량을 알고 다 마르게 한다 해도
모든 부처님 여래의 수승한 변재를 알지 못하며
혹 허공을 헤아려 그 끝을 알고 수미산을 저울에 달아 근과 양의 수를 아는 이도
여래의 지혜와 변재의 힘은 꺾을 수 없습니다.
비록 겁 수를 지내도 이러한 변재는 헤아리지 못합니다.
이 때 불공견이 또 아난에게 말하였다.
"장로여, 알아야 합니다. 모든 부처님 세존께서는, 큰 범천의 소리와 사자 소리와 웅장하고 용맹스런 소리와 용왕의 소리와 악기를 타는 소리와 노랫소리와 부드럽고 연한 좋은 소리와 크고 작은 우레 소리와 사의치 못할 소리와 한량없이 묘한 소리와 끝없이 수승한 소리와 만족한 소리와 물러나지 않는 소리와 가릉빈가(迦陵頻伽)의 소리와 청정하고 기쁜 소리와 여래의 분별하는 소리와 여래의 깨달아 아는 소리와 여래의 매우 깊은 소리와 여래의 무너짐이 없는 소리와 여래의 물리치지 않는 소리와 여래의 맑고 환한 소리와 쇠함도 없고 감소하는 일도 없는 소리와 여래의 아름답고 묘한 소리와 여래의 가장 아름다운 소리와 여래의 아름답지 않음이 없는 소리와 여래의 일체 공덕을 널리 구족한 소리를 내십니다.
이것을 여래·응공·정변지라고 말하나니, 한 음성으로 한 세계에 사는 모든 중생이 다 듣기를 좋아하고, 또한 한 음성으로 두 세계에 사는 중생이 모두 즐겨 듣고자 합니다. 이렇게 해서 여래의 한 음성으로 10만억 나유타 끝없는 세계에 이르기까지 그곳에 사는 중생 모두가 듣기를 좋아합니다. 저 곳 중생은 여래의 음성을 듣고 이와 같이 깨닫고 이와 같이 알아서 모두들 '여래께서 나를 위하여 설법하신다'고 합니다.
이와 같이 아난이여, 모든 부처님 여래의 사의치 못할 소리와 이익 되는 소리는 마치 바큇살 같은 햇빛이 염부제를 비치면, 눈 있는 중생이 모두 지혜로운 이익을 얻듯이 여래·응공·정변지께서 청정하고 미묘한 음성으로 법의 바퀴를 굴려 일체 중생을 고통에서 건져 주는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장로 아난이여, 비유컨대 정월[初春] 대보름에 달이 바퀴처럼 원만한데 안개가 가리지 않아서 청명하고 명징하게 비춘다면 염부제 사람이 모두 나와서 노닐며 구경하고 멋대로 즐기나니, 이것은 달이 환히 밝았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이 여래·응공·정변지께서 법 바퀴를 굴리는 소리가 청정하고 미묘하여 중생이 이익을 얻는 것은 여래께서 비추는 법 광명을 만났기 때문입니다.
장로 아난이여, 비유컨대 모든 못과 강과 시내와 구렁 등 크고 작은 물들이 모두 큰 바다에 들어가면 다 한 맛이 되고, 이 한 맛이 모든 맛을 구족하는 것과 같습니다. 또한 한량없이 많은 묘한 보배가 있는데, 사람과 사람 아닌 존재가 비록 이 보배를 탐하지만 큰 바다가 깊고 넓어서 건지기 어렵듯이, 여래·응공·정변지께서 청정한 음성으로 굴리시는 법 바퀴도 알기 어려워서 모든 중생이 법보(法寶)의 이익과 한량없는 안락을 얻기가 어렵습니다.
장로 아난이여, 비유컨대 대지가 싹을 틔워 만물을 길러내서 중생을 이롭게 하고 풍요롭게 하면 취락과 성읍과 임금이 사는 서울과 그 근교 사람들 모두가 이 땅을 의지하고 살듯이 여래·응공·정변지께서 청정하고 미묘한 음성으로 굴리시는 법 바퀴가 한량없는 중생을 제도하여 모두 즐겁게 하는 것도 그렇습니다.
장로 아난이여, 비유컨대 허공이 세간에 가고 오는 데 거리낌이 없고 이 허공이 만물을 안락케 하듯이 여래·응공·정변지께서 청정하고 미묘한 음성으로 굴리시는 법 바퀴가 일체를 이롭게 하는 것도 그렇습니다.
장로 아난이여, 비유컨대 삼십삼천에 파리질다(波利質多)와 구비라(拘毘羅)나무에 꽃과 잎이 향기롭게 피면 모든 천신이 기쁘게 노닐고 구경하듯이, 여래께서 법 바퀴를 굴리는 소리와 일체 법을 청정하게 연설하시는 소리가 감로와 같이 이롭고 즐거운 것도 그렇습니다."
이 때 불공견은 게송으로 말하였다.
세존의 범왕(梵王) 소리는 염부제에서 제일이니
웅장하고 용맹스런 사자 소리와 큰 용의 소리와
조화롭고 부드러운 풍악 소리와 시방의 사의치 못할
북과 우레 소리와 끝없이 널리 떨치는 소리와
부처님 국토에 가득한 소리와 쇠하거나 감하지 않는 소리와
가릉빈가의 소리와 사랑스럽고 기쁜 소리와
성스럽고 기뻐서 탁하지 않은 소리와 가르침과 가르침이 없는 소리와
매우 깊은 무위(無爲)의 소리와 헐뜯고 비방함이 없는 소리와
보기 어려운 것을 잘 분별하는 글귀의 소리와
쇠함과 손해가 없는 소리와 아름답고 묘하게 널리 퍼지는 소리와
속박이 없는 소리와 잊음이 없는 소리와
모든 공덕을 내는 소리입니다.
부처님의 말씀은 한 음성이 일체 세계를 가득 채우며
어리석은 군생들을 조복시켜서 기쁘고 즐겁게 들으면서
이제 여래께서 홀로 나를 위해 설법하신다고 합니다.
여래께서는 한 음성으로 항하의 모래알처럼 많은
한량없는 세계의 중생이 모두 다 즐거이 듣게 하시나니
비유컨대 해가 떠올라 밝은 빛이 만물을 비춰 주듯이
세존께서도 이와 같은 소리로 대중을 위해 법을 연설하시며
정월 보름 만월(滿月) 때 달빛이 명징하고 공기가 깨끗하면
둥글고 밝은 달 바퀴가 염부제를 두루 비춰
모두에게 기쁨과 한없는 이익을 얻게 하듯이
부처님께서는 이 달과 같아서 보고 기뻐하지 않는 이가 없으며
청정하고 묘한 소리로 일체를 이롭게 하시며
염부제에서 가장 으뜸이시어 사의치 못하겠나이다.
큰 바다에서 끝없는 모든 보배가 나지만
깊고 넓어 건지기 어렵듯이 일체 중생을 이롭게 하시는
크게 수승한 부처님도 이와 같이 가장 위여서 능가할 이 없지만
가르침이 있고 가르침이 없는 등의 소리는 매우 알기 어렵습니다.
청정하여 무너짐이 없고 모든 즐거움을 베푸시어
이 삼천 국토에 일체 대중을 편안히 자리잡아 주시니
부처님의 소리는 이와 같이 불가사의하게 만물을 이롭게 합니다.
허공은 막힘이 없어서 날아다니는 것들이 통행하듯이
부처님의 소리도 이와 같이 일체 대중을 널리 윤택하게 하며
하늘의 향기로운 꽃나무가 번성하게 피어 좋은 이익을 주듯이
여래의 모든 소리도 부족함 없이 세간을 이롭게 하시나니
내가 1겁 동안 부처님 소리의 공덕을 말하고
다시 100겁을 더한다 해도 그 처음과 끝을 헤아리지 못합니다.
모든 부처님의 이와 같이 사의치 못할 소리는
시방 모든 중생이 제각기 끝없는 말로 그 공덕을 말한다 해도 끝까지 다하지 못하리이다.
부처님의 이와 같이 사의키 어려운 소리는
모든 물과 육지의 일체 중생 모두가 설사 부처를 이루어도 소리의 끝을 헤아리지 못하리이다.
모든 부처님의 이와 같은 소리는 사의치 못하며
이와 같은 조어사의 소리는 짝할 이가 없어서
만일 어긋남 없이 생각하면 결코 악취(惡趣)에 떨어지지 않으며
모든 보살이 부처님의 구족한 소리를 들으면 부처님 법왕(法王)의 부사의한 소리를 얻을 것입니다.
이 때 사천왕과 석제환인과 염마(焰摩)천자와 도솔천자와 자재천자와 대자재천과 그 아들 상주(商主)와 대범천왕과 정거천(淨居天)의 모든 천신과 또한 큰 힘과 위덕을 갖춘 모든 천신과 욕계와 색계 두 세계의 모든 천자들은 불공견보살이 말한 부처님 소리의 공덕을 듣고서 이제껏 없던 일이라 찬탄하고 하늘의 전단향 가루를 불공견보살마하살에게 뿌리고 나아가 시방에 공양을 마쳤다.
이 때 60억백천 나유타 욕계와 색계의 모든 천신이 이 소리를 듣고 모두 위없는 보리를 얻을 선근을 심었다. 5천 비구가 또한 위없는 보리를 얻겠다는 마음을 내어 큰 서원의 갑옷을 입었으며, 7백천만 모든 비구니는 위없는 보리를 얻겠다는 마음과 큰 서원을 내었다. 백천 우바새가 꽃자리에서 일어나 불공견보살의 처소에 나아갔으며, 또한 2억백천 나유타 모든 여인들이 각각 몸 위의 구슬과 보배 영락을 벗어 불공견보살마하살께 바치면서 위없는 보리를 얻겠다는 큰 서원을 내었다.
6. 찬여래공덕품(讚如來功德品)
이 때 불공견보살마하살이 아난에게 말하였다.
"기특하고 희유하신 모든 부처님 여래께서는 생사의 가고 옴을 구족하게 아시고, 태어난 곳의 친척과 권속을 기억하십니다. 번뇌와 모든 나쁜 과오를 잘 아시며, 상호를 구족하시고, 희사(喜捨)를 행함과 큰 희사의 염(念)을 구족하시고, 계율와 선정과 지혜와 해탈과 해탈지견을 구족하시고, 6신통을 구족하시어 피안에 이르셨습니다. 자(慈)와 대자(大慈)와 비(悲)와 대비와 희(喜)와 대희와 사(捨)와 대사가 가장 수승하여 짝할 이 없이 피안에 이르시고, 위의(威儀)와 신통 일체 모든 법이 가장 수승하고 막힘 없어 피안에 이르셨습니다. 알맞은 곳과 알맞지 않은 곳 어디서나 모든 법을 보여 중생을 인도하고 중생에게 이익을 주는 데 가장 수승하시어 피안에 이르셨습니다. 사마타(舍摩他)와 비바사나(毘婆舍那)가 비할 데 없이 가장 수승하여 피안에 이르시고, 일체 선정과 해탈과 삼매와 삼마발제(三摩鉢提)가 가장 수승하여 피안에 이르셨습니다. 탐함도 없고 성냄도 없으며, 어리석음도 없고 게으름도 없으며, 어둠도 없고 허물도 없으며, 거만함도 없고 의혹함도 없으며 원망함도 없으시어 5도(道)를 벗어났고, 4비사라(四毘舍羅)[이는 혹 보시와 계법으로 세간이 모두 인색함이 없음을 말한 듯하다.] 중생의 선근과 업보를 의논하는 데 짝할 이 없이 가장 수승하여 피안에 이르셨습니다. 일체 중생에게 계율의 무더기가 끊어지지 않게 하시며, 새지도 않고 흐리지도 않고 잡됨도 없고 말도 없게 하십니다. 지혜롭고 밝으며 청정하고 용맹스러우며 수승하시어 사문과 바라문과 사람과 천신과 마군과 범천 등 일체 세간의 큰 법주(法主)이시라, 여래의 계율과 선정을 털끝만치라도 헤아리는 중생이 하나도 없고, 더구나 그를 넘어설 사람도 없습니다.
장로여, 알아야 합니다. 이렇게 관찰해야 합니다. 내가 허공의 끝은 다 궁구할 수 있을지라도 모든 부처님 세존의 계율와 선정과 지혜와 해탈과 지견은 헤아리지 못합니다. 왜냐 하면, 끝이 없기 때문입니다. 계율과 선정과 신통 등 여래의 모든 법은 얕은 지식으로는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무척 깊어서 측량키 어렵고 끝까지 궁구해 낼 이가 없습니다."
이 때 불공견이 게송으로 말하였다.
세존께서는 생사를 다하시고 태(胎)에 머무름 사의키 어려우며
법성(法性)으로 어머니를 삼아 비할 수 없이
선한 공덕을 구족하시어 세간에서 따를 자 없습니다.
몸은 32상(相)과 80종호(種好)를 갖추시고
세간에서 사의할 수 없이 모든 선업을 섭취하셨습니다.
묘하시도다, 인간 중에 존귀하신 분. 잘 벗어남을 구족하시고
사(捨)와 대사(大捨)로 번뇌의 마음을 해탈하셨습니다.
방편의 모든 수승한 업은 만족하여 짝할 이 없으시며
계율와 선정과 지혜와 해탈과 지견을 구족하시고
모든 부처님의 법은 끝이 없어서 6통으로 피안에 이르셨습니다.
여래께서는 자비와 희사의 모든 행을 갖추시고
중생을 속박에서 해탈시켜서 갖가지 괴로움을 제도하셨습니다.
모든 부처님의 깊은 지혜는 사의치 못하고
위의가 비할 데 없으며 신통으로 피안에 이르시고
모든 번뇌의 행이 없으시며 진리를 잘 아시어
알맞은 곳이든 아닌 곳이든 모든 이익을 구족하셨습니다.
선정과 해탈이 이와 같이 사의치 못하며 사마타와 비바나사 등을 잘 이해하시고
이미 세간의 없는 데에 이르시어 모든 악한 마음을 영원히 여의셨습니다.
선정과 해탈을 잘 배우면 어리석은 근심을 없애고
청정한 계율이 끊어지지 않아서 새지도 않고 탁하지도 않으며
계율을 잘 배워 잃지 않으면 용맹스럽고 명철한 사람이어서
한 중생도 의심을 품고 비방하는 마음이 없으며
사문과 바라문과 사람과 천신과 마군과 범천도
마음으로 믿어 의심하지 않고 항상 청정함을 잘 배울 것입니다.
허공과 사방의 광대한 모양을 내가 잘 알기는 하지만
용맹스럽고 위없는 청정한 계율은 헤아리지 못하며
한 숨으로 불어서 바닷물을 마르게 하지만
여래의 청정한 법 밝은 계율은 헤아리지 못하며
한 숨으로 불어서 수미산을 부수며
크고 작은 전륜산(轉輪山)도 가루로 만들 수 있지만
여래의 청정한 계율은 끝을 헤아리지 못하며
몇 겁이 더 지난다 해도 그 양을 셀 수 없습니다.
이 때 불공견보살이 생각하였다.
'거룩하신 여래·응공·정변지께서는 부디 위신을 굽히사 대중의 모임에 강림하소서. 제가 이제 모든 보살들을 위하여 여래께 염불삼매를 묻고자 하나이다. 세존께서 먼저 대중에게 그 이름만 말씀하시고 마침내 설명해 주시지 않고 문득 적정한 방으로 들어가시어 바른쪽으로 누우셨나이다.'
이 때 세존께서는 그의 생각을 아셨다. 부처님께서는 신력으로 이 삼천대천세계가 여섯 가지로 진동하여 18변화를 갖추게 하고, 앞에서 말한 것과 같이 큰 광명을 놓으시어 널리 이 땅 사바세계를 비추시니, 해와 달과 별과 욕계와 모든 하늘과 끝없는 항하의 모래와 같은 모든 범천 등이 그 광명에 가려서 나타나지 못하고, 오직 부처님의 신통한 광명만 특별히 환히 빛났다.
부처님께서는 중생을 불쌍히 여기셨기 때문에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옷매무새를 가다듬으시고 대중이 모인 곳으로 나가셨다. 이 때 모든 세간 사람과 천신과 사문과 바라문들과 아수라가 각각 여래의 수승한 광명을 보고 꽃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계신 곳에 나아가 공경히 합장하고 한쪽에 서 있었다.
이 때 불공견이 멀리서 부처님께서 오시는 것을 보니, 얼굴빛이 단정하고 엄숙하며 몸가짐이 점잖으셨고, 상호를 우러러보니 부족한 데가 없었다. 불공견은 그 모습을 보고 나서 장로 아난에게 말하였다.
"세존께서 이제 적정한 방으로부터 오시니, 기필코 가장 수승한 으뜸 진리를 펼쳐 연설하실 것입니다. 그것은 허망하지 않은 말씀이며, 솜씨 좋고 묘한 말씀이며, 분별이 없는 말씀일 것입니다. 그 분은 잘 생각하여 악업을 일으키지 않으시리니, 몸의 업을 무너뜨리는 일이 없으시며, 입의 업을 나무라는 일이 없으시며, 뜻의 업을 잃는 일이 없으십니다.
3업이 모두 청정하시고, 계율과 선정과 지혜와 해탈과 해탈지견을 모두 구족하시며, 위없는 방편과 신통으로 중생을 이롭게 하시며, 사의치 못할 변재를 특수하게 갖추셨습니다. 누구보다도 생사를 더 잘 아시면서도 모태에 청정히 머무셨고, 어머니의 종족도 호걸스럽고 수승하시며, 선한 공덕을 으뜸으로 구족하셨으며, 사의치 못할 상호를 갖추셨습니다.
지난 옛 인연과 그 뜻을 구족하시고 번뇌에서 해탈한 마음을 구족하셨으며, 사(捨)와 대사로 벗어남을 구족하셨습니다. 5식(識)을 취함이 없어서 번뇌를 구족하게 여의셨으며, 5분법신(分法身)을 청정하게 구족하셨으며, 결국에는 6통(通)의 모든 법과 그 법의 성상(性相)을 알아 피안에 이르셨습니다. 비바사나와 사마타와 5근(根)과 5력(力)과 7각(覺)과 8정도(正道)로 피안에 이르셨으며, 불가사의한 자비희사(慈悲喜捨)를 갖추시고 마음으로 깊이 부끄러워함으로써 피안에 이르셨습니다.
이미 모든 법에 자재하여 피안에 이르셨고, 과거와 미래와 현재의 모든 법을 다 알고 보시어 집착하지도 않고 물러나지도 않으시며, 몸으로 지은 전생의 모든 업을 아실 뿐만 아니라 어떻게 전변(轉變)해 왔는지도 알아서 피안에 이르셨습니다. 입으로 지은 업과 뜻으로 지은 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장로 아난이여, 여래 세존께서는 한 생각에 일체 중생의 마음의 움직임과 그 선악을 분명하게 알지 못하는 것이 없으셨습니다."
다시 불공견이 아난에게 말하였다.
"비유컨대 큰 바다가 깊고 넓어 건너기 어렵듯이 모든 부처님의 계율도 그렇게 깊고 넓습니다. 비유컨대 수미산을 영원히 기울이지 못하듯이 여래의 선정도 그렇게 움직이기 어려울 것입니다. 장로 아난이여, 비유컨대 깨끗한 허공이 제한 없이 모든 것을 받아들이듯이 모든 부처님의 삼매도 끝없이 청정한 지혜를 섭취하며, 또한 일체 중생의 청정한 마음을 섭취합니다.
장로 아난이여, 비유컨대 해의 광명이 한량없는 색상(色象)을 비추듯이 여래 법의 광명도 아무리 깊숙한 데라도 비추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장로 아난이여, 비유컨대 큰불이 산이나 들이나 일체 모든 물건을 태우듯이 여래 법의 불도 중생의 한량없는 번뇌를 태워 영원히 청정함을 얻게 하십니다. 장로 아난이여, 비유컨대 솟는 샘이 가득 차면 밖으로 흘러나와 못을 이루어 만물을 다 깨끗이 씻어 주듯이 여래 법의 물도 중생의 일체 속박을 제거하여 항상 편안함을 얻게 하십니다. 장로 아난이여, 비유컨대 가장 훌륭한 의원이 중생의 갖가지 병을 잘 치료하듯이 여래 법의 약도 중생의 생사라는 무거운 병을 소멸하여 모두 영원히 낫게 해 주십니다.
장로 아난이여, 비유컨대 때 맞춰 오는 비는 풀과 나무를 적셔 다 자라게 하듯이 여래 법의 비도 일체 메마른 중생을 윤택하게 해 주십니다. 장로 아난이여, 사자의 포효가 모든 짐승을 복종케 하듯이 여래 법의 소리도 중생의 아견(我見)을 무너뜨려 영원히 멀리 여의게 합니다. 장로 아난이여, 비유컨대 큰배가 저 언덕에 건너가듯이 여래 법의 배도 모든 중생을 네 흐름[四流 : 4(果)의 성문]의 저쪽 언덕[彼岸]에 건너가게 합니다.
장로 아난이여, 우담발라꽃이 희유하여 보기 어렵듯이 여래께서 세간에 나오심도 만나기 어렵습니다. 장로 아난이여, 비유컨대 파리질다라나무는 그 꽃이 무성하고 향기가 특수하듯이 부처님, 위대한 사람의 상호가 환히 드러남도 그렇습니다.
장로 아난이여, 비유컨대 부모가 모든 아들을 기르듯이 여래께서도 중생을 이롭게 하십니다. 장로 아난이여, 어떤 사람이 여래께서 세간에 나오시어 끝없이 바르게 말씀하신다고 하면 이것을 참된 말이라고 하며, 어떤 사람이 여래께서 세간에 나오시어 사의치 못할 말을 하신다고 하면 이것을 바른 말이라고 합니다.
장로 아난이여, 여래의 끝없는 변재를 대충 말하자면, 집착이 없는 변재· 막힘이 없는 변재·수승한 해탈의 변재·묘한 것을 성취한 변재·항상 수순하는 변재·점차 친근하는 변재·유(有)와 무(無)를 문답하는 변재·미묘하고 청정한 변재·으뜸가는 변재·자(慈)와 대자의 변재·비(悲)와 대비의 변재·희(喜)와 대희의 변재·사(捨)와 대사의 변재·부처님께서 세간에 나오신 변재·그리고 중생을 이롭게 하는 변재입니다.
장로 아난이여, 어떤 사람이 여래께서 세간에 나오시어 일체 중생을 이롭게 함을 구족하셨다고 하면, 이것을 바른 말이라고 합니다. 장로 아난이여,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중생이 편안치 못하고 구제해 줄 이가 없으며, 귀의할 데가 없고 나아갈 방향이 없으며 주인이 없는데, 여래께서 세간에 나오시어 편안케 해 주고 구제해 주고 귀의처가 되어 주고 방향을 잡아 주고 주인이 되어 주신다'고 하면, 이것을 바른 말이라고 합니다.
장로 아난이여, 내가 만일 1겁에서 백 겁에 이르도록 모든 부처님 세존의 공덕과 지혜와 변재를 설명할지라도 억(億)에 하나도 미치지 못하며, 또한 한량없는 일체 겁 동안 여래·응공·정변지의 공덕과 변재를 밝혀 기술해도 다하지 못합니다.
장로 아난이여, 비유를 들어 말하겠습니다. 늙고 야위고 손발이 구부러지고 고질병이 든 사람이 딴 사람 처소에 가서 그에게 말하기를, '기이하다 장부여, 나는 비록 이렇게 생겼지만 털끝 하나로 한량없는 모든 물을 찍어서 입 속에 넣어 모두 마르게 하겠다'고 한다면, 이 사람에게 신통과 주술(呪術)이 없는데 그 일을 할 수 있다고 믿겠습니까?"
아난이 대답하였다.
"믿기 어렵겠습니다."
불공견이 말하였다.
"빈말일 뿐 실제로는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와 같이 아난이여, 내가 모든 부처님의 공덕과 변재를 말하여도 다하지 못하는 것이 저 사람이 물을 마르게 할 수 없는 이치와 같습니다. 장로 아난이여, 설사 내가 억백천 나유타 겁을 지낸다 해도 모든 부처님의 공덕과 지혜와 변재 중에 한 털끝만치도 설명할 수 없습니다. 그것은 오직 부처님과 부처님이라야 다하십니다.
장로 아난이여, 이 땅에는 중생들……(중략)……발 달린 중생·발 없는 중생·네 발 달린 중생·많은 발이 달린 중생·형체가 있는 중생·형체가 없는 중생·생각이 있는 중생·생각이 없는 중생·생각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닌 중생들이 살고 있습니다. 이 세계와 저 세계·천 세계나 백천 세계·한량없고 끝없는 일체 세계 중에 사는 중생들이 모두 성불하여 그 모든 세존이 억백천 나유타 겁 동안 부처님의 공덕을 말하여도 한 털끝만큼도 다하지 못합니다. 부처님께서는 모두가 이만큼의 공덕을 갖추셨습니다."
그리고 불공견은 게송으로 말하였다.
장로 아난타여, 법왕께서 저기 오시는데
일체 세간 중생으로서 공양하지 않는 이가 없었습니다.
수승한 불꽃을 내는 광명의 주인 공덕을 다 셀 수 없으며
가장 수승한 이로운 말과 참된 말과 나지 않은 말과
진실한 말과 망령됨이 없는 말과 다름이 없는 착한 말로
미묘한 소리를 내어 큰 지혜를 잘 선설하시며
몸과 입과 뜻이 청정하여 어떤 악도 생각지 않으십니다.
여래의 수승한 계율과 선정과 으뜸 지혜와 해탈과
해탈지견 등과 위의는 항상 사의키 어려우며
위없는 신통과 지혜로 이롭게 함이 비할 데 없으며
때묻지 않는 행을 잘 얻고 가장 미묘한 변재를 얻으신
인간 중에 가장 존귀하신 분 생사를 구족하게 아시고
모태에 머물 때부터 이미 비할 데 없으시며
어머니의 종족 또한 그러하시고 사의치 못할 특수한 상과 80종호를 갖추사
얼굴이 몹시 특수하시고 단엄함이 비할 데 없으며
의혹 없는 마음을 구족하시고 사(捨)와 대사도 그러하십니다.
일체 욕(欲)과 5식(識)을 벗어나 갖추지 아니함 없으시며
지혜와 뛰어난 6통을 증득하시고 4무애(無礙)를 구족하시며
한량없는 지견과 사의키 어려운 모든 신통 변화를 갖추셨으며
사마타와 비바사나로 모두 다 피안에 건너가셨습니다.
희사를 이루고 때를 여읜 주인이시여. 위의가 항상 자재하시고
모두 중에 큰 신왕(神王)이신 부처님께서 서서히 저기 오시는데
집착 없이 가타(伽陀)를 닦아서 10력지(力智)에 머무르시고
자비를 행하여 법의 광명과 수승한 지혜의 말씀을 하실 것입니다.
큰 바닷물의 끝없이 깊고 넓은 수량은 알지라도
부처님의 청정한 계율과 선정의 끝은 측량치 못하리니
억천 겁을 지나도록 그 한계를 알지 못하리이다.
손으로 수미산을 집어서 위로 던져 범천에 이르게 할지라도
여래께서 맨 처음에 드셨던 몹시 깊은 선정은 움직이지 못하며
허공 가운데 노닐며 그 끝을 알지라도
여래의 무너지지 않는 지혜는 헤아리지 못하리이다.
발로 허공을 밟아서 그 한계를 다할지라도
때를 여의고 속박을 버리신 사람 중에 존귀한 분은 측량치 못하리이다.
해가 떠서 어둠이 가시면 좋고 나쁜 모든 빛을 보게 하듯이
부처님께서는 어리석은 어둠을 없애 주십니다.
비유컨대 달이 뚜렷하면 일체가 모두 기뻐하듯이
법의 달 광명왕은 보는 이가 모두 기뻐합니다.
밤에 밝은 등불을 켜면 눈 있는 이는 다 보듯이
부처님의 비할 데 없는 등불은 법의 광명을 연설하십니다.
부처님 법의 등불은 모든 어둠을 잘 멸하며
자연 법을 선설하시어 중생에게 널리 들려주시며
지혜로운 의원이신 부처님께서는 솟는 샘과 같이
법의 약으로 모든 병을 소멸하여 일체 즐거움을 보시하십니다.
비유컨대 큰 용왕이 감로를 널리 내려서
이 대지를 골고루 다 젖게 하듯이 크게 자비하신 세존의 법비[法雨] 또한 그렇습니다.
비유컨대 사자의 소리를 다른 짐승 모두가 두려워하듯이
여래의 우레 같은 법음도 모든 외도를 항복시킵니다.
비유컨대 크고 견고한 배가 일체를 실어 나르듯이
부처님께서는 수억의 중생을 저 네 성인[四流]의 언덕에 제도하며
비유컨대 우람발꽃을 기특하고 희유하다 찬탄하는데
인간 중에 존귀한 분 이보다 만나기 어려워 일체 모든 세간이 항상 귀의하는 곳입니다.
하늘의 희견성(喜見城)에 파리질다꽃은
향기를 펴고 광채를 드리워 모든 하늘이 노닐고 즐기는데
부처님께서는 저보다 더 상호가 미묘하십니다.
세존께서 이미 저에게 모든 신통 변화를 나타내셨으므로
제가 이제 모든 부처님의 공덕을 조금이나마 선설하였사오니
제가 닦은 이 업을 중생을 이롭게 하는 데 베푸소서.
7. 여래신력증정설품(如來神力證正說品)
이 때 세존께서 금빛 손으로 불공견보살의 이마 위를 만지시고 넓고 긴 혀를 내서 말씀하셨다.
"훌륭하다, 훌륭하다, 그대 불공견이여. 여래·응공·정변지의 진실한 공덕을 잘 말하였나니, 진실로 네가 말한 대로이다. 또한 불공견이여,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편안하지 못하고 구제해 줄 이가 없으며, 귀의할 데가 없고 나아갈 방향이 없으며, 주인이 없는 중생에게 여래께서 세간에 나오시어 편안하게 해 주고 구제해 주고, 귀의처가 되어 주고 방향을 잡아 주고, 주인이 되어 주신다'고 하면, 바른 말을 했다고 하리라. 또한 불공견이여,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여래께서 세간에 나오시어 사의치 못할 변재와 끝없는 변재로 말씀하신다'고 하면 바른 말을 했다고 하리라. 또한 불공견이여,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일체 중생은 탐욕과 성냄과 삿된 소견을 깊이 집착하는데, 여래께서 세간에 나오시어 탐욕 등 병폐를 모두 제거하셨다'고 하면, 이것을 바른 말을 했다고 하리라. 또한 불공견이여,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일체 중생은 질투와 속박과 때에 집착하는데, 여래께서 세간에 나오시어 모두 제거하여 끊게 하셨다'고 하면, 바른 말을 했다고 하리라.
또한 불공견이여,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일체 중생은 남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스스로 부끄러운 줄도 모르는데, 여래께서 세간에 나오시어 중생으로 하여금 부끄러운 줄 아는 마음을 갖게 하셨다'고 하면, 바른 말을 했다고 하리라. 또한 불공견이여,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일체 중생은 인색하고 거만함에 깊이 집착하는데, 여래께서 세간에 나오시어 인색함과 거만함을 모두 끊어 없애게 하셨다'고 하면, 바른 말을 했다고 하리라.
또한 불공견이여,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일체 중생은 자애로움[慈]도 없고, 가엾이 여기는 마음[悲]도 없고, 기뻐하는 마음[喜]도 없고, 평등한 마음[捨]도 없어서 선하지 못한 나쁜 생각만 하는데, 여래께서 세간에 나오시어 모두 4무량심(無量心)과 이롭게 하는 마음과 선한 생각을 구족하게 하셨다'고 하면, 바른 말을 했다고 하리라. 또한 불공견이여,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일체 중생은 모든 선근이 없는데, 여래께서 세간에 나오시어 일체를 교화하여 선한 업을 심게 하셨다'고 하면, 바른 말을 했다고 하리라.
또한 불공견이여,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5탁악세(濁惡世)에는 중생의 병이 늘어나는데, 여래께서 세간에 나오시어 안락을 주신다'고 하면, 이 사람이 말한 것이 바로 내가 말한 것이다. 무슨 까닭이냐 하면, 내가 악세에 나서 설법하여 모든 중생을 이롭게 하기 때문이다."
여래께서 불공견보살의 이마를 만지실 때 잠깐 동안에 이 세계 중생이 부처님의 신력을 받아 모두 동방 청정한 부처님의 국토에서 한량없고 끝없는 아승기 부처님을 보았으며, 모든 부처님께서 설법하시는 소리를 들었다. 이와 같이 해서 남방……(중략)……손바닥에 놓여 있는 암마륵과(菴摩勒果)를 보듯이 일체 중생이 시방에서 다 청정한 부처님의 국토를 보았다.
또한 잠깐 동안에 여래·세존·응공·정변지께서 금빛 손으로 불공견보살의 이마를 만지신 뒤에 부처님의 위신력으로 지난 옛적 가장 수승한 원력을 나타내어 곧 상방(上方)의 청정한 부처님 국토에 한량없고 끝없는 아승기 수의 이미 멸도하신 부처님을 보게 하시고, 또 삼매를 받아 지닌 힘으로 미래의 모든 부처님을 보게 하셨다. 이 때 불공견은 모든 부처님을 본 뒤에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고 합장하고 공경하면서 부처님세존께 게송으로 여쭈었다.
삼천대천세계의 물이 얼마나 되는지 아는 사람도
선서·조어사·세존의 계품(戒品)은 헤아리지 못하리니
오랜 겁 동안 생각해도 그 끝을 측량치 못하리이다.
용맹스럽고 건장한 사람이 수미산을 한 번 불어 흔들지라도
부처님께서 드신 첫 번째 선정은 천 겁토록 흔들지 못하리이다.
발로 허공을 밟아서 허공 끝을 아는 이라도
겁을 다하는 동안에도 부처님의 지혜를 헤아리지 못하리이다.
모양도 없고 한량도 없는 허공을 거센 바람이 움직이지만
번뇌가 없으신 세존의 그 변재 꺾을 자 없으리이다.
해가 허공을 비추면 그 빛이 매우 환하듯
거룩하게 빛나는 부처님의 상호는 일체를 비추십니다.
달이 별 가운데에서 뛰어나 원만한 광명이 매우 좋듯이
달 같은 법왕(法王)께 일체가 모두 귀의합니다.
비유컨대 우담발라꽃이 세간에 희유하듯이
조어사·천중천은 그보다 만나기 어렵나이다.
이제 부처님께서 저를 불쌍히 여기사 저의 이마를 만져 주셨나이다.
금빛 백복(百福)이 장엄하시고 일체를 어여삐 여겨 이롭게 하시며
진리를 깊이 아시고 공덕을 모두 구족하신 분
부처님께서는 잘 말씀하시어 논하는 자 중에 으뜸이시며
시방세계에 다 들리도록 불가사의한 음성으로 연설하시는
부처님께서 저를 어여삐 여기사 이마를 만져 주실 적에
가장 수승하신 세간의 왕을 항하사만큼 보았습니다.
사람 중에 크게 깨달으신 분께서 잠깐 동안 저의 이마를 만지실 적에
아미타불과 같은 항하사 부처님을 모두 보았으며
하늘 가운데 높으시고 이롭게 하시는 분께서 잠깐 저의 이마를 만지실 적에
부동(不動)세계의 아촉(阿閦)부처님을 보았으며
대비(大悲)를 행하시는 분께서 잠깐 동안 저의 이마를 만지실 적에
멸도하신 부처님 일체 세간의 스승을 보았으며
대자(大慈)를 행하시는 분께서 모든 근기를 잘 다루시니
저는 옛적 원력에 힘입어 이마를 만져 주신 그 순간
과거 미래의 부처님과 시방의 불가사의한 세존을 보았으며
불안(佛眼)으로 조복하시는 세존께서 저의 이마를 만지실 때도
지난 생의 묘한 원력으로 청정한 국토를 보았나이다.
여래는 불가사의라 신통도 그러하고
지혜와 선정의 모든 공덕도 모두 측량치 못하나이다.
세존께서는 자비로운 까닭에 불쌍히 보시고 교화하시나이다.
여래께서 금빛 손으로 저의 이마를 만지실 적에
시방 부처님의 항하의 모래와 같은 금탑을 보았으며
또한 시방세계 무수한 모든 여래의
수승한 은 보배 탑에 온갖 빛깔로 장엄하고
백천 가지 기악으로 끊임없이 공양함을 보았으며
제가 또한 다른 국토에서 금과 은과 파리(頗梨)로 된
부처님들의 갖가지 탑을 보니 각각 높이가 1유연이고
묘사할 수 없을 정도로 단엄하고 몹시 정묘하였나이다.
모든 모니탑(牟尼塔)을 보았사온데 갖가지 7보로 장엄하였고
허공에서 하늘 꽃이 두루 퍼져 내렸나이다.
또한 높이가 12유연이 되는 수승한 탑을 보았사온데
등명(燈明)부처님의 청정한 광명이 모든 국토에 비추는 것을 보았나이다.
제가 또한 곳곳에서 사의치 못할 모든 탑을 보았고
또한 다른 부처님께서 손으로 저의 이마 만지시는 것을 보았나이다.
부처님께서 부드럽고 연한 손으로 한 생각에 저의 이마를 만지실 적에
저 모든 여래께서 불국토에 편안히 머무심을 보았사온데
혹 공중에 계시면서 갖가지 모양을 나타내셨나이다.
또한 모든 보살이 의혹과 속박을 벗지 못하여
한량없는 부처님 국토에서 모든 고행을 닦아
낮과 밤으로 부지런히 수승한 보리 구하는 것을 보았나이다.
또한 곳곳에 무수한 보살이 항상 중생을 위하여 이로운 모든 일을 하고
몸을 태워 빛을 내서 도의 인연 구하는 것을 보았나이다.
또한 모든 보살이 부처님 앞에 머물러
멸도하신 부처님의 한량없는 보배 탑에 공양하여
보리의 이익과 큰 위덕을 구하는 것을 보았나이다.
시방에 법의 인연으로 등 심지처럼 몸을 태우고
밤낮으로 마음 닦아 밥 먹을 때도 게으르지 않은 것을 보았나이다.
또한 모든 보살이 나라와 성과 처자와
머리와 눈과 골과 뇌를 버려서 중생을 안락케 하는 것을 보았나이다.
저는 여기저기 다 보았으나 넓은 눈을 가지신 세존은
위력이 자재하시어 말로는 표현할 길 없었나이다.
내가 아는 바로는 세간에서 으뜸 되시는
천중천께서 불쌍히 여기사 손으로 저의 이마를 만지실 때
저 대중이 인간 중에 존귀한 분께 귀의함을 보았나이다.
8. 불공견권청품(不空見勸請品)
이 때 불공견보살마하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 고요한 방에 계신 지 이미 오래되셔서 여기 모인 대중이 모두 다 갈망(渴望)하여 자리를 이미 장엄하였사오니, 세존께서는 부디 모두를 불쌍히 여기시어 이 자리에 굽혀 나오소서."
불공견은 다시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합장하여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지금 묻고자 하는 것이 있으니 부디 조금만 설해 주소서. 제가 지극한 마음으로 듣고서 받들어 행하겠나이다."
부처님께서 불공견에게 말씀하셨다.
"그대 마음대로 묻거라. 의심을 결단해 주어 그대를 기쁘게 하고 모든 천신과 세간 사람들도 다 깨달아 알게 하겠노라."
그리하여 불공견이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보살마하살이 어떠한 삼매를 친근히 닦아야 법락(法樂)을 얻어서 그 마음을 길러 나갈 수 있겠나이까? 들어서 알고 있던 삼매를 큰 바다처럼 넓히고, 보리심을 수미산처럼 안정시킬 수 있겠나이까? 외도(外道)의 삿된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고, 걸림 없는 법에조차 집착이 없어서 더럽혀지지 않은 허공같이 될 수 있겠나이까? 아침 해와 같이 무명(無明)의 어둠을 깨뜨리고, 만월과 같이 법의 광명을 베풀고, 치열한 불꽃과 같이 모든 음(陰)을 태우고, 큰 불무더기와 같이 모든 번뇌를 태울 수 있겠나이까? 비유컨대 강과 바다 등 모든 물에 물의 족속이 의지하여 살듯이, 큰배가 저쪽 언덕에 건네 주듯 할 수 있겠나이까? 다리와 같이 중생을 생사 번뇌의 급류에 떨어지지 않게 하며, 파리질다라나무와 같이 모든 중생을 살리며, 7보리화(普提花)처럼 시방세계에 널리 향기를 풍기며, 우담화처럼 세간에 희유할 수 있겠나이까? 모든 병을 잘 치료하는 훌륭한 의원처럼 큰 자비로 널리 구제하여 병에 따라 약을 주며, 전단나무처럼 더운 고통을 사라지게 할 수 있겠나이까?
또한 큰비가 일체를 윤택하게 하듯이 수승하고 묘한 법은 향기로운 꿀맛과 같습니다. 사자왕같이 중생의 두려움을 없애 주며, 자비로운 어머니보다 더 중생을 안락하게 합니다. 법성을 깊이 알고 나아갈 길을 통달하게 하며, 선교방편과 법상(法相)을 얻게 하며, 바른 길을 잘 닦아 방편을 구족하게 합니다. 진실대로 설법하여 중생을 편안히 거두어서 그들의 생사 근원을 틔워 주어 일체 법성(法性)이 바다처럼 한 맛이 되고, 삼매가 큰산과 같이 안정되며, 제석의 당(幢)과 같이 도에 대한 마음을 움직이지 않게 합니다.
견고한 힘을 얻어 몸의 모양이 단정하고 엄숙하며, 몸가짐이 구족하여 물들고 더럽혀지는 일이 없으며, 족성(族姓)이 호걸스럽고 수승하며, 공덕이 구족하게 합니다. 끝없는 변재·집착 없는 변재·다름이 없는 글귀의 변재· 사의치 못할 변재·끝을 헤아릴 수 없는 변재·깊은 해탈에서 나오는 변재·수승함을 성취한 변재·항상 인욕(忍辱)하는 변재·점차 친근하는 변재·물음이 있는 변재·물음이 없는 변재·무너짐이 없는 변재·퇴전함이 없는 변재·매우 깊은 글귀를 갖가지로 말하는 변재·글귀와 글자를 매우 깊이 널리 말하는 변재·한량없고 끝없이 비유하는 변재를 얻게 합니다.
이와 같은 일체를 모두 다 구족하고서도 도를 얻지 못한 이가 있다면 그에게 도를 얻게 합니다. 범음(梵音)의 소리·마음을 기쁘고 즐겁게 하는 소리· 가릉빈가나 사자 등의 소리·큰 용과 우왕(牛王)의 소리·종 치고 북 치는 아름다운 소리·노랫소리·악기 소리·우레 소리 등을 얻게 합니다.
어떤 삼매를 친근히 닦아야 일체 세간의 공양을 받고 6통을 구족하여 피안에 이르며, 잊지 않고 기억하여 지니는 법을 얻으며, 모든 선근을 얻어서 용모나 몸가짐에 있어 중생의 본보기가 될 수 있나이까?"
불공견은 게송으로 물었다.
금빛과 백복(百福)이 장엄하시고 참다운 이치를 깊이 이해하사
어여삐 여겨 이롭게 하시는 분이시여, 저의 질문을 허락해 주소서.
어떠한 삼매를 닦아야 청정한 공덕을 구족하나이까?
사람 가운데 비할 데 없이 높으시고 모든 지혜가 능가할 자 없는 분이시여,
제가 이제 세간에서 가장 수승하신 위없는 주인께 묻사오니
어떠한 삼매를 행해야 사의치 못할 공덕을 얻겠나이까?
어떻게 해야 모든 보살이 사람 가운데 으뜸이 되어
가장 수승하고 적정한 선정을 부지런히 닦겠나이까?
이 삼매를 행한 뒤에 세간을 위해 이익을 지으며
어떻게 해야 저절로 큰 바다 같은 다문(多聞)을 얻겠나이까?
어떻게 해야 움직이지 않는 깊고 묘한 지혜를 얻어서
전륜산과 같이 부처님의 모든 공덕에 머물겠나이까?
어떻게 해야 저절로 허공같이 마음에 집착이 없고
모든 외도를 꺾어도 악한 마음을 일으키지 않겠나이까?
어떻게 닦아야 해나 달과 같으며
또한 어떻게 해야 저 큰 등불과 같겠나이까?
무슨 삼매를 닦아야 광명이 일체를 비추며
어떻게 해야 중생의 늙고 병드는 번뇌를 제거하며
어떻게 해야 일체로 하여금 고해(苦海)를 건너게 하며
어찌해야 발심해서 삼계의 높으신 분께 공경히 예배를 올리겠나이까?
어떻게 해야 하늘 꽃처럼 상호가 환히 나타나고
드물게 한번 나타나는 우담화보다 만나기 어려운 부처님을 뵙겠나이까?
어떻게 해야 의왕이 약을 주어 모든 병을 없애듯
모든 근기를 잘 다루어 계품에 편안히 머물게 하겠나이까?
어떻게 해야 법왕처럼 끝없는 공덕을 꾀하며
어떻게 해야 달고 깨끗한 꿀같이 원만하게 법을 보겠나이까?
어떻게 해야 사자의 소리로 중생을 이롭게 하며
어떻게 해야 자비로운 어머니처럼 중생에게 불가사의한 즐거움을 베풀겠나이까?
어떻게 해야 네 가지 변재를 얻고 매우 깊은 보리를 행하겠나이까?
저에게 가장 수승한 위없는 으뜸 도를 말씀해 주소서.
어떻게 해야 집착 없는 큰 지혜를 말할 수 있겠사오며
어떻게 해야 옳은 선교방편으로 사의치 못할 법을 얻겠사오며
선교방편을 잘 알고 세간법과 출세간법을 알겠나이까?
어떻게 해야 뜻을 얻고 어떻게 해야 도를 얻겠사오며
어떻게 해야 잊지 않고 기억하며 어떻게 해야 편안함이 구족하겠나이까?
어떻게 해야 깊고 넓은 큰 바다같이 다문(多聞)을 얻겠사오며
어떻게 해야 모든 부처님의 진실한 공덕을 말하겠나이까?
어떻게 해야 중생의 생사 근원을 말하며
어떻게 해야 한 맛인 바닷물처럼 모든 법이 다름없음을 말하겠나이까?
어떻게 해야 삼매가 산처럼 움직이지 않으며
제석의 깃대와 같이 보리심이 편안하고 고요하겠나이까?
어떻게 해야 모든 사의치 못할 보리를 얻으며
어떻게 해야 단정하고 엄숙하여 모든 위의를 성취하며
어떻게 해야 호걸스런 종족이 되고 공덕의 법왕이 되겠나이까?
어떻게 해야 끝없는 변재와 집착 없는 변재를 얻으며
어떻게 해야 사의치 못할 글귀의 뜻을 성취하나이까?
세간의 의지처 되시는 부처님께서는 부디 저를 위해 분별해 주소서.
어떻게 해야 가장 수승하여 능가할 이 없는 위없는 자가 되겠나이까?
집착이 없는 말과 잃음 없는 말과 인욕의 말과
친근한 말과 사의치 못할 말과 물음이 있고 물음이 없는 말 등
범음과 마음을 기쁘게 하는 소리와 가릉빈가의 선하고 묘한 소리를 얻으며
보살의 행을 닦겠나이까? 세존께서는 부디 저에게 가르쳐 주소서.
어떻게 해야 사자와 큰 용과 우왕(牛王)의 소리를 얻으며
어떻게 해야 종소리와 악기와 노래와 아름다운 소리를 얻겠나이까?
어떻게 해야 총명한 지혜를 얻을지 부디 부처님께서는 말씀해 주소서.
어떻게 해야 설법하는 일에 항상 싫증을 내지 않으며
모든 공덕을 무너뜨리지 않고 항상 우레 같은 소리로 연설하겠나이까?
어떻게 해야 갖가지 매우 깊은 법을 선설하며
어떻게 해야 모든 비유로 6통의 이름을 잘 말하며
어떻게 해야 법을 잃지 않고 백천 년 동안 생각하여
게으름 피우지 않고 부지런히 닦겠나이까?
선법에 넓은 눈을 가지신 부처님께서 시방세계를 위하여
부사의법 닦는 것을 말씀해 주시면 모든 지혜로 의심치 않고
나아가 해탈을 구하겠나이다. 그러므로 제가 오늘 여래께 묻나이다.
이 때 불공견보살마하살은 저 조작 없는 신통의 힘으로 허공 가운데서 세존의 위에다 저절로 하늘의 묘한 보배 일산을 변화하여 나타나게 하였는데, 7보로 장엄하여 갖가지로 미묘하였다. 이 일산에다 갖가지 꽃을 뿌리고 부처님을 세 바퀴 돌고 이마 위에 머물러 있었다. 그 꽃이 기울어지면서 부처님 세존을 공경히 향하였고, 곧 그 꽃 속에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모든 하늘이나 세간 사람 중 짝할 이 없는
큰 성인이신 정각, 양족존께 귀의하옵나이다.
그 때 이 꽃이 부처님 발 위에 떨어졌다가 다시 솟아올랐다. 솟아오른 뒤에 저절로 삼천대천세계에 두루 흩어졌다. 또 일산 속에서 전단(栴檀) 가루가 내려와 공중에서 어지럽게 부처님 위로 떨어지더니 잠깐 사이에 갑자기 사라지고 향기가 대천세계에 넘쳤다. 이 향기를 맡는 중생은 모두 몸과 마음이 편안하여 마치 보살이 4선(禪)의 즐거움을 얻은 것과 같이 쾌락을 얻었다.
불공견은 신통을 나타낸 뒤에 부처님께 여쭈었다.
"어떻게 해야 보살이 큰 지혜와 빠른 지혜와 용맹스럽고 예리한 지혜와 모양이 없는 지혜와 매우 깊은 지혜와 넓고 큰 지혜와 널리 두루한 지혜와 두렵지 않은 지혜를 얻겠나이까? 어떻게 해야 위없는 선근을 얻어 마음이 금강(金剛)같이 되어서 모든 법의 모양을 무너뜨리며, 몸과 마음이 큰 바다와 같이 부드럽고 연하며, 마음이 반석(盤石)과 같이 계품을 헤아리기 어려우며, 마음이 산왕과 같이 부드럽고 온화하며 정직하고 단정하고 엄숙하며, 마음이 대지와 같이 모든 선한 법을 거둬들여 일체를 편안하게 하나이까? 어떻게 해야 다른 것을 믿지도 않고 남의 잘못을 탓하지도 않으며, 선법으로 가는 길을 만나 모든 법에 편안히 머무르며, 위없는 세존께 바로 향하여 비방하지 않으며, 태어날 적마다 항상 부처님을 떠나지 않고 뵙게 되나이까? 어떻게 해야 이 세계에 머물러 딴 곳의 한량없는 모든 부처님을 뵈옵고 법을 듣고 수행승을 만나며, 또한 청정한 국토를 섭취하며 항상 선근을 얻어 자기도 이롭고 남도 이롭게 하나이까?
이런 것 때문에 제가 이제 세존께 묻나이다. 제가 중생을 해탈시켜 이롭게 하고 보살에게 사의치 못할 법을 얻게 하여 선근을 구족하게 하기 위해 여래께 묻습니다. 저 승나(僧那)와 인고(忍苦)의 큰 갑옷을 입고 일체를 어여삐 여기는 까닭에 여래께 묻습니다. 모든 중생을 이롭고 즐겁게 하기 위해 큰 서원의 갑옷을 입었지만 중생상(衆生想)이 없으며, 생사에 빠진 중생을 제도하고자 하되 생사상(生死想)이 없습니다. 제가 항상 이와 같이 중생을 이롭게 하나이다. 그러므로 제가 이제 여래께 묻나이다.
세존이시여, 제가 모든 중생의 처소에서 그들을 파괴하려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으며, 또한 성내고 꾸짖고 비방하고 헐뜯고 가볍게 여기고 능멸하는 마음이 없습니다. 애초에 시기하고 한을 품고 성내고 거스르고 원망하고 잊어버리려는 마음이 없습니다. 또한 질투하지 않고 독한 마음을 품지도 않고 자비를 행하나이다. 제가 이와 같은 모양으로 대승을 닦아 중생을 이롭게 하려고 여래께 묻나이다.
세존이시여, 제가 이제 중생을 위하는 까닭에 5욕락을 여의고 모든 괴로움을 참아내 모든 즐거움을 베풀며 모든 중생을 위해 법의 광명을 짓나이다. 세존이시여, 제가 안과 밖 모든 법에 마음으로 인색하고 아끼는 일이 없습니다. 제가 이와 같은 이유로 중생을 이롭게 하려고 여래께 묻나이다.
세존이시여, 제가 이제 큰 서원의 갑옷을 입었으므로 한 중생을 위하여 항하의 모래알처럼 많은 겁 동안 큰 지옥에 들어가서 모든 고통을 받더라도, 잠깐 동안이라도 위없는 보리심에서 물러나거나 그것을 잃지 않겠나이다. 그러기 때문에 제가 이제 중생을 이롭게 하려고 한량없는 아주 심한 괴로움을 모두 참고 받아 내서 보리심에서 물러나지 않고, 일체를 위하는 까닭에 여래께 묻나이다.
제가 이제 이와 같이 큰 서원의 갑옷을 입고 모든 중생을 위해 종[僕]이 되어서라도 그들을 이롭게 하려고 여래께 묻나이다. 세존이시여, 제가 이제 중생을 위해 머리와 눈과 골과 뇌 같은 것을 버려서라도 이런 괴로움을 모두 참고 보리심에서 물러나지 않겠나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여래께 묻나이다."
불공견이 게송으로 여쭈었다.
어떻게 해야 큰 지혜와 넓은 지혜와 빠른 지혜를 익히나이까?
제가 이제 그 때문에 부처님께 묻나이다.
어떻게 해야 매우 깊고 미묘한 큰 지혜와
가장 수승한 보리도를 얻나이까? 부디 부처님께서는 말씀해 주소서.
어떻게 해야 두려움 없는 지혜로 훌륭한 방편으로 어긋나지 않게 말하며
또한 금강 같은 마음을 얻어 법에 의혹을 내지 아니합니까?
어떻게 해야 부드럽고 온화하여 마음에 때와 물듦 없고
죽은 시체를 묵히지 않는 바다처럼 청정한 계율을 지키며
움직이지 않는 산처럼 불가사의한 마음을 얻나이까?
어떻게 해야 다른 것을 믿지 않고 또한 그의 잘못을 비웃지도 않으며
결정코 좋은 길을 행하고 악한 길은 모두 막아 버리며
견고한 뜻에 편안히 머물러 기쁜 마음이 무너지지 않겠나이까?
어떻게 해야 바른 생각을 얻고 번뇌를 조복하여
여기에 머문 채로 타방 국토의 부처님을 뵈오며
이미 설법을 듣고 수행하는 무리를 만나서
타방 국토의 부처님께 공양하기를 구하여
갖가지 묘한 꽃과 향을 마음대로 받들어 올리면서
이 세계에 머무시기를 바라며 끝없는 모든 국토를 보되
시방의 그 모든 국토에 부처님께서 신통 나타냄을 보게 되오리까?
제 스스로 중생을 이롭게 하려는 것이지 선우(善友)가 권한 것이 아니옵니다.
부끄러워할 줄 아는 마음에 안주하여 스스로 자기의 이익을 버리고
남을 이롭게 하는 까닭에 부처님께 묻나이다.
만일 부처님의 지혜를 구한다면 사의치 못할 선을 섭취해야 하므로
이런 이익을 위하여 여래께 묻나이다.
집착이 없으신 부처님이시여, 무슨 삼매를 닦아야
이같이 중생을 위하여 큰 서원을 내어
모든 중생의 갖가지 심한 괴로움을 구제하며 또한 부지런히 수행하면서도 중생상이 없겠나이까?
이롭고 좋은 길을 위하여 여래께 묻나이다.
일체 중생에 대해 항상 평등한 마음을 일으켜 한 번도 분별하지 않고 항상 자비를 닦으오리까?
제가 그들을 이롭게 하려고 여래께 묻나이다.
어떠한 법을 가까이해야 사의키 어려운 선정을 속히 얻나이까?
부처님께서는 이 선정을 말씀하시고 끝없는 공덕을 나타내 보여 주소서.
제가 큰 서원을 내어 한 중생이라도 이롭게 하기 위해
사의치 못할 겁 동안 항상 태워지고 볶이는 괴로움을 받겠나이다.
일체 중생 모두가 잘 길이 안락을 얻어
영원히 허깨비 같은 의혹 없이 항상 정직한 뜻을 닦게 하며
항상 안의 법과 바깥 법을 버리고 모든 중생을 섭취하여
이익을 주기 위해 부처님께 묻나이다.
성내지 않고 나쁜 말과 비방과 한을 맺는 일들을 하지 않으며
자신은 괴로움을 참고 남을 위해서는 종이 되겠나이다.
그러므로 제가 큰 위덕이 있는 세존께 묻나이다.
항상 기쁜 마음으로 부지런히 보살행을 닦아서 한량없는 머리를 버려 수승한 보리를 구하며
세간을 이롭게 하기 위해서라면 눈과 손과 발까지도 버리겠나이다.
중생이 생사에 떨어져 어리석고 어두워 지혜가 없으니
무슨 방편으로 그들을 구제하여 영원히 해탈을 얻게 하오리까?
사랑하는 처자와 보배롭고 묘한 그릇과 의복과
금과 은과 파리 구슬과 수 없는 보배 뭉치들을 버려서
바른 도에 나아가게 하기 위해 여래께 묻나이다.
지혜를 베푸는 일 싫증내지 않고 법을 듣는 일에도 그러하며
조용한 수행처에 머물러 게으름과 퇴굴심이 없겠나이까?
이런 이익을 위하여 여래께 묻나이다.
항상 좋은 가르침을 구하고 악을 들으면 항상 버려서
모든 중생들에게 애초에 선하지 못한 생각이 없게 하겠나이까?
이런 이익을 위하여 여래께 묻나이다.
자비로운 마음으로 중생 보기를 어머니가 외아들 생각하듯 하며
원수에게 원수 갚을 생각을 않고 도리어 어여삐 여기는 마음을 내어
일체를 이롭게 하기 위한 까닭에 부처님께 묻나이다.
모든 복된 과보를 얻든지 설사 얻는 바가 없든지
중생을 위하여 큰 위의 갖추신 세존께 묻나이다.
제가 부처님께 청하옵건대 작은 복이라도 얻게 된다면
이 업의 과보로 보리 선정 속히 얻게 하소서.
보살염불삼매경 제4권
9. 찬삼매상품(讚三昧相品)
이 때 세존께서 불공견보살마하살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다, 훌륭하다, 불공견이여. 너에게 권하는 이가 없어도 모든 중생을 위하여 이렇게 삼매를 묻는구나. 중생을 해탈시켜 이익을 줄 수 있도록· 중생이 사의치 못할 청정한 선근을 구족하도록·중생이 삼계의 가장 수승한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중생이 삼계의 모든 것을 뛰어넘을 수 있도록·중생이 유위법(有爲法)에서 좋은 뜻을 얻을 수 있도록·중생이 법에 따르는 것을 깊이 알아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중생이 매우 깊은 법의 뜻을 확실히 알 수 있도록·중생이 설법에 대해 존경심을 갖도록·중생이 보시를 중요하게 생각하도록·중생이 모든 유(有)를 떠날 수 있도록·중생이 위없는 계율에 나아가도록·중생이 인욕을 구족하도록·중생이 부지런히 정진하도록·중생이 선정을 얻도록·중생이 깊은 지혜와 금강 같은 마음으로 선정을 잘 닦을 수 있도록·중생이 마음의 티끌을 여의도록·중생이 마음을 잘 거두어들이도록·중생이 제석의 깃대처럼 움직이지 않는 마음을 갖게 하도록·중생이 법과 법의 내용을 중요하게 여기도록·중생이 몸과 목숨을 아끼지 않고 모든 수행에 싫증을 내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이런 인연으로 여래에게 물은 것이리라."
이 때 세존께서 불공견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이제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하거라. 내가 너에게 분별해 주겠다."
이 때 불공견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그러십시오. 세존이시여, 기쁘게 듣겠나이다."
불공견에게 말씀하셨다.
"모든 부처님께서 보살이 행하는 염불삼매를 말씀하셨으므로 이 삼매는 모든 보살들이 항상 가까이하여 부지런히 닦아야 한다. 이 삼매를 닦은 뒤에는 법을 안락하게 보는 눈이 자라나며, 탐(貪)·진(瞋)·치(癡) 없는 마음이 늘어나며,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과 6신통 등이 늘어나며, 모든 부처님을 뵙는 능력이 늘어나며, 수 없는 청정한 부처님의 국토가 늘어난다. 지난 생에 겪었던 생사의 인연을 알고, 모태에 청정하게 머물고, 어머니의 종족이 뛰어나며, 미묘하고 훌륭한 대인의 모습을 얻으며, 출가(出家)와 사(捨)와 대사(大捨)를 구족한다. 중생의 행(行)이 끊임없이 이어짐을 알며, 많이 들어서 얻은 지식으로 세간법과 출세간법을 구족한다. 온갖 선법이 있는 곳을 얻고 세간에서 비할 데 없는 법을 잘 배운다.
또한 일체 법을 솜씨 좋게 설명하고 앞 글자 뒤 글자로 이어지는 문장의 뜻을 분명히 아는 지혜를 갖추며, 마음을 잘 굴리는 신통 변화를 얻는다. 허물과 환란을 잘 알고, 광대(廣大)한 힘을 얻는다. 타방의 모든 보살들과 중생들이 정미로운지 거친지, 흰지 검은지, 긴지 짧은지, 큰지 작은지, 제자리에 있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안다. 부처님의 도를 이루지는 못했어도 나아갈 방향을 알며, 생각이 움직이지 않는 신통을 갖추었다. 항상 이름난 성(姓)과 높은 종족이 구족하며, 아름다운 모습과 위세(威勢)와 공덕이 구족하고, 범음(梵音) 같은 모든 변재 등이 위에서 말한 대로 구족하지 않은 것이 없다.
여래의 출생과 같이, 날 것 없는 데서 태어나되 항상 변두리가 아닌 중앙(中央)의 나라에 태어나고, 타방 세계를 두루 다니면서 모든 부처님의 처소에서 바른 법을 묻고 받아 지녀서 그 법에 기꺼이 머문다. 혹은 시방 국토를 다니면서 모든 여래를 뵙고 공경하며 공양하나니, 그런 저런 보살은 공덕이 구족하다."
이 때 세존께서는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불공견보살이여, 묘한 삼매왕이 있는데
나는 지혜의 힘에 머물기에 이 삼매를 깊이 아노라.
보살이 이 삼매를 닦으면 시방 부처님을 뵈옵고
6통의 피안에 이르러 보리도를 빨리 얻으며
모든 청정한 국토를 보고 생사의 인연을 전부 알며
태에 머무름이 비할 데 없고 어머니의 종족 또한 수승하며
모든 법의 행을 잘 닦고 상호가 모두 구족하며
출가하여 모든 사랑과 인간·천신의 욕(慾)을 버리고
세간을 이롭게 하려고 보리도를 구하며
호걸스런 집안에 태어나고 영원히 감로의 경계에 이르며
6신통을 구족하고 참된 지혜를 원만하게 말하며
많이 들어서 바른 법을 잃지 않고 큰 자재를 얻으며
다문(多聞)이 바다보다 넓고 들은 대로 모두 수행하며
모든 결정한 뜻을 구족하고 중생의 근본을 알며
세간과 출세간의 선법에 나아갈 바를 배워 익히며
총명하고 예리한 지혜를 얻어 무지한 업을 버리며
함이 있는 일을 버리고 함이 없는 법을 행하며
천안(天眼)의 지혜를 얻고 천이(天耳)로 모든 법을 들으며
숙세의 행을 기억하고 남의 마음과 뜻을 알며
가지가지 묘한 신통한 일 나타내기 좋아하며
항상 마음을 잘 굴려서 밝은 해탈을 연설하며
10력(力)의 지혜를 틔워 세간을 널리 이롭게 하며
바른 자리와 아닌 자리, 모든 법의 귀결처를 알며
번뇌의 환난을 설명하고 항상 이 선정을 닦으며
나아갈 길을 완전히 알고 뜻대로 됨이 짝할 이 없으며
염력(念力)과 위력을 얻고 편안히 행하게 됨도 그러하며
종족이 가장 수승하고 아름답고 매우 맑은 모습을 갖추며
함이 있는 행을 버리고 모든 공덕을 무너뜨리지 않으며
그가 얻은 큰 위세 사람 중에 가장 수승하여
천신 중에 독보적으로 존엄한 천제석(天帝釋)과 같으니라.
비할 데 없는 소리와 웅장하고 용맹스럽고 위엄스런 소리를 얻고
올바르고 위대한 선인(仙人)이 되려면 이 삼매를 구할지어다.
용이 환희행(歡喜行)으로 전광(電光)을 널리 베풀고
달고 윤택한 비를 내려 대지를 적시는데
이 용이 노니는 경계를 진실로 사의치 못하듯이
만일 최상의 신통왕 삼매에 머무르면
용왕이 비를 내려 덕택이 일체에 미치듯이
갖가지 공양을 지어 끝없는 부처님께 바치리.
훌륭한 교법을 성취하려거나 최상의 말씀을 가까이하려거나
무위의 즐거움을 섭취하려면 마땅히 이 삼매를 닦을지어다.
온갖 깊은 해탈로 묘한 게송을 베풀어
모든 중생에게 안락 얻게 하려고
이 삼매를 항상 닦으면 부처님과 보살들
성문들을 떠나지 않고 타방의 국토를 보며
만일 이 국토의 세존과 타방의 부처님께
법을 묻고자 할진댄 이 삼매를 닦을지어다.
만일 사의치 못할 타방의 세존을 뵈옵고
그 모든 부처님을 가까이하여 그 빛을 받아 공양을 베풀며
모든 국토에 갔다 왔다 하고 무수한 공덕을 얻으려면
모든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깊은 삼매를 닦을지어다.
여기저기 태어나는 곳마다 항상 부처님을 만나 뵙게 되리라.
10. 정관품(正觀品)
이 때 불공견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보살마하살이 모든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보살염불삼매를 성취하려면 무슨 법을 닦아야 하나이까?"
세존께서 불공견에게 말씀하셨다.
"모든 보살이 모든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염불삼매를 닦고자 한다면, 모든 부처님을 가까이하고자 한다면, 아눗따라삼먁삼보디(阿耨多羅三藐三菩提)를 속히 얻고자 한다면, 확고한 마음에 편안히 머물러 확고하지 않은 마음을 영원히 버려야 한다. 아견(我見)의 마음을 버리고 무아(無我)의 마음을 알아서 이 몸을 물거품처럼 보아야 한다. 색음(色陰)을 파초(芭蕉)처럼 보아야 하며, 다음으로 수음(受陰)을 물 위의 거품처럼 보아야 하며, 상음(想陰)을 타는 불꽃처럼 보아야 하며, 행음(行陰)을 공중의 구름처럼 보아야 하며, 식음(識陰)을 환술로 만들어낸 허깨비처럼 보아야 한다.
보살이 이 삼매에 들고자 한다면 깊이 두렵다는 생각을 내고 또한 부끄러운 줄 아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을 버리고 두렵다는 생각을 일으켜야 하며, 부끄러운 줄 모르는 마음을 버리고 부끄러운 줄 아는 마음을 닦아야 한다. 사마타(舍摩他)와 비바사나(毘婆舍那)를 갖추어 방편의 지혜로 아(我)와 무아를 버리고 지혜와 해탈과 3공문(空門)을 닦아야 한다. 3수〔受 :고수( 苦受)·낙수(樂受)·불고불락수(不苦不樂受)〕가 일어나는 것을 깊이 알아야 하며, 3불선근(不善根 : 탐·진·치)을 여의어 삼매의 뭉치[聚]를 일으켜야 하며, 모든 중생을 내 몸과 같이 보아야 한다. 4념처인 신(身)·수(受)·심(心)·법(法)을 관찰해야 하며, 단식(搏食)과 촉식(觸食)과 사식(思食)과 식식(識食) 등 4식(食)의 병통을 관찰하여 4식을 없애는 상(想)을 지어야 한다.
또한 부정관(不淨觀)을 닦으면서 아울러 자(慈)와 비(悲)를 가지고 희(喜)에 편안히 머물러 사(捨)를 갖추도록 해야 한다. 모든 선정을 일으키되 집착하지 않으며, 또한 모든 법을 헐뜯지 말아야 한다. 이 몸은 환술로 만든 허깨비나 불꽃처럼 진실치 못하므로 장수를 좋아하지 말고 벗어날 생각을 해야 한다. 마음을 잘 방비하고 보호하며, 많은 지식을 배우고 법을 알았다 해서 교만심을 내서는 안 된다. 부지런히 보호하고 비방하지 않는다면 들어서 아는 재주와 법의 재주를 얻을 것이다. 법을 들은 뒤에는 그 뜻을 수호(守護)하며, 부처님과 법을 존중하고 승보(僧寶)를 공경하며, 선지식(善知識)을 가까이하고 나쁜 벗을 멀리 떠나야 한다. 세속 언론의 맛에 탐닉하지 말고 항상 아란야의 행을 여의지 말며, 항상 평등한 마음으로 중생을 어여삐 여겨 그들의 마음이 물러나지 않게 하고 질투심을 품지 않게 해야 한다. 모든 법을 측량하되 마음이 거기에 물들거나 속박되지 말며, 수 없는 모든 법을 분별해야 한다. 항상 매우 깊은 방등경전(方等經典)을 탐구하되 신심이 견고하여 의심을 내지 않고 항상 부지런히 정진하여 이 경전을 읽고 외운다면 이것이 바로 모든 부처님의 위없는 도이다.
모든 부처님의 공덕이 생기는 곳에 이와 같이 마음을 진실하게 하여 교만을 꺾고 지극한 뜻으로 들어서 바른 법을 길러 나가야 한다. 죽임과 도적질과 음란함과 게으름과 잘난 체와 시비(是非)하는 마음을 여의며, 참 나[眞我]를 인정하는 말과 삿된 비방을 여의고, 더럽고 어지러운 말을 제거하며, 모든 쟁론(諍論)을 없애야 한다. 마음이 보시와 계율과 인욕과 정진과 선정과 지혜 등 모든 바라밀(婆羅蜜)에 즐거이 머물러 이 모두를 다 구족해야 한다. 머리와 눈을 내주면서도 물러설 마음을 내지 않는 것이 네 가지 큰 족성[四姓]을 변경할 수 없듯 하며, 몸과 마음을 다해 부지런히 정진하되 몸과 목숨을 돌아보지 않아야 한다.
네 가지 공양(供養)에 집착하는 마음이 없어야 하며, 12두타(頭陀)의 행에 편안히 머물러 자기의 이익과 명예를 구하지 않고, 사랑에 얽힌 마음을 떠나야 한다. 4신족(神足)을 얻으며 4전도(顚倒)와 번뇌를 여의고 4류(流)를 건너며, 4위의(威儀)로 4념처(念處)를 닦아 5근(根)을 얻으며, 5력(力)을 수행하고 5결(結)을 여의고, 5욕복보(欲福報)의 경사를 구하지 않아야 한다. 5예심(穢心)을 버리고 5해탈을 닦으며, 5음(陰)을 잘 알고 6욕(欲)의 처(處)와 6신수(身受)를 버리며, 6애신(愛身)을 제거하고 6념(念)을 닦으며, 6식(識)의 분(分)을 알고 부지런히 6신통을 구하며, 7각의(覺意)를 닦고 7계(界)를 깊이 알아야 하니, 7계란 해계(害界)와 에계(恚界)와 출계(出界)와 욕계(欲界)와 색계(色界)와 무색계(無色界) 및 멸계(滅界)이다.
7사(使)와 7식(識)을 제거하며, 8나타(懶惰)를 여의고 8망어(妄語)를 버리며, 세간의 8법(法)을 알고 8대인각(大人覺)을 얻으며, 8해탈을 알고 8정도(正道)를 닦아야 한다. 중생의 9거처를 여의고 9만법(慢法)을 제거하여 9번뇌(煩惱)를 버리고, 희(喜) 등 9법(法)을 친근히 닦으며, 또한 부지런히 9차제정(次第定)을 익혀야 한다. 10불선(不善)을 버리고 10선(善)을 행하여 방편으로 부지런히 부처님의 10력(力)을 구해야 한다.
불공견이여, 내가 이제 모든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삼매를 대략 말하였으니, 부지런히 닦아서 부처님의 은혜에 보답할 생각을 하여라. 삼매를 배운 뒤에는 아눗따라삼먁삼보디에서 물러나지 않겠다는 마음을 얻나니, 이런 보살이라야 큰 지혜의 힘으로 중생을 위하여 이 삼매를 말할 수 있고, 그 나머지 성문은 관찰하고 설명하고 베껴 쓰고 받아 가지며 읽고 외우지 못한다.
관찰하고 베껴 쓰고 받아 가지며 읽고 외운다면 이 사람의 복업(福業)은 헛되지 않아서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셨을 적에 만나 뵈올 수 있다. 만일 모든 보살이 교화하고 받아 가진다면 보리의 도에서 물러나지 않는 마음을 속히 얻는다.
또한 불공견이여, 모든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염불삼매를 요법(要法)이라고 하는데, 모든 큰 성문조차도 행하지 못한다. 이 삼매를 듣는 사람은 미래세에 반드시 부처님을 만날 것이다."
이 때 세존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모든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깊은 삼매를 닦는 이는
법을 관찰하되 마음이 항상 이어져 이어지지 않는 생각을 떠난다.
음신(陰身)을 잘 관찰하여 아와 무아라는 생각을 여의고
견고하지 못한 이 몸을 물방울같이 여기고
허망한 이 몸을 환술이나 어린애의 말과 같이 여긴다.
색(色)을 뜬구름같이 보고 수(受)를 물거품과 같이 보며
상(想)을 더운 때의 불꽃같이 생각하고 행음(行陰)은 진실이 없는 것이라
파초와 같이 보며 5식을 환술과 같이 본다.
부끄러움과 두려움과 사마타와 비바사나를 닦아
부끄러움 없음을 여의며 아와 무아의 소견을 제거하고
지혜와 해탈과 세 가지 공문(空門)을 익히고
또한 3수(受)를 알며 세 가지 불선근을 여의고
항상 세 가지 선함을 배우고 가장 우수한 삼매를 구하며
부지런히 계율과 선정과 지혜를 수행하면 빨리 매우 깊은 선정을 얻느니라.
모든 사견(邪見) 등을 여의고 이 삼매를 익히며
세간 모든 쟁론을 여의고 항상 출세간의 법을 닦으며
신념처(身念處)를 관찰하고 수념처(受念處)와 심념처(心念處)도 관찰하며
법념처(法念處)에 의혹이 없으면 오래지 않아 이 선정을 얻느니라.
항상 선정과 해탈을 행하고 몸이나 수명을 아끼지 않으며
많이 듣고도 잘난 체하지 않고 모든 법을 비방하지 않으며
법을 들으면 마땅히 지니고 지닌 뒤에는 자세히 관찰하며
항상 모든 부처님을 공양하고 법과 수행자에게도 그렇게 하며
선지식에게 항상 그 은혜 갚을 생각을 하며
모든 나쁜 벗을 멀리하고 삿된 스승의 의논을 듣지 않으며
착한 이를 찬탄하고 항상 함께 놀 곳을 구하며
아란야를 멀리하지 않고 수승한 보리를 구하여
평등한 마음으로 중생을 대하고 모든 법을 헐뜯지 않으며
일체 법에 물들지 않고 진실한 법을 알며
그릇된 법 행하기를 여의면 오래지 않아 이 선정을 얻느니라.
일체 모든 악과 참 나가 있다고 보는 생각과
살생과 거만함과 음란함과 도적질과 헐뜯음과 게으름 등을 제거하며
모든 나쁜 말과 삿된 의논과 송사 등을 하지 않고
부처님의 법을 차례로 말하며 마땅히 이 삼매를 구하고
보시와 계율과 인욕과 정진과 선정과 지혜 등을
항상 부지런히 닦아서 이 모든 바라밀[度]을 성취하면
오래지 않아 이 공덕선정의 범행을 얻으리라.
만일 안의 몸과 밖의 재물과 권속을 여의면
오래지 않아 보리를 얻고 가장 적정한 삼매(三昧)를 얻으리라.
마음이 지(地)·수(水)·화(火)·풍(風)·공(空) 등과 같은 사람이 있다면
모두 다 이 묘한 삼매를 속히 얻을 것이며
만일 어떤 사람들이 몸과 마음이 단정하고
의복과 음식과 평상과 침구와 의약(醫藥)을 탐하지 않으면
이 사람은 빨리 이와 같은 삼매를 얻으리라.
4정근(正勤)을 성취하고 4여의(如意)를 구족하며
4전도(顚倒)와 4번뇌를 여의면 영원히 4류를 건너며
모든 수(受)를 버리고 5근력(根力)을 수행하며
5결(結)을 끊고 5욕의 보(報)를 구하지 않으며
모든 번뇌의 마음을 여의고 5해탈과
다섯 가지 법신(法身) 삼매를 닦으며 5음(陰)의 법을 진실히 알고
6화경(和敬)을 깊이 닦아서 공경하지 않음을 멀리 여의고
6촉신(觸身)을 버리며 6도(度)의 이어짐을 관찰하고
저 6수신(受身)을 여의며 6신통을 성취하고
6념처를 깊이 닦으며 부지런히 6식의 법분(法分)을 행하며
7보리분(菩提分)을 닦고 또한 7재(財)를 행하며
교만함 여의기를 생각하고 일곱 가지 사(使)를 끊어야 하나니
마땅히 이와 같은 행을 닦고 수승한 삼매를 구하며
저 7식을 여의고 이 8망어를 제거하며
항상 8정도를 닦으면 삼매를 얻기 어렵지 않으리라.
8대인각을 얻고 8해탈문을 행하며 세간 8법을 알면 수승한 지혜를 얻나니
이와 같이 항상 수행하면 삼매를 얻기 어렵지 않으리라.
스스로도 8번뇌를 여의고 다른 사람을 고뇌하게 하지 않으며
희(喜) 등 9법을 닦으면 그 다음엔 삼매를 얻는 것이며
총명한 지혜로 10악(惡)을 여의고 10선업을 수행하며
또한 10력을 따르면 삼매를 얻기 어렵지 않으리라.
항상 선한 법을 받아 갖고 선하지 못한 법들을 여의며
밤낮으로 항상 마음을 거둬들이면 삼매를 얻기 어렵지 않으리라.
이 삼매에 머무르면 사의치 못한 힘으로 말을 하나니
항상 부처님의 금빛 몸을 볼 수 있고 연설하시는 법을 들을 수 있느니라.
시방의 멸도하신 부처님과 현재의 부처님을 보려 하거나
미래세의 중생을 요익(饒益)하게 하려는 이는 최상의 오묘한 삼매를 닦아야 하리.
이 때 불공견보살마하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보살이 모든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염불삼매를 성취하려면 어떻게 그 마음이 계속 이어지게 하나이까?"
부처님께서 불공견에게 말씀하셨다.
"이 모든 보살이 지극한 마음으로 과거와 미래와 현재의 시방 일체 한량없는 여래·응공·정변지·명행족(明行足)·선서(善逝)·세간해(世間解)·무상사(無上士)·조어장부(調御丈夫)·천인사(天人師)·불 세존을 생각하면 중생이 생사에 왔다갔다하는 것을 다 알며, 모태에 구족하게 머물며, 어머니의 종족도 그러하며, 좋은 상호와 4비사라(毘舍羅)와 자비희사(慈悲喜捨)와 부끄러움과 두려움과 위의(威儀) 등의 행이 모두 구족하다.
사마타와 비바사나와 해탈지견과 모든 해탈문을 행함과 염처(念處)와 정근(正勤)과 신족(神足)과 5근(根)과 5력(力)과 7각(覺)과 8정도(正道) 등 법이 모두 다 구족하며, 옛적의 4류(流)와 태어남을 구족히 알며, 또한 중생의 근원을 구족히 알며, 모든 6통을 내고 큰 신족을 일으킨다. 계율과 선정과 지혜와 해탈과 해탈지견 중에 구족하지 않은 것이 없고, 거리낌없는 해탈과 거리낌없는 이익과 일체 좋은 법도 모두 구족하며, 색(色)과 마음이 청정하고, 경계와 지혜가 청정하며, 금빛 등 몸의 청정이 구족하나니, 이 보살은 이렇게 생각한다.
'모든 부처님 세존께서는 지극한 마음이 움직이지 않으시고 또한 집착 없는 마음에 편안히 머무셨다.'
또한 이와 같이 마음이 계속 이어짐을 관찰해야 한다.
'어떤 법들이 여래의 법인가? 색이 곧 여래인가, 색을 떠난 것이 여래인가? 만일 색이 여래라면 색을 지닌 중생이 색음(色陰)을 구족하였으니 이 중생도 마땅히 여래일 것이요, 색을 여읜 것이 여래라면 12인연을 제하면 어디에 여래가 있을 것인가?
또한 수(受)가 곧 여래인가, 수를 여읜 것이 여래인가? 만일 수가 여래라면 일체 중생이 수음을 구족하였으니, 이 중생도 마땅히 여래일 것이요, 수를 여읜 것이 여래라면 12인연을 제하면 어디에 여래가 있을 것인가? 상(想)과 행(行)과 식(識) 등도 그러한 것이다.
안근(眼根)이 곧 여래인가, 안근을 여읜 것이 여래인가? 만일 안근이 여래라면 일체 중생이 마땅히 여래일 것이요, 안근을 여읜 것이 여래라면 12인연을 제하면 어떤 것을 여래라고 하겠는가? 귀[耳] 등 모든 근(根)도 그럴 것이다.
4대(大)가 곧 여래인가, 4대를 여읜 것이 여래인가? 만일 4대가 여래라면 안팎의 4대 역시 여래일 것이요, 4대를 여읜 것이 여래라면 12인연을 제하면 어디에 여래가 있을 것인가? 지(地)·수(水)·화(火)·풍(風)이 다 그럴 것이다.'
보살이 이와 같이 계속 이어서 관찰한 뒤에 색음을 똑똑히 보면 여래가 아니요, 저 색음을 여읜 것도 여래가 아니다. 수음을 보아도 여래가 아니요, 수음을 여읜 것도 여래가 아니다. 상과 행과 식도 여래가 아니요, 상과 행과 식을 여읜 것도 여래가 아니다. 또한 안근을 보아도 여래가 아니요, 안근을 여읜 것을 보아도 또한 여래가 아니며, 이(耳)·비(鼻)·설(舌)·신(身)도 여래가 아니다. 색(色)·성(聲) 등을 보아도 여래가 아니요, 색·성 등을 여읜 것도 여래가 아니며, 향(香)과 미(味)와 촉(觸)을 보아도 여래가 아니요, 향과 미와 촉을 여읜 것도 여래가 아니며, 뜻과 법을 보아도 여래가 아니요, 뜻과 법을 여읜 것도 여래가 아니다. 4대를 보아도 여래가 아니요, 4대를 여읜 것을 보아도 여래가 아니며, 지·수·화·풍도 그러한 것이다. 보살이 이렇게 마음이 계속 이어지게 해서 일체 법을 관찰하여 방편의 지혜를 얻는다.
또한 불공견이여, 네가 무슨 법으로 위없는 도를 얻겠느냐? 몸으로 얻을 것이냐, 마음으로 얻을 것이냐? 만일 몸으로 얻는다면 이 몸은 청정하지 못하고 지각(知覺)이 없다. 마치 풀이나 나무나 기와나 조약돌과 같이. 그리고 보리는 색도 아니요, 형질(形質)도 있지 않으며, 그 모양이 공적(空寂)하여 볼 수 없는 법이다. 이 몸이 이미 풀이나 나무처럼 지각이 없는데, 어떻게 보리도를 얻을 것이냐?
마음으로 위없는 도를 얻는다고 하겠느냐? 그러나 마음은 환술로 지어낸 허깨비 같은 것이라 모양이 없는 것이며, 보리는 마음도 없고 색과 모양도 없다. 환술로 지어낸 허깨비 같은 것으로 어떻게 얻을 것이냐?
만일 모든 보살이 이렇게 알면 몸으로 위없는 보리를 얻는 것도 아니요, 마음으로 위없는 보리를 얻는 것도 아니요, 몸과 마음을 여의고 위없는 도를 얻는 것도 아니다."
이 때 부처님께서 불공견에게 말씀하셨다.
"이와 같이 여래를 관찰할지어다. 이렇게 관찰하는 것을 바른 관찰이라고 한다. 또 불공견이여, 보살이 이와 같이 끊임없이 법을 관찰하되 마음이 흔들리지 않고, 보살이 이렇게 깊이 알면 삼매의 법에서 물러나지 않는다. 또 끊기는 마음을 항상 떠나 빨리 위없는 보리를 얻는다."
세존께서는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마음과 마음이 서로 이어져 과거와 미래와 현재의
일체 부처님을 생각하면 오래지 않아 부처님을 뵈옵고
부처님의 큰 위력에 머물러 세간을 어여삐 여겨 이롭게 하며
사람 가운데 꽃이신 부처님을 생각하고
옛적의 생사와 태에 머무름과 어머니의 종족과
얼굴의 상호가 모두 구족하신 것을 생각하면 오래지 않아 부처님을 뵈올 것이며
부처님의 80종호와 숙세의 인연과
항상 가장 수승한 업(業) 모은 것과 바른 생각과 좋은 법의 뜻을 생각하며
부처님의 6신통과 큰 자재 신통을 생각하면
계율과 6정과 지혜와 해탈을 모두 다 성취하리라.
어떻게 해서 가장 수승하신 스승께서는 이 적정한 자리를 얻으셨는가 생각하며
세간을 사랑하시는 세존과 자비와 희사가 가장 높은 이와
부끄러워하는 힘과 두려움이 없으신 세간에 위덕(威德) 있는 스승을 생각하고
부처님의 사마타와 비바사나 등을 생각하며
또한 지혜와 해탈과 3공문(空門)으로 생각하며
정근 닦기를 생각하고 신족도 또한 그러하며
근력(根力)이 구족함과 보리분(菩提分)을 생각하며
부처님께서 생멸을 여의사 적정한 이곳을 얻으신 것을 생각하며
사의키 어려운 좋은 법과 색(色)과 수(受)가 모두 청정하심과
상(想)과 행(行)과 식(識)도 이와 같이 청정함을 생각하며
순금 빛 부처님의 몸과 집착 없는 마음에 편안히 머무심을 생각하고
어떤 법을 부처라 하는가를 관찰하되 마음을 가다듬어 항상 이어지게 해야 하리라.
색이 여래가 아니고 4음도 이와 같고
음을 여읜 것도 여래가 아니요, 상과 식도 그렇다고 생각하며
안근이 여래가 아니요, 귀 등의 법도 그러하며
안근을 여읜 것도 여래가 아니요, 5정(情)의 법도 그렇다고 생각하며
12인연을 생각하고 마음을 다루면 부처님을 뵈올 것이며
4대가 부처님이 아니요 이 4대를 여읜 것도 아니라고 생각하여
12인연을 깨달으면 부처님 뵈옵기가 어렵지 않으리라.
만일 부처님의 음(陰)이 여래라고 한다면
중생도 모두 음이 있으니 그들 또한 여래일 것이리라.
만일 근력〔5근(根)·5력(力)〕을 얻으려면 12인연을 생각할지어다.
음이 바로 부처는 아니요, 음을 여읜 것도 부처는 아니라.
지난 옛적 모든 인연을 끊임없이 항상 분별하나니
이렇게 해서 사의치 못할 지혜의 힘을 섭취해야 한다.
이 몸은 항상 지각없는 것이 풀이나 나무나 기와나 조약돌 같고
보리는 모양과 색이 없어 적멸하여 항상 나지 않는다.
몸이 보리에 닿지 않고 보리도 몸에 닿지 않으며
마음도 보리에 닿지 않고 보리도 마음에 닿지 않는데
능히 닿는 모양이 있음은 진실로 불가사의한 것이다.
이것이 부처님 세존의 가장 고요한 곳이어서
일체 외도와 모든 사견(邪見)을 잘 멸하는 것이다.
이 때 불공견보살마하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보살이 어떻게 해야 아견(我見)을 알고, 어떻게 해야 또한 이 소견을 여의나이까?"
세존께서 불공견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이 아견을 여의고자 하면 머무는 곳에 집착을 하지말고 의지할 데 없는 데 의지해야 한다. 법의 광명으로 일체 중생을 이롭게 하며, 법라(法螺)를 불고 큰 법고(法鼓)를 치고자 하며, 법선(法船)을 짓고 법교(法橋)를 세워 생사의 흐름에 빠진 모든 중생을 제도하고자 하며, 몸의 모양과 그것이 항상 이어지지 않음을 관찰하려 한다면, 이 몸은 청정하지 못하여 더럽고 나쁜 것이 가득 차고 고름과 피와 콧물과 침이 아홉 구멍에서 항상 흐르며 덧없이 무너져서 잠시도 머물지 못함을 알아야 한다. 위태롭고 믿기 어려우며 사랑할 만한 것이 아니며, 마치 어린애의 말과 같이 허망하고 무지한 것이다. 이 몸은 물거품과 같이 진실하지 못하여 비록 의복과 음식과 향기로운 것으로 장엄하고 온갖 보배로 꾸며서 백천 년 동안 그의 뜻대로 해 주어도 마침내 닳아 없어져 긴 세월 동안 아무 이로움이 없나니, 이러한 몸의 성질이 생사의 법이다.
또한 벌레나 짐승의 밥이 되고, 긴 시일을 지옥이나 축생이나 아귀(餓鬼)나 염라왕(閻羅王)의 처소에서 한량없는 괴로움을 받느라고 잠시도 쉬지 못하며, 긴 겁 동안 생사에 처하여 남의 종이 되어 만 가지로 부림을 받는다. 이 몸이 깊이 모든 고통을 받아도 처음부터 괴로움을 알고 괴로움의 집적(集積)을 끊으며, 적멸을 증득하고 도를 닦아서 모든 공덕을 행하지 못한다.
이 몸이 작기는 하지만 매우 많은 더러움을 받나니, 이 몸을 모든 중생에게 보시해야 한다. 목숨을 아끼는 이가 있거든 자기 수명을 보시하고, 힘이 필요하다면 자기 힘을 보시하며, 살이 필요하다면 살을 주고, 피가 필요하다면 피를 주어 요청하는 이에게 보시하되 구하지 않거든 주지 말 것이니, 저 사람에게 이로울 것이 없기 때문이다. 몸을 버리는 선한 마음의 인연으로 아견의 의혹을 제거하고, 무아를 알아서 이 몸을 버리는 데 머물도록 서원해야 한다. 이를 생각하고 관찰할 때 다시는 아견의 의혹에 집착하지 않아서 견고하지 못한 몸으로 견고한 몸을 닦아야 한다.
또한 불공견이여, 비유컨대 마을이나 읍(邑)에 어린아이가 많이 있는데 서로 어울려 마을을 나와 물가에서 놀 적에 물거품을 보고 모든 아이들이 앞다투어 가지고 놀지만 이 물거품은 그런 줄을 알지 못하며, 남의 놀잇감이 되었어도 아픔이 없는 것과 같다.
불공견이여, 그렇다. 만일 보살이라면 자기 몸을 관찰하여 이 마음이 저 물거품과 같이 분별이 없음을 아나니, 보살이 이렇게 관찰하면 오래지 않아 이 깊은 삼매를 얻을 것이며, 또한 위없는 보리를 속히 얻을 것이다."
세존께서는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가장 수승한 선정을 구하여 부사의한 보리를 얻으려면
영원히 아견(我見)을 여의고 항상 이 몸을 관찰하여라.
덧없고 괴로우며 청정하지 못하여 콧물과 침과 냄새나고 더러운 것들
아홉 구멍에서 흐르는 여러 더러운 것들 몹시 싫어할 만한 것이며
허망하고 거짓이어서 진실이 없나니 이것은 닳아 없어지는 법이며
번뇌에 빠뜨림이 환술과 같고 물거품과 같은 것이다.
이 내 몸은 위태로운 것이요, 종기가 모여 사는 굴택이며
모두 냄새나고 독하여 한 가지 것도 즐길 것이 없으며
길러서 조금도 이로울 것이 없고 마침내 벌레와 이리의 밥이 되나니
모든 안락의 도구와 공양의 도구로 이 몸에 공양하여도
마침내 썩고 멸하여 한 가지도 진실하지 못하며
끝없는 겁 동안 만 가지로 고통을 받는다.
지옥과 축생의 과보는 본래 괴로움을 받는 곳이어서
오랫동안 주림과 목마름이 더하여 헤아릴 수조차 없느니라.
모든 괴로움이 핍박하여 이 때문에 보리와 어긋나는 것이며
이 내 몸은 진실하지 못한 것이니 모든 중생에게 보시하리라.
법을 알기에 아까워하는 마음 없어서 필요하다면 곧 주겠노라.
이 생각을 한 뒤에 이 같은 말을 하느니라.
내 이제 이 몸을 버리겠으니 피와 살을 마음대로 가져라.
만일 목숨을 아끼는 이가 있거든 내가 목숨을 보시하여
몸을 없애 중생을 제도하여 빨리 삼매를 얻겠노라.
애써 물방울을 구하여도 견고하고 진실하지 못하듯이
나의 몸도 이와 같아서 진실함을 구하여도 얻지 못하리.
만일 이런 바른 관찰을 얻으면 보리도를 속히 이루느니라.
이 때 세존께서 바로 빙긋이 웃으셨다. 모든 부처님 여래의 법이 모두 이와 같아서 세존께서 빙긋이 웃으실 때 얼굴에서 파란색·노란색·붉은색·흰색·검붉은 색·파리(頗利)색 등 온갖 광명을 놓으셨다. 이 빛은 위로 범천에 이르렀다가 도로 내려와 부처님을 세 바퀴 돌고 다시 이마에 이르러 잠깐 사이에 갑자기 사라졌다.
장로 아난이 자리에서 일어나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어 합장하고 부처님을 향하여 게송으로 물었다.
가장 수승하신 부처님께서 미소하신 데에는 인연이 없지 않을 것이니
위없는 부처님께서는 부디 저에게 말씀해 주소서.
무슨 인연으로 빙긋이 웃으셨나이까?
금빛과 백복이 장엄하시고 진리를 잘 아시며
중생을 불쌍히 여겨 이롭게 하시는 부처님이시여,
무슨 인연으로 빙긋이 웃으셨나이까?
짝할 이 없이 사람 가운데 높으시고 가장 위여서 그보다 나을 자 없는
여래의 공덕은 청정하고 묘하여 티가 없으시나니 무슨 인연으로 빙긋이 웃으셨나이까?
성인에 머무시는 부처님은 일체가 귀의하는 분이시며
이미 모든 번뇌를 여의셨나니 청정한 조어사의 소리[調御音]로
저에게 미소하신 인연을 말씀하소서.
오늘 누가 이렇게 깊고 넓은 뜻을 얻었으며
누가 견고한 자리에 머물렀으며 누가 길상(吉祥)을 얻었나이까?
부처님께서 무슨 인연으로 빙긋이 웃으셨나이까?
일체가 귀의하는 부처님께서는 저에게 말씀하소서.
부처님께서 빙긋이 웃으신 인연을 듣고자 하나이다.
만일 거룩한 연설을 들으면 의혹이 영원히 없어지겠나이다.
이 때 세존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아까 끊임없이 이어지는 이 관법을 말할 때 3만 명이 법안(法眼)이 청정해졌고, 1만 백천억 나유타 하늘이 모두 때를 여의어 법안이 청정해졌다. 또한 3만억 나유타 비구와 비구니가 아나함(阿那含)을 증득하였고, 3만 비구와 비구니와 청신사(淸信士)와 청신녀(淸信女)가 무생인(無生忍)을 얻었으며, 3만 중생이 보리심을 깨달아 모두 보살의 행을 닦아 인존겁(人尊劫)에 모두 부처를 이룰 것인데, 이들은 처음으로 위없는 도를 얻겠다는 마음을 낸 자들이다. 또한 9만억 나유타 모든 중생들이 보리도에서 물러나지 않으며 부처를 얻게 되는데, 이름을 방광(放光)·이구존(離垢尊)·석가모니(釋迦牟尼)·일광상불(日光相佛)·월광명불(月光明佛)·천중존불(天中尊佛)이라고 할 것이며, 92억 나유타 중생이 성문의 마음을 내어 나한(羅漢)을 이룰 것이다."
세존께서 이 말씀을 하실 때 소리가 삼천대천세계에 진동하였다. 부처님께서 천안(天眼)으로 시방의 90억 백천 나유타 모든 부처님의 국토를 보셨는데, 그 가운데 중생들도 모두 여래께서 눈썹 사이로 놓으신 명염(明焰)이라는 광명이 시방을 두루 비춘 것을 보았다. 이를 본 중생들은 놀라서 털이 다 곤두섰다. 이 때 이 광명을 만난 저 국토의 한량없는 백천만 나유타 모든 중생들 중에는 수다원과(須陀洹果)와 사다함과(斯陀含果)와 아나함과(阿那含果)와 아라한과(阿羅漢果)를 얻은 이도 있었고, 많은 중생이 보리심을 내어 모두 위없는 보리에서 물러나지 않고 미래세에 부처가 되는데 모두 한가지로 호를 불퇴전(不退轉)이라고 하였다.
이 때 세존께서는 이 뜻을 환히 밝히시려고 거듭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내가 아까 마음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관법을 연설할 때
6만 중생과 99억 대중이
법의 이익을 들었기 때문에 보리의 마음을 내었고
또한 3만 명이 모두 다 성스러운 지혜 눈을 얻었느니라.
끊임없이 이어지는 생각과 적정(寂靜)한 보리를 들으면
이들은 모두 악도의 괴로움을 면할 것이리라.
8만억 모든 하늘이 이미 여래의 소리를 듣고
청정한 법안(法眼)을 얻어 영원히 악취의 괴로움을 벗어났으며
3만억 4부 대중이 생멸 없는 법인(法忍)을 얻고
모든 악도를 벗어나 다시는 괴로운 환난이 없고
봄철에 꽃이 피듯 부처의 도를 이루었으며
3만억 모든 사람이 보리의 도를 배웠는데
이 사람도 또한 모든 부처님의 큰 위력을 얻어
이미 위없는 도를 이루고는 세간을 어여삐 여길 것이며
6만 1천 천자(天子)가 보리를 배워
즐거움 가운데 즐거운 행이 미륵존과 같을 것이니라.
거리낌없는 부처님께서는 웃음으로 널리 이롭게 하나니
아난이여, 마땅히 알지어다. 모두 인연이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내가 오늘 빙긋이 웃었노라.
11. 미밀왕품(微密王品)
이 때 불공견보살마하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보살마하살이 어떻게 해야 부끄러움과 두려움 등 법에 편안히 머무를 줄 알아서 부끄러움 없음을 여의고 이 삼매를 얻나이까?"
세존께서 불공견에게 말씀하셨다.
"이 보살들이 부끄러워한다는 것은 몸으로 모든 악을 지으면 부끄러워하고 두려움을 품으며, 입과 뜻으로 짓는 악도 부끄럽게 생각하는 것이다. 질투와 게으름에 대해서도 그리하여, 만일 선하지 못한 마음이 일어나거든 모든 부처님을 공경하고 모든 천신과 세상 사람을 두려워하여 선하지 못한 법을 싫어하니, 부끄럽기 때문이다.
보살이 이렇게 하면 부끄러움과 두려움에 머물러 부끄러움 없음과 두려움 없음과 선하지 못한 모든 법을 여의고 부지런히 모든 선을 닦아 청정한 행을 얻어 조용하고 적정하며 3업이 구족하며, 오래지 않아 이 삼매를 얻고 태어날 적마다 항상 부처님을 만나 빨리 아눗따라삼먁삼보디를 얻는다.
또한 불공견이여, 기특하고 희유하다. 내가 자나온 과거 아승기 10만억 나유타 겁을 생각건대 처음 제3겁의 이름은 선생(善生)이었고, 다음에 또 한 겁이 있었는데 이름이 보거(寶炬)였으며, 다음에 또 한 겁이 있었는데 이름이 연화지(蓮花池)였다.
그 때 탁겁(濁劫)이 일어난 지 천 년 남짓해서 또 한 겁이 있었는데 이름이 낙주(樂住)였다. 그 때 이 겁 가운데 국왕이 하나 태어났는데, 이름이 승미밀(勝微密)이었다. 그는 큰 위덕이 있고 세력이 자재하였으며, 왕이 머무는 성(城)의 이름은 구수마청정향취(拘修摩淸淨香聚)였다. 그 성의 길이와 너비는 70유연이며, 열두 겹으로 되어 있었는데 7보로 장엄하여 수려하고 빛나서 선건성(善建城)과 같았다. 성의 북쪽에 이구(離垢)라는 땅이 있었고, 그 곳에 안은(安隱)이라는 동산이 있었다. 그 동산은 길이와 너비가 똑같고 면적이 10유연이었는데, 빙 둘러 다라수(多羅樹)가 있어서 그 동산의 법식(法式)이 선건원(善建園)과 같았다.
또한 불공견이여, 이 때 명상(明相) 여래·응공·정변지·명행족·선서· 세간해·무상사·조어장부·천인사·불·세존이라는 부처님께서 세간에 나오셨다."
부처님께서 불공견에게 말씀하셨다.
"이 때 명상부처님께서는 그의 권속들과 함께 안은원(安隱園)에 계셨다. 그에게 딸린 비구가 99억백천 나유타였는데, 모두 아라한이어서 모든 누(漏)가 이미 다하고 다시는 번뇌가 없었으며, 마음이 자재를 얻어 할 일을 이미 다하고 배울 것을 모두 다 배운 자들이었다.
명상 여래·응공·정변지께서 이른 아침에 옷을 입고 발우를 들고 비구를 쭉 거느리고 성에 들어가서 걸식(乞食)하셨다. 이 때 미밀왕은 부처님께서 오신다는 소식을 듣고 곧 낙수(樂手)라는 큰 코끼리를 타고 앞뒤로 무수한 백천 부하를 거느리고 모두 함께 성에 나가 세존을 받들어 맞았다.
또한 불공견이여, 이 미밀왕이 부처님께서 오시는 것을 멀리서 보니 빛나는 상호가 미묘하고 특수하였으므로 모두 크게 기뻐하였다. 그는 바로 코끼리에서 내려서 여래께서 계신 곳에 나아가 머리를 발에 대어 예배하고 오른쪽으로 세 바퀴 돌고는 길에서 부처님과 수행승들을 청하였다. 그러자 명상여래께서는 잠자코 허락하셨다. 왕은 이미 부처님께서 그의 청을 받아 주신 줄 알고, 바로 그 날 밤에 물을 뿌려 쓸고 향을 태우며 온갖 보배롭고 묘한 공양 도구를 마련하였다. 또한 성 안에 당과 번을 두루 세우고 꽃 목걸이와 영락(瓔珞)과 보배 일산을 달았으며, 우두향(牛頭香)의 즙(汁)을 뿌려 티끌을 쓸고 온갖 꽃을 뿌려 땅을 장엄하였으며, 상자에 꽃을 담아서 자리 앞에 놓고 모든 묘한 기악으로 공양하기로 하였다.
또한 불공견이여, 왕은 공양을 마련해 놓고 이른 아침에 모든 부하와 함께 안은원에 나아가 이마를 대어 여래께 예배하고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식사 때가 되었나이다.'
이 때 명상여래께서는 왕의 청을 듣고서 곧 그 모양대로 큰 신통을 나타내시어 모든 비구와 함께 허공에 올라가서 청정한 광명 9만백천 줄기를 놓아 동방을 비추시고 나머지 세 방향으로도 똑같이 하셨다. 낱낱 광명 속에 80억 나유타의 묘한 연꽃이 있었고, 낱낱 꽃 위에 화불(化佛)이 계셨는데, 상호가 구족하여 명상부처님과 같았다. 이 모든 여래께서도 권속이 한량없었는데, 왼쪽에는 제석(帝釋)이 모시고 있었고, 오른쪽에는 범왕(梵王)이 모시고 있어서 진짜 제석이나 범왕과 다름이 없었다.
또한 불공견이여, 명상여래께서 이 온갖 신통 변화를 나타낼 때 잠깐 동안에 욕계, 색계의 모든 천신이 한량없는 여러 가지 묘한 기악을 짓고 하늘의 전단향과 다마라발향과 침수향과 화만향 등 이러한 모든 향을 명상여래께 공양하였다.
이 때 그 세존께서는 왕을 위하여 설법을 하셨다.
'대왕(大王)은 알지어다. 모든 행은 덧없고, 함이 있는 것은 모두 괴롭고, 진실하지 못하기 때문에 공(空)하며, 모든 법은 다 실체[我]가 없는 것이다. 무슨 까닭인가? 이 몸은 청정하지 못하여 아홉 구멍에서 더러운 것이 흘러 마치 똥 속의 벌레와 같은 것이며, 무너지고 위태로워서 잠깐 동안도 멈추지 못하며, 4대로 된 모든 음(陰)을 임시로 몸이라 할 뿐이다. 주림과 갈증과 추위와 더위가 항상 와서 침범하며, 허망하고 거짓이며 환술이나 아지랑이나 물거품과 같아서 자재롭지 못하고 마멸되는 법인데, 그것을 두고 할 수 없이 사람이라고 이름한 것이어서 하나도 믿을 구석이 없다. 그러므로 대왕이여, 깊이 관찰하여 생사의 모든 행을 싫어하고 부지런히 방편을 닦아 빨리 벗어나기를 구할지어다.'
미밀왕은 이 말을 들은 뒤에 합장하고 부처님께 이렇게 말하였다.
'그러하옵니다, 세존이시여. 진실로 성인께서 말씀하신 대로, 함이 있는 모든 행은 덧없고 괴롭고 공하여 모든 법이 다 내[我]가 없는 것입니다. 현재 이 몸은 청정하지 못하여 더러운 것이며, 모든 괴로움의 무더기여서 대단히 혐오할 만한 것입니다.'
이 때 왕은 부처님의 신통을 보았으며, 여래께서 말씀하신 법을 듣고 곧 아눗따라삼먁삼보디를 얻겠다는 마음을 냈다.
또한 불공견이여, 이 때 그 여래께서는 왕이 이미 보리심을 낸 줄 아시고 모든 대중과 함께 왕의 청을 받고 허공을 타고 성에 가서 내리셨다. 그 왕은 부처님을 따라 걸어서 궁문(宮門)으로 들어가 자리를 드린 뒤에 차례로 앉았다. 왕은 여러 신하와 궁내의 권속과 나라 백성과 더불어 부처님을 좌우(左右)에 모시고 서서 모든 공양을 받들고 앞으로 나아가 시주 받아 주기를 원하고, 각각 음식을 바쳐 모두 만족케 하였다. 밥을 먹은 뒤에 입과 손을 씻고, 또한 온갖 꽃과 향과 기악과 이름난 옷과 으뜸가는 보배로 공양하였다.
미밀왕은 바로 그 날 사천하와 84억 나유타 후비(后妃)와 채녀(婇女)를 버리고, 국왕의 자리를 그의 큰아들에게 맡기고, 80억 나유타 사람과 함께 명상여래께 나아가 그 부처님의 처소에서 출가하여 도를 닦았다.
왕은 출가한 뒤에 법을 청하려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어떻게 해야 보살이 모든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염불삼매를 얻을 수 있나이까? 이 삼매를 얻은 사람은 아눗따라삼먁삼보디를 빨리 이루어 구족하게 법을 볼 수 있나이까?'
명상부처님께서 미밀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에게 두 가지 법이 있으면 곧 삼매를 얻고 빨리 위없는 보리를 이룬다. 무엇을 두 가지 법이라고 하는가? 보살은 여래께서 말씀하신 대방(大方) 등의 경전과 모든 부처님께서 행하신 곳을 믿어야 한다. 보살이 이 두 가지 법을 구족하면 이 삼매를 얻어 빨리 부처를 이룬다.
또 다른 두 가지 법이 있다. 무엇이 두 가지냐 하면, 사마타(舍摩他)와 비바사나(毘婆舍那)이다. 또 두 가지 법을 갖추어야 하니, 아(我)와 무아(無我)를 버리고 부끄러움과 두려움 등의 법에 편안히 머무는 것이다. 보살이 만일 두 가지 법을 구족하면 이 삼매를 얻어 빨리 정각(正覺)을 이룬다.' "
불공견에게 말씀하셨다.
"이 미밀 비구가 명상부처님께 여쭈었다.
'어떻게 해야 보살이 부끄러운 줄 알고 두려운 줄 아는 법에 편안히 머물러 이 삼매를 얻나이까?'
명상여래께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이 세 가지 악업(惡業)과 부끄러움이 없는 등 선하지 못한 모든 법을 여의고, 부끄러운 줄 알고 두려운 줄 아는 법에 머물면 이 보살은 부끄러움과 두려움이 구족하여 선하지 못한 것들을 여의고 선한 법을 수행하여 몸과 입과 뜻으로 짓는 업을 청정하게 수호할 것이다.'
또한 불공견이여, 이 때 비구는 그 부처님의 처소에서 허물과 환난에 대한 말씀을 듣고 곧 부끄러움과 두려움 없는 모든 악을 여의고 부지런히 마음을 다잡아 모든 선법에 머물러서 선한 법을 잃지 않고 만족케 하려고 하였다. 또한 마음을 다잡아 바른 관찰에 편안히 머물러 일체 법이 늘어나지도 않고 줄어들지도 않음을 관찰하고, 또한 법이 가고 오거나 생기고 멸하는 것을 보지 않았다.
미밀 비구가 이 관법을 지을 때 갖가지 법에 여러 가지 모양이 있음을 보지 않았다. 12인연을 꿈과 같고 아지랑이와 같다고 보았다. 모든 법을 그림자나 환술이나 허깨비와 같은 것으로 보았으며, 모든 법은 늘어나거나 줄어드는 일이 없음을 보았다. 모든 법에는 이름도 없고 성품도 없음을 보았으며, 일체 법은 생겨나거나 멸하는 일이 없음을 관찰하였다. 미밀보살은 이와 같이 수행하여 오래지 않아서 이 삼매를 얻었고, 이 삼매를 얻은 뒤에는 변재가 끊어지지 않았고, 6만억 나유타 겁을 지나 아눗따라삼먁삼보디를 얻었다."
부처님께서 불견공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의심하지 말라. 그 때 나라를 버리고 출가하여 도를 배운 미밀왕이 어찌 다른 사람이랴. 바로 연화상(蓮華上)부처님 여래이다. 미밀보살은 부끄러워할 줄 아는 마음에 편안히 머물러 일체 선한 법을 닦고 섭취하여 오래지 않아 바로 이와 같은 삼매를 얻었다.
또한 불공견이여, 내가 지금 너에게 말한 대로 모든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염불삼매는 선근을 심지 않은 중생이라면 마침내 이런 삼매를 듣지 못한다."
불공견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나 선여인들이 과거에 한량없는 부처님의 처소에서 부처님을 직접 가까이 공양하여 모든 선근을 심었으면 바야흐로 이 삼매보왕을 듣게 되는데, 하물며 베껴 쓰고 읽고 외우며 마음에 새기고 분별하여 설명해 주며 그 뜻을 관찰한 사람이랴. 이런 선남자나 선여인들은 심은 선근이 한량없고 끝없어서 이루 헤아리지 못한다. 이 모든 사람들은 보살승(菩薩乘)을 닦았으므로 이와 같은 삼매를 조금 듣고, 다음에 아눗따라삼먁삼보디를 얻는다. 단 신증(身證)한 이만 제외하고."
이 때 불공견이 세존께 여쭈었다.
"그런 중생들은 대승을 배우지 않고도 이 삼매의 보배를 얻나이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렇다, 얻을 수 있다. 불공견이여, 비유를 들어 말하겠다. 어떤 약이 있는데 그 성질이 굳고 단단하여 쪼갤 수가 없다. 그러나 돌로 갈아서 북에다 바르면 적(敵)과 싸울 때 저 군사가 화살에 독약을 발랐더라도 북 소리를 들으면 독이 효력을 발휘할 수 없다. 그와 같이 불공견이여, 만일 선남자나 선여인들이 삼매광(三昧光)의 소리를 조금만 들으면 모두 위없는 보리도를 얻는데, 단 몸소 증득한 이는 예외가 된다.
또한 불공견이여, 비유컨대 중생이 만일 수미산 금빛 옆에 의지하면 그 몸이 산과 똑같은 빛이 되니, 산의 세력 때문에 그렇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 불공견이여, 만일 선남자나 선여인들이 삼매를 조금이라도 들으면 삼매 위광의 힘으로 아눗따라삼먁삼보디를 얻는다. 단 몸소 증득한 이는 예외가 된다. 왜냐하면 이 삼매는 공덕이 가장 수승하여 불가사의하기 때문이다.
또한 불공견이여, 비유컨대 모든 물이 큰 바다에 들어가면 똑같은 맛이 되는데, 바다의 힘 때문에 그렇게 되는 것이다. 만일 선남자나 선여인들이 읽고 외우고 지니고 말하며 베껴 쓰지는 못하더라도 잠깐 이 삼매의 보배를 듣기만 하면 모두가 위없는 도를 얻나니, 무슨 까닭이냐 하면 삼매의 힘 때문이다.
또한 불공견이여, 어떤 사람이, 모든 부처님의 법문(法門)은 삼매의 어머니를 얻어서 이 삼매를 말하는 것이라고 바르게 말하면 이것을 바른 말이라고 한다. 어떤 사람이 이러한 삼매는 한량없고 끝없는 공덕의 무더기를 섭취하여 기르는 것이라고 바르게 말하면 이것을 바른 말이라고 한다.
또한 불공견이여, 보살마하살이 보시를 수행하여 잠깐 동안에 모든 묘한 보배를 항하의 모래알처럼 많은 모든 부처님 세존께 받들어 올리면 이 공덕으로 부처를 이룰 것이다. 그러나 어떤 사람이 이 삼매를 읽고 외우고 받아 지니고 풀어 말하고 베껴 쓰면, 이 공덕이 앞의 보살이 보시한 복보다 수승하여 헤아릴 수 없다."
세존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내가 지난 옛적 명상부처님을 생각건대
일체 세간이 모두 귀의하였고
자비로 중생을 불쌍히 여기사 모든 묘한 법을 말씀하셨으며
이 부처님께서는 큰 지견으로 3세의 법을 환히 아셨느니라.
이와 같은 부처님께서는 세간에서 가장 높으시고
여래의 사의치 못할 한량없는 지혜의 힘으로
모든 법문을 나타내시고 중생을 이롭게 하기 위하여
자비한 마음을 일으켜 한없는 괴로움을 제도하시느니라.
명상부처님께 8억의 성문들이 있었는데
모두 아라한이어서 모든 누(漏)가 이미 다한
이 모든 응진(應眞)들 부처님을 따라갔느니라.
이 때 안은원이 성의 동북 모퉁이에 있었는데
큰 선인이 거니실 때는 항상 성중(聖衆)과 함께 계셨느니라.
이 때 미밀이라는 전륜왕 용맹스런 보살이 있었는데
일체 중생을 어여삐 여겼기 때문에 신하를 거느리고 그 성을 나왔느니라.
그 왕이 부처님을 멀리서 보니 그 마음이 몹시 적정하고
세간에 없는 수승한 상호를 갖추시고 몸가짐 역시 비할 데 없었다.
왕은 받들어 맞으려고 부처님 계신 곳으로 갔느니라.
여래 앞에 이르러서는 이마를 발에 대어 예배하고
합장하고 공경한 뒤에 한쪽에 머물러서 부처님께
공양을 받아 주십사 청하였는데 세존께서 잠자코 허락하셨다.
왕은 부처님께서 허락하심을 알고 돌아와서 모든 신하들에게 명하여
궁성 안을 물 뿌려 쓸고 모든 요리를 마련하게 하였다.
왕은 다시 부처님의 처소에 이르러 여쭈기를 식사 때가 되었사오니
세존께서 만일 불쌍히 여기신다면 부디 이 때 위신을 굽히시어
모든 성중들과 함께 가서 작은 공양을 받아 주십사 하였느니라.
이 때 부처님께서는 왕의 청을 듣고 곧 신통 변화를 나타내어
천억 광명을 널리 놓아 시방 국토에 꽉 차게 하시니
낱낱 광명 속에 억 송이 연꽃을 신통으로 만드셨나니
큰 자비로 중생을 어여삐 여기시어 이런 상서를 나타내셨느니라.
또 불공견에게 말하나니 그 연꽃 속에 상호가 특수하고 단정하신 부처님께서 계셨는데
각각 수승한 뜻으로 부처님들의 법을 널리 말씀하셨느니라.
모든 행은 다 덧없고 괴롭고 공함도 그러하며
나[我]가 없어서 항상 진실하지 못하여 닳아 없어지는 법인데
총명한 자라면 그 누가 집착하는 마음을 내겠는가?
모든 행은 환술이나 불꽃같아서 무너지고 유동하는 법이라고
매우 자비하신 명상부처님께서 이러한 법을 연설하셨느니라.
모든 천신은 세존께서 큰 신통 나타내심을 보고
으뜸의 묘한 기악을 지으며 향과 꽃으로 공양을 널리 베풀며
훌륭하셔라, 부처님의 위력이여.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하였느니라.
왕은 신통 변화를 보고서 묘한 공양을 겸하여 베풀고
사천하와 5욕락을 버리고 출가하여 한결같은 마음을 지키면서 보리도를 닦았느니라.
이 왕이 도를 배울 때 그 명상부처님께 물었느니라.
어떤 법에 편안히 머물러야 부처님의 힘인 삼매를 얻나이까?
이 때 부처님께서는 두 가지 법을 말씀하시고 이와 같이 닦으면
이 깊고 묘한 선정을 얻어서 불가사의한 즐거움을 베푼다 하셨느니라.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기쁨이 온몸에 가득하여
곧 보리심을 내어 이 삼매를 얻었나니 미밀 비구는 다름 아닌 연화상부처님이시니라.
만일 누군가 부처님을 믿고 이 경을 비방하지 않으면
이 사람은 부처님의 경계에 머물러서 빨리 이 삼매를 얻을 것이며
만일 누군가 생사를 두려워하여 마음에 나에 대해 집착하지 않고 항상 사마타와
비바사나를 닦으면 이 사람은 이와 같은 모양으로 빨리 이 삼매를 얻을 것이며
부끄러움과 두려움에 편안히 머물러 항상 지(止)와 사(捨)를 닦고
예리한 지혜로 부지런히 고행하면 빨리 이 적정을 얻을 것이며
법에 늘어나고 줄어듦이 없어서 일체가 허공과 같음을 관찰하면
이 총명한 보살은 빨리 이 삼매를 얻을 것이며
모든 법이 일어남을 보지 않고 또한 다함도 보지 않으며
법이 덧없고 환술 같고 꿈 같음을 항상 관찰하여
항상 부지런히 행하면 오래지 않아 이 선정을 얻을 것이며
법에서 다른 모양을 보지 않고 오직 생멸이 없는 것만을 보며
그림자나 메아리나 불꽃처럼 여기면 이 삼매를 얻을 것이며
모든 법이 평등하여 차별된 모양이 없음을 관찰하고
안에 이미 몸이 없다고 생각하고 밖을 볼 때도 그렇게 보며
그 명자(名字)를 보지 않고 또한 생멸이 있다고 보지 않으면
만일 이와 같이 관찰하면 빨리 이 삼매를 얻느니라.
이 때 미밀 비구가 이같이 진실하게 관찰한 뒤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초저녁이나 밤중이나 새벽이나 그 마음이 항상하여 틈이 없었고
이미 여래의 말씀을 들었으므로 오래지 않아 이 선정을 얻어서
한 생각 사이에 이 삼매를 증득하여
보리를 끊지 않고 시방 부처님을 보았으며
모든 유위(有爲)의 행이 있었지만 그 마음이 점차 청정해졌느니라.
그 비구는 1만 6천 겁 동안 생사에 있으면서 한량없는 억 분의
모든 부처님 세존께 공양하였고 그런 뒤에 적정을 얻어 위없는 도를 얻었느니라.
부처님께서는 불공견에게 말씀하셨다.
의심을 내서 불신하지 말아라.
너는 총명하고 명철한 사람이니 딴 생각을 내지 말지어다.
그 때 그 비구는 연화상부처님이시니라.
내가 이제 너와 모든 천신과 세상 사람에게 말하나니
만일 한량없는 일체 법을 관찰하려면
그 사람은 마땅히 이런 묘한 삼매를 닦아야 하느니라.
만일 어떤 사람이 한량없는 공덕을 내어
불가사의한 즐거움을 베풀려 하면 반드시 이 삼매를 가질 것이며
만일 어떤 사람이 시방 3세 부처님을 보려 하며
또한 법륜 굴리기를 좋아한다면 반드시 이 삼매를 가질 것이며
만일 어떤 사람이 모든 상호를 구족하고
깊이 생사의 인연을 알며 모든 선근을 갖추고자 한다면
이와 같이 수승한 삼매를 부지런히 닦을 것이며
만일 어떤 사람이 모든 악취(惡趣)를 멀리 여의고자 하며
중생을 이롭게 하기 위하여 이 삼매를 닦는다면
이와 같이 선한 사람들은 옛적에 일찍이
하나나 둘이나 열이 아닌 한량없는 억 부처님께 공양하고
최상의 보리를 구하여 이 삼매를 갖게 된 것이리라.
만일 어떤 사람이 바른 생각으로 삼매를 듣고자 한다면
이미 과거에 한량없는 부처님을 공양하였고
이 사람은 오랫동안 부지런히 닦아 과거에 도를 행한 자이리라.
만일 어떤 사람이 저곳에서 수승한 삼매를 듣고
곧 기뻐하는 마음을 내어 기쁜 뜻이 한량이 없다면
옛적에 일찍이 많은 억 부처님을 공양한 자이리라.
만일 어떤 사람이 이 경전에 항상 끊임없는 마음을 닦아
읽고 외우며 풀어 말하고 받아 지니며 베껴 쓴다면
이 사람은 이미 일찍이 한량없는 부처님을 뵈온 것이니라.
비유컨대 전장(戰場)에 적진에서 독이 든 화살을 쏘더라도
약을 바른 북 소리를 들으면 독이 사라지고 기쁨을 얻듯이
만일 어떤 사람이 이와 같은 수승한 선정의 묘한 삼매를 듣고
남을 위하여 이 법을 말한다면 밝은 삼매력을 얻어서
당래에 반드시 부처를 이룰 것이리라.
단 몸소 증득한 이만 제외하고.
수미산에 의지하는 이가 수미산의 힘으로 그 빛과 같아지듯이
행자(行者)가 깊은 지혜로 선정을 듣는 것도 그런 것이니라.
만일 어떤 사람이 가장 수승한 삼매의 소리를 들으면
이 사람의 공덕은 큰 바다의 분량과 같아서
밝은 삼매를 결정하여 보리를 얻을 것이니라.
비유컨대 큰 강, 작은 강들의 물이 큰 바다로 들어가면
근본이 다른 모든 물줄기가 한가지 짠맛이 되듯이
만일 어떤 사람이 이와 같은 미묘한 삼매를 들으면
곧 보리의 성질과 같아져서 다름도 없고 분별도 없느니라.
만일 모든 보살이 많은 억 겁 가운데
부지런히 보시를 수행하고 일체 중생을 이롭게 하기 위하여
모든 부처님의 처소에서 한량없는 업을 널리 심는다면
이 모든 보살들이 무수한 겁을 지나는 동안
보시의 업을 행하였다 하더라도 많은 복을 얻지는 못할 것이요
자비한 마음으로 삼매를 말한다면 공덕이 그보다 수승하리라.
어머니가 낳아 기르듯이 이 삼매도 그러하여서
생각하기 어려운 부처님의 공덕을 나타내는데
이 사람은 총명하기 때문에 항상 이 삼매를 닦아서
오래지 않아 빨리 위없는 자연불(自然佛)을 성취하느니라.
보살염불삼매경 제5권
12. 삼법품(三法品)
이 때 불공견보살마하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보살마하살이 몇 가지 법을 구족해야 이 삼매를 얻나이까?"
세존께서 불공견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이 세 가지 법을 구족할 수 있다면 이 모든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삼매를 얻는다. 무엇이 세 가지인가? 이른바 탐하지 않고 성내지 않으며 어리석지 않은 선근이다. 보살이 탐하지 않는 마음에 머무르면 단(檀)바라밀을 완전히 얻는다. 마음이 이와 같은 법에 머문 뒤에 탐하지 않는 청정한 선근을 섭취하여 영원히 가난함을 여의고 항상 호걸스런 부자가 되어서 해의 광명 같은 큰 위세를 얻는다. 이러한 보살은 자신이 닦은 공덕으로 일체 모든 중생을 위하기 때문에 연설한 바를 빠짐없이 믿어 지니므로 이 삼매를 얻기가 어렵지 않으며, 또한 위없는 보리를 속히 얻는 것이다. 보살은 묘하고 선한 이런 공덕을 갖추므로 천신과 인간에게 공경을 받는다.
보살이 성내지 않는 선근의 행을 닦으면 인욕(忍辰)바라밀을 완전히 얻는다. 이 보살은 인욕바라밀에 편안히 머물기 때문에 어떤 사람이 꾸짖고 칼이나 몽둥이로 그의 팔다리와 뼈마디를 쪼개고 그의 머리를 끊을지라도 한 생각도 분한 마음을 내지 않고, 또한 남의 모든 악과 허물을 말하지 않는다. 이렇게 성내지 않는 청정한 선근을 섭취하여 자비한 마음으로 일체 중생을 이롭게 하기 위해 이러한 삼매를 수행한다. 보살이 이 삼매에 편안히 머문 뒤에는 모든 부처님 세존과 항상 함께 있게 된다. 꿈속에서도 떠나지 않고 부처님을 뵈옵고, 돌아다닐 적에나 앉았을 때나 누웠을 적에도 모두 편안하고 즐거우며, 모든 천신이 옹호하며 악몽을 꾸지 않아서 자나깨나 기쁘다. 칼도 그를 다치게 하지 못하고, 독(毒)도 해치지 못하고, 물도 그를 빠져 죽게 하지 못하고, 불도 그를 태우지 못한다. 생활에 필요한 네 가지가 항상 풍족하며, 또한 일체 중생을 모두 기쁘게 하며 빨리 위없는 보리를 얻게 한다.
이러한 보살이 무명(無明)을 여의고 어리석음 없는 선근을 구족할 때 바르게 관찰하여 비바사나를 수행하면 어리석지 않은 선근을 섭취하여 일체 법에 대해 확실한 방편을 얻고 반야(般若)바라밀을 만족하여 남이 물으면 빨리 대답할 수 있게 된다. 보살이 이 같은 세 가지 법을 구족하면 빨리 이 삼매의 보배를 얻는다.
또한 불공견이여, 보살이 세 가지 법을 구족하면 이 선정을 얻을 것이다. 무엇이 셋이냐 하면, 모든 법이 덧없음을 관찰하며, 모든 법이 괴롭다는 것을 관찰하며, 모든 법이 무아(無我)임을 관찰하는 것이다. 보살이 이와 같은 세 가지 법을 구족하면 이 선정을 얻어 빨리 부처의 도를 이룰 것이다.
또한 불공견이여, 보살이 또한 세 가지 법을 구족하면 이 선정을 얻어서 빨리 위없는 보리도를 이룰 것이다. 무엇이 세 가지인가? 현재 모든 부처님과 멸도(滅度)하신 여래의 사리(舍利)에 꽃과 향과 당과 일산과 비단 번과 갖가지 묘한 것을 받들어 올리며 공양하는 것이다. 자기가 하든지 남에게 권하여 하든지, 공양을 하면서 이러한 서원을 낸다.
'저의 선근과 제가 보시한 인연으로 모든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삼매를 얻게 하소서.'
또한 불공견이여, 현재의 여래와 열반하신 부처님의 진실한 공덕을 찬탄하거나 계율의 공덕과 선정과 지혜와 해탈과 해탈지견과 위의와 신통과 교화하시는 변재와 아란야행과 자비와 희사의 법을 찬탄하거나 또한 수승하게 부처님의 법과 위의와 상호와 한량없는 공덕을 찬탄하고 그런 뒤에 이런 서원을 낸다.
'만일 제가 부처님을 찬탄한 공덕으로 설사 작은 복이라도 얻는다면 이 선근으로 마땅히 모든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삼매를 얻어서 빨리 위없는 보리를 얻게 하소서.'
또한 불공견이여, 보살마하살이 부처님의 처소에서 이 삼매의 공덕과 명자(名字)를 들으면 세 가지 따라 기뻐함[隨喜]을 얻는다. 무엇이 세 가지인가? '과거 부처님께서는 지난 옛적에 이미 보살의 행을 닦아 아눗따라삼먁삼보디를 구하실 적에 이 삼매를 구하셨으니, 저도 따라 이 삼매를 배우겠나이다. 또한 자기도 이롭고 남도 이롭게 하기 위하여 이 삼매를 들은 뒤에 곧 따라 기뻐하는 마음을 내셨나니, 저도 마땅히 그를 따라서 따라 기뻐하는 마음을 갖겠나이다'고 하면, 이것이 첫 번째 따라 기뻐하는 것이다.
또한 불공견이여, '저 미래의 모든 부처님 세존께서도 보리행을 닦으실 적에 이 삼매가 자기도 이롭고 남도 이롭게 한다는 것을 듣고 따라 기뻐함을 내실 것이니, 저도 따라 기뻐하겠나이다'고 하면, 이것이 두 번째 따라 기뻐하는 것이다.
'모든 여래께서 현재 세상에 편안하고 즐겁게 머무시며, 선하지 못한 행을 끊고 모든 악취를 여의며, 변화와 환술과 갖가지 기악과 장기와 바둑과 일체 모든 악을 모두 다 여의시고 깊은 선정과 큰 자비가 빠짐없이 구족하다면 저 모든 부처님도 지난 옛적 보살행을 닦을 적에 이 삼매를 듣고는 즉시 구하겠다는 마음과 기뻐하는 마음을 내셨나니, 저도 이제 과거 부처님과 같이 따라 기뻐하는 마음을 내겠나이다'고 하면, 이것이 세 번째 따라 기뻐하는 것이다.
또한 불공견이여, 이 세 가지 따라 기뻐함을 내고서, '제가 얻은 선근의 공덕으로 중생에게 항상 이 선정을 얻게 하여 지이다'고 원을 세운다. 그리고 불공견이여, 보살이 이 세 가지 따라 기뻐함을 구족하면, 이와 같은 삼매를 속히 얻는다.
또한 불공견이여, 선남자나 선여인들이 이 선정에 대해 따라 기뻐하는 마음을 내면 이 선근의 공덕을 무더기로 얻는다. 이 선근을 비유를 들어 밝히겠다.
어떤 사람이 저 삼천대천세계에 있는 항하의 많은 모래알들로 무더기를 만들어 큰 무더기 가운데에서 모래 한 알을 취하여 한량없고 사의치 못할 나유타 끝없는 세계에 던지고, 또 모래 한 알을 취하여 한량없고 수 없는 세계에 던진다고 하자. 이와 같이 차례로 큰 모래의 무더기가 다하도록 한 알씩 던진다면, 계산을 잘하는 스승이나 제자가 그 세계가 얼마나 되는지 끝까지 다 헤아려 알 수 있겠느냐?"
불공견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그런 사람도 알지 못할 것입니다. 오직 사리불과 불퇴전에 오른 보살이라야 이 세계의 수를 알 것입니다."
불공견에게 말씀하셨다.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세계에 보배를 가득 채우되, 모든 천신이 사는 하늘과 심지어 비상비비상천(非想非非想天)보다 높게 하여 이 보배로 모든 중생에게 보시한다면 이 선남자와 선여인은 많은 복을 얻겠느냐?"
불공견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매우 많겠나이다, 세존이시여. 한량없고 끝없겠나이다."
부처님께서 불공견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너에게 말하겠노라. 어떤 선남자와 선여인은 모든 부처님의 국토에 보배를 가득히 채워서 일체 중생에게 보시했고, 또 다른 선남자와 선여인은 이 삼매의 세 가지 따라 기뻐함을 들은 뒤에 서원을 발하여 위없는 도를 구하고 다문(多聞)을 즐겨 닦았다면, 이 선남자와 선여인이 얻는 공덕이 저 보시한 복보다 수승하여 한량없고 끝없어서 헤아리지 못할 것이다."
부처님께서 불공견에게 말씀하셨다.
"이 염불삼매를 모든 선근의 어머니라고 한다면 이런 말을 바른 말이라고 한다."
13. 권지품(勸持品)
이 때 세존께서 불공견에게 말씀하셨다.
"지난 옛적 세상 아승기 끝없는 큰 겁을 지낼 적이었다. 그 때 보승광(寶勝光) 여래·응공·정변지·명행족·선서·세간해·무상사·조어장부·천인사·불세존이라는 부처님께서 계셨다. 세간에 나오시니 짝할 이 없고, 모든 인간 천신들에게 한결같이 공경을 받으며 그들을 해탈시키고 조복하여 생사의 언덕을 건너게 해 주시는 위없이 수승하신 제일가는 세존이셨다.
일체 세간을 호위하시는 스승이 되시어 현세나 후세를 모두 다 밝게 아시고, 설법하신 바가 처음이나 중간이나 마지막이나 다 선하며, 그 뜻이 심원하며, 그 말씀이 묘하고 솜씨 좋으시며, 밝고 깨끗한 범행의 모습을 구족하셨다.
이 때 보승광여래 세존께서 거기서 경행(經行)하실 적에 3만억백천 성문과 함께 계셨는데, 그들은 모두 배울 것이 남아 있는 자들이었고, 인천에게 공경을 받았다.
이 보승광부처님께서 누웠다가 일어나서 생각하셨다.
'이들 성문은 모두 배우는 자리에 머물렀으니, 그들이 좋아하는 대로 깊은 법을 말해 주어 그들의 모든 누(漏)를 다 없애 주겠노라.'
그리하여 보승광부처님께서는 즉시 큰 신통력을 나타내어 이 삼천대천세계에 가득히 연기와 불꽃을 일어나게 하셨다. 그러자 모든 성문들은 이 신통 변화를 보고도 두려움을 내지 않고, 비구가 4선(禪)의 낙을 얻은 것처럼 크게 기뻐하였다."
불공견에게 말씀하셨다.
"보승광부처님께서는 새벽녘에 설법하기 위하여 곧 갖가지 신통 변화를 나타내셨다. 그리고는 모든 성문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 비구도 이 삼천대천세계의 연기와 불꽃을 보느냐?'
비구들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이미 보았나이다.'
'비구들이여, 알아야 한다. 유위(有爲)의 모든 현상은 덧없고 괴롭고 공하여 모든 법이 실체[我]가 있지 않다. 무슨 까닭인가? 이 몸은 청정하지 못하여 아홉 구멍에서 항상 냄새나고 더러운 것이 가득히 흐른다. 모든 현상은 무상하여 윤전(輪轉)하는 법이며, 위태롭고 견고하지 못하여 잠깐 동안도 머물지 못하여 생로병사(生老病死)의 핍박을 받는다. 마치 환술로 만들어낸 허깨비나 아지랑이나 물거품과 같은 것이며, 사람도 없고 주인도 없으며, 풀이나 나무와 같아서 몹시 싫어할 만한 것이니, 빨리 멀리 떠날지어다.'"
부처님께서 불공견에게 말씀하셨다.
"이 3만억 백천 성문은 보승광부처님께서 이 법을 말씀하실 때, 모두 법을 보고 법에 머물러 선한 법을 선택(選擇)하여 4전도(顚倒)를 건너고 불법승(佛法僧)에 청정한 선법을 얻어서 다른 것을 믿지 않고 모든 누(漏)가 다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모든 성문은 이구동성으로 부처님께 여쭈었다.
'그러하옵나이다, 세존이시여. 함이 있는 모든 현상은 덧없고 괴롭고 공하여 모든 법이 다 실체가 없는 것입니다. 이 몸은 불경하여 아홉 구멍에서 더러운 것이 흘러넘칩니다. 몹시 싫어할 만한 것이며, 마땅히 빨리 여의어야 할 것이니, 진실로 거룩하신 가르침과 같나이다. 진실로 거룩하신 가르침과 같나이다.'
또한 불공견이여, 나타내 보이는 것에 세 가지가 있으니, 즉 신통을 나타내 보임과 가르침을 나타내 보임과 설법(說法)을 나타내 보이는 것이다. 이 때 보승광부처님께서는 이 나타내 보이는 것으로 이와 같이 모든 성문들을 조복하여 공(空)과 무상(無相)과 무원(無願) 3해탈문으로 3만억 백천 나유타 모든 보살들을 제도하여 모두 위없는 보리를 이루게 하셨느니라."
불공견에게 말씀하셨다.
"이 모든 보살은 저 세존께서 말씀하시는 보배로운 삼매를 듣고 인간과 천신들을 깨우쳐 주어 8만 4천억백천 년 동안 법륜을 굴린 뒤에 멸도하였느니라."
이 때 불공견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저 보승광여래께서 세간에 나오시어 얼마나 많은 성문을 조복하였으며, 정법(正法)과 상법(像法)이 세간에 몇 해나 머물렀나이까?"
세존께서 불공견에게 말씀하셨다.
"삼천대천세계에 있는 모든 별은 그 수를 세어서 알 수 있지만 보승광부처님께서 조복하신 성문들은 한량없고 수없이 많아서 헤아리지 못한다. 보승광부처님께서 열반하신 뒤에 정법이 세간에 12억 나유타 해를 머물렀으며, 상법(像法)이 세간에 12억 해를 머물렀다.
그 중간에 자행(慈行)이라는 부처님께서 세간에 나오셨는데, 수명이 셀 수 없었고, 몸의 길이는 족히 1유연(由延)이나 되었다. 그 나라 사람들의 신장은 6구로사(拘盧舍)이고 연꽃의 둘레도 이와 같았는데, 이 연꽃이 대지에 두루 깔려 있어서 일체 중생이 그 위에서 놀고 쉬었다.
그 때 세계의 이름은 다련화(多蓮花)였는데, 그 땅이 마치 녹용(鹿茸)과 같이 부드럽고 연하여 몸에 닿으면 모양이 하늘 옷과 같았다. 그곳에 사는 모든 중생은 끝없는 쾌락을 누렸고, 또한 하늘 궁전과 같은 자재함을 갖추었다. 그리하여 그들 중생이 동쪽 바다를 건너고자 하면 잠깐 동안에 저 언덕에 이르렀으며, 남쪽과 서쪽과 북쪽도 그러하였으며, 가고자 하는 데를 마음만 내면 곧 이르렀다.
이 보승광부처님께서 처음 도를 이루었을 때 4해(海) 안에 그 땅의 길이와 너비가 8만억백천 나유타였는데, 모든 성문의 무리가 그 가운데 가득하였다. 그리고 아난을 제외한 모든 아라한은 한끼만의 밥을 먹었다. 금강밀적(金剛密迹)과 아일다(阿逸多)와 80나유타의 불퇴전보살이 저 자행여래 세존께 모든 보살을 위하여 이 삼매를 말씀해 주십사 하고 청하자, 부처님께서 분별하여 나타내 보이시려고 할 때 한 소리로 게송을 말씀하셨다.
어떤 사람이 부지런히 방편으로 출가의 행을 구하여
가장 수승한 법을 닦으면 큰 상왕(象王)이
작은 풀들을 밟듯이 네 마군을 꺾으리라.
어떤 사람이 빨리 적정한 보리도를 얻고자 하여
중생을 위하여 이 삼매를 수행하고
청정하고 묘한 법을 연설하여 모든 즐거움을 베풀면
이 사람은 부처님과 똑같은 큰 자비심을 갖게 되리라.
자행부처님께서 열반하신 뒤에 수왕(樹王)이라는 한 비구가 있었는데, 정법 가운데 이 묘한 경전의 삼매를 널리 연설하여 유포하였다. 또 제당천(帝幢天)이라는 전륜왕이 있었는데, 큰 위력이 있었고 바른 법으로 세간을 잘 다스렸다. 이 왕에게는 제당처(帝幢處)라는 성(城)이 있었는데, 길이와 너비가 똑같이 12유순이었다. 성곽과 다락이 모두 황금으로 되어 있었고, 갖가지 채색한 그림과 모든 보배로 장엄하였다. 그 성의 사면에 각각 세 문이 있었고, 나라 경계를 장엄하게 꾸민 것이 마치 선건성과 같았다.
불공견이여, 이 때 제당왕이 새벽녘에 꿈을 꾸었는데, 꿈속에서 정거천이 그의 처소에 와서 말하였다.
'대왕은 알아야 합니다. 모든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염불삼매라는 것이 있는데, 보살이 이 삼매를 닦으면 항상 정토에 태어나 떠나지 않고 부처님 뵈오며, 세간이나 출세간의 변재를 다 갖추고 기필코 위없는 보리를 속히 얻습니다.'
왕은 갑자기 꿈에서 놀라 깨어났는데, 그 때까지도 정거천이 그 앞에 있는 것이 보였다. 그래서 왕은 정거천에게 물었다.
'어떤 이가 무척 깊은 이 염불삼매를 받아 가졌나이까?'
정거천이 왕에게 말하였다.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수왕이라는 큰 비구가 있는데, 그가 항상 받아 가지고 읽고 외우며, 연설하기를 좋아하며, 말씀대로 이 깊은 삼매를 수행합니다.'
이 때 제당왕은 저 정거천으로부터 받은 이 삼매와 비구의 이름을 지극한 마음으로 기억하여 잊어버리지 않았다. 이른 아침이 되자마자 사천하와 금륜과 7보와 8만억의 무수한 백천 궁인(宮人)과 채녀를 버리고 삼매의 몹시 깊은 법을 구하기 위하여 곧 권속과 함께 동시에 집을 버리고 수왕 비구에게로 갔다.
또한 불공견이여, 이 때 저 4부 대중과 하늘과 용 등 8부가 모두 함께 둘러쌌으며, 9만억 욕계(欲界)의 모든 하늘과 8만 나유타 모든 보살들이 또한 권속과 함께 공경히 둘러싸고 있었다. 수왕 비구는 이 때 대중을 위하여 무척 깊은 이 염불삼매를 말하였다.
제당대왕은 곧 그곳에 이르러 하늘의 참다운 보배를 비구 위에 흩고 5체(體)를 땅에 대어 지극한 마음으로 예배하고, 또한 청정하고 묘한 금꽃 8만 송이와 하늘 만다라와 가루 침수향을 가져다가 공경한 마음으로 비구에게 뿌리면서 바쳤다. 공양을 마치자마자 권속과 함께 다 출가하여 청정한 법복(法服)을 입고 이 삼매를 닦기 위해 항하의 모래알처럼 많은 한량없는 모든 부처님께 공양하였다. 그의 권속과 함께 이 삼매를 구하여 8만 4천억 나유타 해 동안 의복과 음식과 모든 보배로 수왕 비구에게 직접 공양하고, 이 묘한 삼매를 항상 스스로 받아 가지며 읽고 외우며 풀어 말하고 말씀대로 수행하였으며, 또한 한량없는 모든 중생을 교화하며 큰 자비로 마음을 삼아 처음부터 게으름이 없었다. 제당보살과 그의 권속은 수왕 대사가 말씀하신 이 묘한 법을 듣고 지극한 마음으로 받아 가져 깊은 공경심을 내어 항상 부처님과 같은 생각을 잠시도 여의지 않았고, 조금도 쉬지 않고 정진하여 닦았다. 수왕 비구는 저 8만억 백천 비구를 성취시켜 보살행을 닦아 물러나지 않는 자리에 가게 한 뒤에 멸도하였고, 저 모든 권속들도 모두 수명이 다하였다.
이 때 염부당(閻浮幢) 여래 세존이라는 또 다른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셨는데, 10호(號)를 구족하셨다. 제당 비구는 이미 세존을 만나 공양하고 공경하며, 이와 같은 무척 깊은 삼매를 물어서 받아 가지고 읽고 외우며, 말씀대로 수행하여 일체 인간 천신과 세간을 이롭게 하여 모두 다 위없는 보리의 큰 이익을 얻게 하였다. 제당 비구는 모든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바 몹시 깊은 정(定)을 널리 설하고 유포한 까닭에 3천 겁을 지나 정각을 이루고, 9억백천 나유타의 한량없는 권속을 성취시켜 모두 다 퇴전하지 않는 보리에 편안히 머물게 하였다."
이 때 세존께서 불공견에게 말씀하셨다.
"그 때의 제당왕이라는 큰 비구가 어찌 다른 사람이랴. 현재의 부처님이시니, 호는 고행(高行) 여래·세존·응공·정변지이며, 10호를 구족하셨다.
또한 불공견이여, 너는 이제 알아야 한다. 이 삼매의 위신력으로 이와 같이 한량없는 중생을 이롭게 하였으며, 조금이라도 들은 것이 있기 때문에 항상 부처님의 세상을 만난 것이다.
또한 불공견이여, 만일 보살이 이 삼매의 이름이라도 조금만 들으면 항상 부처님의 세상을 만나는데, 하물며 보살이 현재 이 삼매경을 들어서 받아 가지고 읽고 외움이랴. 그 복은 위에서 말한 대로 가히 헤아리지 못할 정도이며, 더욱이 널리 들어서 받아 가지고 읽고 외우며 말씀대로 수행함이랴.
또한 불공견이여, 만일 보살이 대승이든지 벽지불승(辟支佛乘)이든지 성문승이든지 인천승에서든지, 혹은 선남자나 선여인들이 잠시라도 이 묘한 삼매를 들으면 이 보살과 선남자· 선여인은 모두 위없는 정각을 속히 얻을 것이다. 불공견이여, 비유컨대 염부제 사람이 저 밝은 모양을 보고 반드시 해가 나와서 오래지 않아 큰 광명이 비칠 것을 아는데, 이 염부제 사람이 햇빛 때문에 푸르고 누른 등의 빛을 분별할 수 있듯이, 이 모든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불공견이여, 만일 수행하는 선남자와 선여인들이 모든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삼매를 대략이라도 들으면 그들은 오래지 않아서 반드시 위없는 보리를 얻을 것이다. 저 밝아오는 모양을 보고 반드시 해가 나올 것을 아는 것과 같이. 그러므로 너는 이 묘한 삼매를 깊이 믿어서 받아 가지고 기억하여 의혹을 내지 말아야 한다.
또한 불공견이여, 겁이 다하려고 여섯 개의 해가 동시에 나올 때 일체 대지가 모두 연기와 불꽃을 이루며, 일곱 개의 해가 나올 때는 삼천대천세계 가운데 있던 모든 것이 다 없어진다. 불공견이여, 그렇다. 선남자와 선여인 등이 대승을 배웠든 배우지 않았든 간에 만일 이 삼매의 보배를 조금이라도 들어서 쓰고 가지며 읽고 외우며 풀이해 준다면 모두 위없는 보리를 속히 얻을 것이다.
또한 불공견이여, 비유컨대 선남자 등이 샘을 팔 때 진흙이 보이면 반드시 물이 멀지 않음을 알 듯이, 불공견이여, 만일 보살이나 모든 대중이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염불삼매를 쓰고 베끼며 받아 가지고 읽고 외우며, 그 뜻을 풀어서 말하고 말씀대로 수행하여 잊지 않고 기억하면 이 선남자 선여인 등은 오래지 않아 위없는 보리를 속히 얻을 것이다.
또한 불공견이여, 비유컨대 어떤 사람이 금강으로 된 알[丸]을 삼켰다면 총명하고 지혜로운 선남자들이라면 반드시 이 사람이 오래지 않아 죽을 것을 아니, 이 금강은 몹시 녹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불공견이여, 그렇다. 어떤 사람이 이 묘한 삼매를 받아 가지고 읽고 외우며 깊은 뜻을 널리 말하며, 내지 삼매의 묘한 법을 조금이라도 들으면 이 선남자와 선여인들이 오래지 않아 위없는 보리를 얻는다. 왜냐하면 모든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염불삼매는 금강과 같기 때문이다.
과거와 미래와 현재 모든 부처님·응·정변지께서 선설하신 바를 분별하여 선택하면 위력 있는 신이 수호하여 이 삼매를 닦는 모든 수행자로 하여금 닦은 업을 잃지 않게 한다. 보살이 이와 같이 닦아서 항상 일체 세간을 이롭게 하고자 하면 이것을 보살승이라고 하며, 이 즐거운 행은 도리천의 환희원(歡喜園)과 같아서 누구든지 보는 이는 몸과 마음이 기쁜 것이다. 보살이 이와 같이 이 삼매를 얻으면 위없는 보리정각을 빨리 이루어 듣지 못했던 모든 글귀들을 익혀 배우고자 하면 어렵지 않게 얻을 수 있다.
묘하다, 지난 옛적 모든 부처님께서 중생을 이롭게 하기 위해 분별하여 나타내 보이심으로써 글귀의 뜻을 원만하게 만들어 법계에 편안히 머물게 하셨고, 모든 큰 보살이 그것을 섭취해서 옹호하고 연설하고 교화하여 바른 도를 즐기게 하였다. 그러므로 이와 같은 법문의 차례와 의식(儀式)을 보살대사는 모두 알아야 한다.
또한 불공견이여, 보살이 이 모든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삼매를 조금이라도 듣는다면 모두 빨리 위없는 보리를 얻을 것이다. 불공견이여, 그러므로 내가 이제 너를 위하여 분별하여 열어 보이고 연설하나니, 너는 알아야 한다. 만일 이 모든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염불삼매를 듣고서 받아 가지고 풀이해 주면 오래지 않아서 위없는 정각, 보리도를 얻을 것이다. 그러므로 너는 이제 받아 가지고 읽고 외우고 수행하며, 쓰고 베끼며, 또한 4부 대중과 국왕과 대신(大臣)과 사문과 바라문과 다른 공부를 하는 이들을 위해 분별하고 풀이해 주어야 한다. 왜냐하면 이들도 이 삼매를 듣는다면 위없는 보리를 만족히 얻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불공견이여, 선남자와 선여인들은 지극한 마음으로 이 깊은 삼매에 대해 확고하고 청정한 믿음을 가져야 한다. 왜냐 하면 지난 옛적 모든 부처님께서 이 삼매를 칭찬하셨기 때문이다. 너는 이제 사의치 못할 뜻과 지극한 마음으로 이 선정을 기억하여 지니고 깊이 믿고 정진하여 닦아서 마음이 끊어지지 않게 해야 한다. 왜냐하면 이 삼매는 모든 부처님의 진실한 말씀이기 때문이다. 부처님의 말씀을 따르면 부처님께서 가신 곳에 이를 것이며, 부처님께서 증득하여 아시는 바를 선택하여 분별할 것이다. 매우 깊은 보배로운 재물과 모든 부처님의 본사(本事)와 과거에 태어나신 인연과 모든 부처님의 법장(法藏)과 궁극적인 비밀(秘密)과 모든 부처님의 성인(聖印)과 진실대로 성품을 아는 지혜와 모든 부처님의 진신(眞身)을 얻을 것이다.
또한 불공견이여, 이 삼매는 행하는 사람에게 한량없는 선근이 생기게 하여 항상 큰 찰리(刹利)의 집이나 큰 바라문이나 몇몇 다른 좋은 집안에 태어나 큰 위력을 얻게 하며, 마침내 보리를 이루게 한다. 왜냐하면 모든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염불삼매의 매우 깊고 묘한 경전은 중생에게 헛되지 않는 과(果)를 주기 때문이다. 또한 수행자로 하여금 끝없는 복을 얻게 하므로, 만일 듣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한량없고 끝없는 아승기 등 사의치 못할 모든 공덕의 무더기를 얻을 것이다.
또한 불공견이여, 내가 이제 비유를 들어 이 뜻을 완전히 설명하겠다. 지혜로운 사람이라면 비유를 들으면 이해할 것이다. 만일 크게 보시하는 보살들이 항상 이른 아침과 한낮과 저녁 때, 날마다 세 번씩 여래의 삼매를 생각하는 힘으로 모든 보배롭고 묘한 여러 보배를 항하의 모래알처럼 많은 대천세계에 두루 채워서 항상 억천 줄기 항하의 모래알처럼 많은 세존과 성문들께 받들어 보시한다고 치자. 백천억 나유타 등 항하사 겁을 지내도록 이와 같은 큰 보시로 아눗따라삼먁삼보디를 구한다면, 불공견이여, 이 큰 보살이 얻는 공덕이 많다 하겠느냐?"
불공견이 여쭈었다.
"무척 많겠나이다, 세존이시여. 한량없고 끝없어서 가히 사의치 못하겠나이다."
불공견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그대를 위하여 이 보시의 선근을 분별하여 풀어서 말하겠노라. 이와 같은 모든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삼매는 가장 진실하게 부처님의 입으로 말씀하신 것이다. 그러므로 쓰고 베끼며 받아 지니고 읽고 외우며 연설하고 분별하여 풀이해 주는 이는 한량없는 모든 공덕의 무더기를 내어 앞의 공덕에 비해서 그 복이 훨씬 많을 것이다. 하물며 이 삼매를 들은 뒤에 다른 사람에게도 받아 지니도록 권하며 널리 4부 대중을 위하여 분별하여 풀이해 주는 것이랴. 불공견이여, 내가 이제 이 공덕의 보배 무더기를 말하자 해도 다할 수 없노라."
14. 제보살본행품(諸菩薩本行品)
이 때 불공견보살·선현(善現)보살·선환희(善歡喜)보살·무량시현(無量示現)보살·무량력(無量力)보살·무량당(無量幢)보살·무량명(無量明)보살·무량승(無量勝)보살·무량지(無量智)보살·무량수왕(無量修王)보살·무량의(無量意)보살·무량승사(無量勝思)보살·무량정(無量定)보살·분별일체법의(分別一切法意)보살·분별허공의(分別虛空意)보살·별무착의(分別無着意)보살·무량보의(無量寶意)보살·일체적정자재(一切寂定自在)보살·선교조의(善敎詔意)보살 등이 9만 백천억 나유타 보살 중에 우두머리가 되었다. 이들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옷매무새를 정돈하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어 합장하고 공경히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이 이제 모든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매우 깊은 보살염불삼매를 잊지 않고 받아 지니며, 쓰고 베끼며 읽고 외워서 널리 분별하여 말하고 말씀대로 수행하되, 마음 마음에 틈이 생기지 않도록 하면서 보리에 이르도록 항상 받아 지니고 분별하여 선설하겠나이다. 무슨 까닭이냐 하오면, 저희들 모두 모든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매우 깊은 경전과 갖가지 모양을 이제껏 만족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만일 많은 사람이 기쁘게 부지런히 닦으면 곧 이 삼매를 자라나게 하고 확고히 세우며 삼매에 안주하여 기쁨을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무슨 까닭이냐 하오면, 만일 이 법을 차례로 수행하여 쓰고 베끼며 읽고 외우며 또한 다른 사람에게도 받아 지니게 하고 풀어 말하게 하면 반드시 위없는 보리를 만족할 것이며, 점차 증진하여 결국에는 남김없이 성취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때 세존께서는 모든 보살마하살들의 속마음을 아시고 늘 하시던 대로 곧 미소를 지어 보이며 얼굴에서 금·은·유리·차거(車▩)·마노(馬瑙)·산호(珊瑚)·호박(虎珀)·붉은 진주[赤眞珠] 보배로 된 갖가지 한량없는 미묘한 보배 광명을 놓으셨다. 그 광명이 한량없는 세계를 밝고 맑고 환하게 비추어 범천에까지 이르렀다가 위로부터 도로 내려와 부처님 이마 위에 머물렀는데, 마치 묘하게 장식된 정희천(淨喜天)의 보배로운 제석의 당(幢)이 매우 사랑스럽듯이 이 국토 삼천대천세계를 모두 다 영락으로 장엄한 듯하였다. 대중과 모든 보살들은 이 신통 변화를 보고 모두 "좋고 희유하십니다, 여래의 신통이여" 하고 찬탄하였다.
이 때 참괴안정발중의행(慙愧安定發衆意行)이라는 보살마하살이 있었는데, 곧 옷매무새를 정돈하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어 공경히 합장하고 세존을 우러러보면서 하늘의 미세한 가루로 된 묘한 침수향과 하늘 만다라 꽃을 세존께 받들어 뿌리고 부처님 앞에서 게송으로 여쭈었다.
짝할 이 없는 부처님 색신(色身)의 묘한 상호가 단엄하시어
하늘 꽃나무와 같이 향기가 시방에 퍼지시며
선행 베풀 뜻을 구족하시고 한량없는 지혜를 닦으신
부처님께서는 모든 악취를 불쌍히 여기시나니
원하옵건대 부처님께서는 빙긋이 웃으신 인연을 말씀하소서.
가장 수승하시고 끝없는 지혜이신 부처님께서
무슨 까닭으로 빙긋이 웃으셨나이까?
부디 그 인연을 말씀해 주소서.
이 삼천대천 일체 모든 세계가
꽃이나 영락같이 장엄하고 도리천같이 청정하여서
보는 이마다 모두 기뻐하나니 무슨 인연으로 미소를 보이셨나이까?
장님이 눈을 뜨고 귀머거리가 소리를 듣고
미친 이가 바르게 생각하고 벙어리가 말을 틔웠사오니
무슨 인연으로 이 웃음을 나타내셨나이까?
코끼리와 말과 모든 새가 어울려 맑은 화음을 내며
일체 모든 악기가 치지 않아도 저절로 소리를 내니
이제 무슨 인연으로 부처님께서 갑자기 빙긋이 웃으셨나이까?
위의 모든 천신들과 아래 세간 사람의 일체 묘한 음악이 모두 수승하고 아름다운 소리를 연주하오니
무슨 인연으로 이 웃음을 보이셨나이까? 원하옵건대 분명히 말씀해 주시옵소서.
좋은 일이며 매우 희유한 일이라 인간 천신이 서로서로 쳐다보나니
무슨 인연으로 이 웃음을 나타내셨나이까?
부처님께서는 중생을 불쌍히 여기시나니
저희가 거룩하신 웃음의 뜻을 듣고서 부디 청정한 선을 얻게 하소서.
이 때 세존께서는 참괴안정발중의행(慙愧安定發衆意行)보살과 다른 보살들이 청하여 묻는 뜻을 아셨기 때문에 곧 항하의 모래알처럼 많은 응공·정변지들께서 말씀하셨던 게송을 말씀해 주셨다.
모든 보살들에게 말하나니 너희들은 마땅히 관찰하여라.
저 6만 8천의 모든 선남자들이 지난 옛적에 이미 타락(墮落)했다가 이제 다시 보리를 닦나니
모두 서원하기를 저희들은 각기 생사의 가운데 머물렀다가
당래 석가모니의 처소에서 이 경전을 받아 지니겠노라 하였으므로
모두 이 경전의 가장 수승하고 사의치 못할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법을 듣기 좋아하여 마음으로 항상 만족함이 없었느니라.
이제 내가 너희에게 말하나니 이 모든 보살들은
오직 한 부처님의 처소에서만 깊이 공경하는 마음을 낸 것이 아니라
지난 옛적 3만 6억 등 백천 나유타 생을 생각건대 법의 이익을 섭취하기 위해
이 때 이곳에서 처음으로 일체 행을 일으켰으며
또한 저 전생에 항하사 부처님 처소에서
처음 행을 일으켜 가장 수승한 법을 섭취하였나니
밝고 지혜로운 사람은 법을 구하되 마음에 항상 만족하지 않아
항상 몸과 목숨과 재물을 버리고 보리도를 구하는 것이다.
가히 생각지 못할 옛적 항하사 겁을 생각건대
이 때 무량대승광(無量大勝光)이라는 부처님께서 계셨는데
법의 이익을 구하기 위해서 이곳에서 처음 행을 일으켰느니라.
또한 보승염(寶勝炎)과 대명(大明)과 전광(電光)과
난사조일체(難思照一切) 이런 부처님의 처소에서
3업으로 이 법을 지녀 수승한 도를 섭취하였으며
일광(日光)과 월광(月光)과 난사공덕해(難思功德海)와
구족일체행(具足一切行) 이러한 모든 부처님 처소에서
처음 마음을 발하여 수승한 보리를 구하였으며
또한 저 전생에 맹성광(猛盛光)과
사자불(師子佛)을 만났는데 그 여래의 처소에서
3업으로 이 법을 받아 으뜸가는 보리를 구하였으며
저 과거 세상에 많은 부처님께서 끊이지 않고 나오셨으니
사자당(師子幢)여래께서는 공덕을 모두 구족하셨는데
이곳에서 또한 마음을 발하여 법의 이익을 구하셨으며
또한 타방(他方)에 승제당이라는 부처님께서 계시어
세간을 조복하시기로 이름났었는데 저 모든 부처님의 처소에서
수승한 법을 구하기 위하여 위없는 지혜를 섭취하셨으며
무량지생(無量智生) 등 사의치 못할 여러 부처님께서는
법음이 멀리까지 들렸었는데 이와 같은 세존의 처소에서
3업으로 이 법을 받아 으뜸가는 보리를 구하셨으며
옛적에 선안불(善眼佛)께서는 끝없는 큰 당기와 같으셨는데
용맹스럽고 예리한 마음을 발하여 한량없는 보리를 구하셨으며
또한 광력왕(光力王)과 변화신찰토(變化神刹土)
이 부처님의 처소에 머물러 수승한 보리를 구하셨으며
광염생(光炎生)부처님과 무량상(無量相)과 덕명(德明)부처님
처소에서 처음 마음을 발하여 이 삼매의 보배를 구하셨으며
염광(炎光)과 대중(大衆)과 명취(明聚)와 항원(降怨)부처님
이와 같은 세존의 처소에서 법을 구하여 모든 즐거움을 베푸셨으며
일체광(一切光)여래와 난사(難思)와 일명(日明)과
무량력(無量力)부처님과 무변정의(無邊定意)부처님
저 모든 세존께 마음을 발하여 법락(法樂)을 베푸셨으며
금화(金花)부처님과 선화향(善花香)부처님과
아란야행(阿蘭若行)부처님과 무루(無漏)여래 등
이와 같은 모든 부처님 처소에서 공경히 가장 수승한 도를 구하셨으며
이 지방과 다른 국토의 과거 지혜가 한량없으신
부처님께 이 삼매를 받아 가지셨으며 몸과 입과 뜻을 부지런히 닦아 으뜸가는 보리를 구하였나니
이 모든 선업으로 부처님께 공양하되
8만을 다 채우도록 항상 위없는 도를 구하였느니라.
이 모든 보살들은 여기서 죽어서 악도를 여의고
모두가 함께 태어나 항상 부처님을 받들며
삿된 의혹의 법을 멀리 여의고 비천한 집에 태어나지 않으며
악한 벗을 멀리 여의고 선지식을 가까이하며
모든 공덕과 내지 보리를 섭취하며 미래 세상에
미륵부처님을 만나 부처님을 공양하고 수승한 보리를 섭취하며
미륵부처님[善氏尊]께서 멸도하신 뒤에는 사자부처님께서 조어하시는데
저 세존의 처소에서 법을 위해 3업을 청정히 하시며
모든 수승한 법을 섭취해 가져서 정각의 도를 구하시며
현겁(賢劫) 가운데 천 분의 부처님 위없는 부처님께서
모든 보살을 위하여 깊고 묘한 법을 설하시는데
이 모든 부처님의 제자는 반드시 걸림 없는 몸을 얻으리라.
이 현겁을 지낸 뒤에 무량광(無量光)여래와
월현(月顯)과 현관(賢觀)부처님께서 서로 이어 세상에 나오시고
현관부처님께서 멸도 하시고는 그 사이가 오래되었다가
다라당(多羅幢)여래께서 이어서 널리 개화(開化)시키시는데
저 모든 총명하고 지혜로운 사람들이 법을 위해 묘한 공양을 베풀 것이며
다라당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시면
분별세(分別世)여래께서 그 뒤에 부처를 이루시는데
깊은 삼매를 위하여 저 부처님을 공경히 받드실 것이며
분별세부처님께서 멸도하신 뒤에는 시현(示現)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오시고
시현부처님께서 멸도하신 뒤에는 화상(花上)부처님께서
뒤를 이어 정각을 이루시는데 마땅히 일체지견을 내실 것이며
화상부처님께서 잘 가시면 우발라승(優鉢羅勝)부처님께서
나오시어 세간을 조복하시는데 마땅히 부처님을 공양하실 것이며
우발라승부처님께서 멸도하시면 구수마(拘修摩)부처님께서
그 다음에 보리를 이루시며 저 부처님께서 멸도하시면
장엄대세(莊嚴大勢)부처님께서 이어 세상에 나오시며
장엄부처님께서 멸도하시면 다음에 중지승(衆智勝)께서 계시는데
저기에서 법을 위하여 한량없는 공양을 널리 베푸실 것이며
중지승께서 멸도하신 뒤에는 선현(善現)부처님께서
세간에 나오시고 선현께서 열반하신 뒤에는
묘지(妙持)부처님께서 다음에 조어사(調御師)가 되시며
묘지여래 뒤에는 선위요(善圍遶)세존께서
제일 지혜로 세간에 나오시는데 거기서 보리를 구하며
선위요부처님께서 멸도하시면 무량광(無量光) 정각(正覺)과
대승(戴勝) 두루 밝으신 분과 현전(現前) 최고 법왕(法王)
이와 같은 세 부처님께서 이어서 세간에 나오시며
현전 지혜의 해께서 멸도 하시면 최치념왕(最熾念王)부처님께서 나오시는데
이 법의 이익을 위하여 사의키 어려운 공양을 하시고
저 미래의 부처님과 일체 부처님을 아시고 이 보리를 수행하여 법의 수명을 구하실 것이니라.
이 모든 선업으로 이 세계에서 목숨을 마치시고
무량수(無量壽)와 대위항원(大威降怨)부처님께 공양을 하시고
이미 부처님을 만나 끝없는 공양을 널리 베푸셨으므로
법의 이익을 얻기 위하여 제일의 보리를 섭취하시며
저 모든 세계에 많은 부처님의 처소에 머물러
중생을 이롭게 하기 위하여 5욕락을 구하지 않으시고
많은 억 부처님을 공경히 받드시어 거리낌없는 지혜를 이루시어
중생의 괴로움을 불쌍히 여겨 해탈케 하시고 모든 세간을 안락케 하시며
가장 수승한 보리를 얻어 저 국토에서 넓고 사의키 어려운
모든 보배로 묘하게 끝없고 정묘한 즐거움을 장엄하시며
억 나유타의 이 모든 보살들이
사람 중에 법왕이신 사의치 못할 부처님 지혜를 찬탄하리라.
내가 이제 너희들에게 말하나니 모든 천신이나 세간 사람이
만일 부처님의 지혜를 배우면 여래와 동등해지리니
이 사람은 부처님의 지혜를 좋아하므로 수승한 보리를 구하는 것이며
보리를 구하는 까닭에 부처님의 법을 얻는 것이다.
모든 하늘이나 용이나 야차(夜叉)나 가류라(迦留羅)나 마후라(摩睺羅)나
모든 구반다(拘槃茶)가 항상 깊이 부처님의 법을 호위하나니
어떤 사람이 보리를 구하면 아들을 보호하듯 법을 호위할 것이며
만일 부처님의 보리를 구하면 큰 과(果)의 힘을 얻어서
단엄하고 무척 수승하고 묘하여 색상(色像)이 순금과 같으며
항상 일체 대중을 위하여 깊고 먼 뜻을 널리 밝히며
사의치 못할 일체 모든 공덕을 구족하리라.
청정한 빛과 백복을 장엄하여 세상에서 가장 으뜸 보배이며
인천에서 비할 데 없이 높아서 용이나 귀신 따위는 의논치 못하나니
이 사람은 보리를 의지하여 부처님께 공양을 하였고
중생을 이롭게 하기 위해서 깊은 선정 법을 열어 보인 것이니라.
15. 정념품(正念品)
이 때 대중 가운데 사의(思議)보살과 사비의(捨非義)보살과 심용건(心勇健)보살과 분별심(分別心)보살과 무간의(無慳意)보살과 발번뇌(拔煩惱)보살과 선사의(善思義)보살과 중지(衆智)보살과 무박(無縛)보살과 중광(衆光)보살과 지등광(智燈光)보살과 조지지식(造智知識)보살과 무등번뇌(無等煩惱)보살과 제당 천자(帝幢天子)와 타화(他化) 천자가 모두 함께 공경하면서 세존께 여쭈었다.
"이제 모든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바라고 하셨는데, 무슨 까닭으로 그렇게 이름하나이까? 모든 부처님이라고 하셨는데, 어떤 이가 이 부처님입니까? 어떻게 염(念)하는 것을 염불이라고 하나이까? 몸의 생각을 일으키는 것입니까, 법의 생각을 일으키는 것입니까?"
이 때 세존께서 모든 보살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다, 훌륭하다, 모든 선남자들이여. 너희들의 질문은 매우 깊어 사의키 어려우니, 모두 이 부처님의 위신력을 입어 즐거이 말하는 데 장애가 없는 변재를 내는구나. 모든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바를 부처님 말씀이라 하며, 모든 법의 진실한 모양을 바르게 생각하면 이것을 염불이라고 한다.
무엇을 바르게 생각한다고 하는가? 일체 모든 악과 비방을 집착하지 않고 일체 비방 없는 법을 닦으며, 마땅히 아(我)와 비아(非我)를 여의고, 중생이라는 관념과 얼마간의 수명을 갖는다는 생각을 내지 않는 것이다. 또한 주재자나 기르는 자나 업을 떠맡는 자나 생겨나게 하는 자가 있다는 생각을 내지 않는 것이다. 또한 짓는 것과 짓게 하는 것, 그리고 음(陰)·계(界)·입(入)과 생각이 반연하는 곳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다. 일체 법에 금세(今世)나 후세나 내지 삼계에 의지함도 없고 물듦도 없으며, 아견(我見)의 모든 행을 취함도 없고 여읨도 없는 것이다. 그리하여 선정과 해탈과 6신통과 여의(如意)와 근(根)과 역(力)과 보리각분(菩提覺分)과 비사나 등 한량없는 선한 법으로 9만억 나유타의 사의치 못할 무척 깊은 삼매, 즉 일체 모든 부처님께서 항상 생각하시는 법과 부처님의 방편지혜를 요점을 추려서 설명하고, 그에 따라 방등경전을 쓰고 베끼며 읽고 외우며 연설하고 부처님의 공덕을 설명하면 그것을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바라고 하는 것이다."
이 때 세존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허망하고 위태로운 유위상(有爲相) 그 모두를 항상 여의고
모든 법성을 얻지 않으면 이 삼매를 얻으리.
모든 비방과 기억·생각·분별을 집착하지 말고
아(我)와 아소(我所)를 여의면 이러한 삼매를 얻으리.
모든 음(陰)의 법에서 중생과 수명과
나와 남이라는 소견과 업을 짓는 이, 기르는 이 등을 보지 않으며
분별상(分別想)이 없으면 이것을 법을 설한다 하리.
모든 법에 물들지 않고 나의 성품과 나라는 소견을 집착하지 않고
나의 몸이 음(陰)에서 난 것이 아님을 보면 이 삼매를 얻으리.
색(色)·수(受)·상(想)·행(行)·식(識) 일체가 공하여 모양이 없고
본래 모두 청정하지 못하나니 이를 알면 삼매를 얻으리.
함이 있는 모든 법을 관찰하건대 인연을 따라 자재하지 못하여
일체가 진실하지 못하고 허망하여 취할 만한 것이 아니니
인연을 따르는 저 법을 안입(眼入)이라고 이름하는 것이며
귀와 코 등도 그러하여서 모두 자기 성품이 없나니
이것을 진실하게 분별할 수 있다면 이 삼매가 생겨나리라.
이 몸은 허망하고 진실이 없으며 음(陰)의 무더기여서 하나도 청정하지 못하여
아홉 구멍에서 고름과 피가 흐르나니 누가 이곳을 즐길 것이냐?
의입(意入)은 생각생각에 멸하는 것이라
환술과 같이 항상 허망하나니 이 점을 깊이 분별한다면 이 삼매를 얻으리.
일체 모든 입(入)이란 공하여 실체가 없는 것인데
범부는 어린애같이 어리석어 몸이 있다고 헤아리나니
탐심과 애착에 끄달려 이것이 허망함을 알지 못하네.
이 몸은 빈 허공과 같아서 모든 도적이 의지하는 곳이며
근심스럽고 허망한 법이어서 지혜로운 이는 항상 싫어하나니
이와 같이 깊이 관찰하면 이 삼매를 얻으리.
5음(陰)과 18계(界)와 6입(入)의 법은
모두 공하여 하나도 진실한 것이 없나니
이것을 분별해 낸다면 이 삼매를 얻으리.
아지랑이 같고 물거품 같고 환술과 파초와 같은 것
몸이 위태롭고 진실하지 못한 것이 이보다 갑절 더한 줄을 관찰할지어다.
만일 모든 보살이 이런 지혜를 무너뜨리지 않으면
일체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깊은 삼매를 속히 얻으리.
모든 법은 스스로 나지도 않고 남에게서 생기는 것도 아니어서
필경에 머무는 바도 없으며 무루법(無漏法)도 그러하나니
만일 이와 같이 관찰하면 이 삼매를 얻으리.
모든 유위법의 제행(諸行)과 변이(變異)하는 모양을 여의면
이 법이 허공과 같아서 일어나는 곳을 얻지 못하나니
보살이 이와 같이 알고 일체 법을 수행하면
빨리 수승한 보리를 얻어서 위없는 법륜을 굴릴 것이다.
이 모든 보살은 능히 법의 깃대를 세우고
사의치 못할 지혜로 일체 법을 분별하면
그것들이 모두 허망하여 결국 진실이 아님을 보게 되리라.
내가 이제 너를 위하여 이 삼매를 펼쳐 보여 주지만
이와 같은 의식(儀式)의 모양은 그 뜻을 매우 알기 어렵다.
세존께서 이 법을 말씀하실 때 모든 보살이 무생인(無生忍)을 얻었고, 염불삼매에 편안히 머물렀다. 이 보살들이 모두 동방을 보니 항하의 모래알처럼 많은 부처님 세존께서 이 삼매를 말씀하시는데 청정하고 평등하여 늘어남도 없고 줄어듦도 없었으며, 둘도 없고 다름도 없었다. 나머지 방위에서도 이와 같이 한량없는 억 나유타 여래 세존께서 계시어 동시에 모든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염불삼매를 연설하고 계셨다.
이 때 모든 보살들은 부처님께서 하시는 말씀을 듣고 몸과 마음이 기뻐서 쾌히 안락을 얻었으며, 기쁨에 겨워 부처님 앞에 나아가 거듭 게송으로 이 모양을 말하였다.
세간의 광명이신 정각(正覺) 모니부처님
큰 법의 성스러운 의왕(醫王) 석가부처님의 지혜 바다에 귀의하나이다.
사람들이 귀의하는 사자왕(師子王)께서 모든 색상(色相)을 널리 나타내시어
저 동방 국토를 보니 나유타 모든 부처님께서
중생을 어여삐 여기시고 사자가 포효하듯 법을 연설하시어
조복하신 나유타 모든 보살이
동진(童眞)의 자리에 머물러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얻어
매우 깊은 성품을 잘 따라 법을 무너뜨림이 없었나이다.
나머지 아홉 방위도 이와 같은 모습으로
많은 억 대중과 나유타 제불이 보였는데
마치 사자왕에게 두려움 때문에 귀의하듯이
번뇌 없고 적정하며 짝할 이 없이 제일의 법륜을 굴리는데
이곳은 가고 옴도 없고 그 모양이 머무르지도 않으며
일체 법이 실체가 없고 자성이 공하여 생멸이 없으며
중생과 수명과 업의 주체[士夫]도 없으며
5음·18계·12입은 실체가 없어서 빈주먹과 같나니
비유컨대 모든 들짐승이 아무데도 의지할 곳 없음과 같으며
모든 법은 실제로 나는 일이 없고 혹은 항상 청정하지 못하며
더러운 마음으로 생사를 탐하여 저 어리석은 어린아이와 같이
많은 억 나유타 겁 동안 항상 괴로워도 싫어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부처님께서는 자비로써 이를 위해 보리를 말씀하시며
이런 까닭에 모든 부처님의 제자는 항상 몸과 손과 발과
머리와 눈과 골과 뇌와 아내와 자식과 묘한 보배를 모두 다 버리고 보리를 행하나이다.
이미 처자(妻子)와 권속과 외적인 모든 재물을 보시하고
또한 하늘이나 세간의 지위와 몸과 살과 힘줄과 뼈를 여의나이다.
여의기 어려운 이것을 여의면 빨리 정각을 이루는 것이니
보시와 계율의 수승한 과(果)와 인욕과 정진과 선정과 지혜 등으로
자비와 희사를 행하여 위없는 지혜를 구하나니
보살이 이를 닦는 것은 중생을 이롭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이 때 세존께서 게송으로 모든 보살들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이 만일 많은 겁 동안 이 진여(眞如)를 수행한다면
다르지도 않고 분별하지도 않아서 이로써 보리를 말하리라.
그 자성이 매우 적정하여 얻기도 어렵고 보기도 어렵나니
다함없는 뜻을 일으켜 이와 같은 행을 닦으면
이 보살은 지혜에 나아가 보리에 가까이 갈 것이다.
이 때 세존께서는 모든 보살들에게 보리를 원만히 성취해 주려고 네 가지 법을 대략 말씀하셨다.
"모든 선남자여, 계품(戒品)을 배워서 스스로 잘 금(禁)하고 삼가하며 수호해야 한다. 관찰을 하여 방편의 지혜를 내서 항상 부지런히 수행하여 보리에 이르도록 해야 한다. 나라는 생각과 나의 것이라는 생각을 없애기 위해 모든 중생에게 항상 자비심을 일으켜야 한다. 가장 수승하고 위없는 보리를 구하여 심지어는 몸과 목숨과 재물을 떠나야 한다. 이와 같은 네 가지의 법으로 삼매의 근본을 수호하고 성취하며 길러 나가야 한다."
16. 대중봉지품(大衆奉持品)
이 때 세존께서는 9만억 나유타 등 모든 큰 보살마하살의 무리가 이미 다 모였음을 아셨다. 또한 10만억 보살이 있었는데, 이들은 미륵부처님 때 모두 퇴전하지 않는 자리에 머무를 자들이었다.
이 때 동방의 9만 9억 백천 나유타 모든 보살의 무리에서 범상(梵上)보살이 상수(上首)가 되었으며, 남방에도 9만 9억 모든 보살의 무리가 있었는데 지성(持誠)보살마하살 등이 상수가 되었으며, 서방에도 9만 9천 모든 보살의 무리가 있었는데 대지(大智)보살마하살 등이 상수가 되었으며, 북방에도 9만 9천 모든 보살의 무리가 있었는데 대광(大光)보살마하살 등이 상수가 되었다.
또한 환희(歡喜)세계에 머무는 한량없는 보살들이 모두 다 모였으며, 범신천왕(梵身天王)과 대화 범왕(大花梵王) 등 한량없는 범왕들이 모두 다 모였다. 또한 끝없는 백천 나유타 석제환인(釋提桓因)이 있었는데 중념천주(衆念天主)가 상수가 되었으며, 한량없는 10만억 나유타 등 사대천왕(四大天王)이 있었다.
또한 한량없는 가류 야차(迦流夜叉)와 지만(持鬘) 야차와 상취(常醉) 야차가 있었으며, 그밖에 모든 천신과 용과 야차와 건달바 왕(乾闥婆王)과 아수라 왕(阿修羅王)과 가류라 왕(迦留羅王)과 긴나라 왕(緊那羅王)과 마후라 왕(摩睺羅王)과 나찰(羅刹)과 야차와 구반다귀(拘槃茶鬼)와 부단나귀(富丹那鬼) 및 가타부단나귀(伽吒富丹那鬼)가 있었다. 이와 같이 갖가지 무수한 백천의 힘센 귀신이 와서 자리에 있었다.
이 때 세존·응·정변지께서는 모든 대중이 다 모였음을 아시고 이들을 위해 이 경전의 공덕이 깊다는 것과 닦아 나가는 차례를 간략히 말씀하시어 모든 인천을 조복하시려고 사자의 기침 소리를 내시더니, 곧이어 이 모임을 위하여 이제껏 듣지 못했던 법을 말씀하셨다.
"이 경전의 법은 과거와 미래와 현재 3세 모든 부처님께서 수행하신 바이며 모든 큰 고통을 멸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부처님께서 이 법을 존중하여 과거에도 행하셨고 미래에도 행하실 것이며 현재에도 수행하시는 것이다.
그러므로 보살이 나의 몸을 구하고자 한다면 진실한 이 법을 존중해야 한다. 법을 공경하고 받드는 이는 부처님을 공경하는 것과 같다. 왜냐하면 법이 부처와 다르지 않아서 이 사람이 법을 구하면 마땅히 여기에 이를 것이기 때문이다. 천신이든지 용이든지 사람이든지 사람 아닌 것들이 법을 구하면 모든 괴로움을 빨리 여의게 될 것이며, 법을 행하여 괴로움을 여의는 데는 부처님의 말씀이 가장 수승하다. 그러므로 보살이 일체 세간을 이롭게 하기 위해 보리법을 구하는 것이며, 이 보살들이라면 이미 일체 중생에게 보리의 즐거움을 보시하였기 때문에 생사의 큰 바다를 속히 건너게 될 것이다.
내가 잠깐 동안 이 삼매가 담겨 있는 경전 중의 왕, 이 미묘한 경전을 말하여 세간을 교화할 때는 모든 산과 강과 대지가 다 동시에 여섯 가지로 진동하는데, 이 때 모든 중생이 다 좋다고 찬탄한다. 무슨 까닭인가? 부처님께서 이 보살염불삼매왕이 담긴 대승방등(大乘方等)의 미묘한 경전의 끝없는 공덕과 큰 지혜를 말씀하시면 이 때 백천억 나유타 등 무수한 부처님의 국토가 모두 다 여섯 가지로 진동하여 열여덟 가지 모양을 나타내며, 청정한 광명을 놓아 큰 광명이 널리 비추기 때문이다."
이 때 허공에서 한량없는 모든 천신이 큰 하늘 북을 치는데, 우레 소리와 같았으며, 조화롭고 밝으며 고르고 화창한 소리를 연주하는 듯하였다. 또한 8만억 나유타 지신(地神)과 하늘 여인이 온갖 보배로 된 좌석을 가지고 땅에서 솟아 나와서 세존 앞에 이르러 지극한 마음으로 공경히 받들어 올렸다.
기악을 맡은 건달바왕은 백천 나유타 등 갖가지 미묘한 소리를 지었는데 매우 사랑스러웠다. 모든 용과 모든 용왕의 아들이 두터운 먹구름을 일으켜 세계를 널리 덮고 하늘 만다꽃과 묘한 꽃들을 대지에 두루 뿌렸는데, 높이가 100유연이었다.
이 때 사갈라(婆竭羅) 모든 큰 용왕이 허공 가운데 궁전(宮殿)을 변화로 만들어 냈는데 모든 보배로 장엄하여 미묘하고 특수하였고, 하늘의 가루 전단향을 이 국토와 삼천대천의 부처님세계에 널리 흩었다. 또한 색계(色界) 모든 범천왕이 여래 위에 보배로 만든 꽃 일산을 지어 삼천대천 국토를 두루 덮었는데, 이 일산 곳곳에 갖가지 보배 방울을 달았고, 그 방울에서 모두 미묘한 소리가 났는데 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의 기악과 같았다.
이 때 모인 중생들은 모두 자(慈)·비(悲)·희(喜)·사(捨)의 마음을 닦아 이 법음(法音)을 듣고는 기쁨을 이기지 못하여 각각 지극한 마음으로 3보에 거듭 귀의하였고, 그 때 모여 법을 듣는 끝없는 중생들은 모두 위없는 보리심을 일으켰다.
또한 한량없는 중생들이 모두 벽지불(辟支佛)의 마음을 깊이 내었으며, 무수한 모든 중생들이 성문(聲聞)의 보리심을 내었다. 한량없는 모든 찰리 왕(刹利王)과 사문과 바라문과 비사(毘舍)와 수타(首陀)와 장자와 거사(居士)가 다 수다원과(須陀洹果)와 사다함과(斯陀含果)를 얻었으며, 또한 끝없는 중생들이 모두 집착 없는 아라한과(阿羅漢果)를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