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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김도 짐도 아닌 견딤

VIS VITALIS 2017. 2. 4. 11:22

이김도 짐도 아닌 견딤


다들 어떻게 견디십니까?

오늘을

아니 오늘은

늘 최전선에 선 

우리들을 어떻게 견디는지요?

하지만

마음 있는 쪽 먼저 볼 수 밖에 없으니


오늘은

생명의 한계

나이의 한계

동작의 한계

생각의 한계

기억의 한계

도움의 한계

사랑의 한계


그  최전방에서

다들 보초를 서고

다들 행진을 하고

자신의 한계점들로

점점이 이루어진 길을

더이상 짜낼 수 없는 

눈물로 걷다온다

그 돌아오는 길도

한숨으로 점철된

무능력의 첨탑들

그 바늘끝들로 이루어진

지옥도이다

아니

그 바늘과 바늘 사이가

너무나 멀어

한계는 더 이상 칼끝에 서질 못하고

그러니 죽일 수도

그렇다고 

그렇지만

너무 가늘고 너무나 길어진

아주 슬픈 손이라

이제 칼을 들 수도 없다


한계의 변곡점들을

겨우겨우 돌아갈 때마다

고비마다

굽이마다

시체가 될 수 없는

아주 가는 

아주 얇은

아주 슬픈

저 멀고 가까운

껍질이 

몸 없으니

그림자 먼저하며

곡두처럼 흔들린다


주체와 객체의

총체적 난국

이 전체적 무능

이것을

안고 업고 이고 끌고

아니

이것인채

이 아무 것도 아닌

견딤만 남은 채

숨의 가락은

오늘도 

바람결에 먼지의 노래처럼 안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