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S VITALIS 2017. 3. 25. 22:07

조문

           -고 전 민희 보살을 기억하며



죽음

아니

부고


기억에 대한 테러


흑백의 기억을 뒤로 하고

장례식장 9호실

천연색의 얼굴이 환하게 웃고 있다


돈황보살 얘기는 들었어도

태국보살 얘기는 못들었는데

그 별명을 지니고

만나는 모든 이들에게 친절하고

또한 무엇 하나라도 아낌없이 베풀었던

한 여자가 만 오십도 안되는 나이에 생을 접었다


밤, 의자에 앉아 책을 보다가

집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했다고


이제 친절을 받지 않으리라

그것도 빚

부조금도

조문도 아무 쓸데없는 짓


부고는

다시 반가이 만날 날만 그리고 있는 이에게는

빙하시대의 개막

-동토는 점점 넓어져 나를 덮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