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세속과 비진실세속
<중관장엄론>에선 이제설(二諦說)의 체계를 통해 △궁극적 승의는 언설을 초월하고 △무자성(無自性) 진리 고찰이 승의의 관점에서 전개되며 △세속은 진실세속과 비진실세속으로 나뉘어진다는 점 등으로 후대 인도와 티베트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대승불교의 상징 용수(龍樹)의 중관학(中觀學)에서 불전에 없는 독특한 논리가 있다. 동국대 김성철 교수(경주캠퍼스)는 초기불전의 연기설과 반야경의 공(空)사상 논증 이외도 중관논리는 자띠(Jati)논법에 기원을 둔다면서 그 자띠를 ‘오류의 발생이란 뜻’이라 설명했다.
특히 자띠논법이 <중론>에 자주 활용된 ‘무인상사(無因相似)’ 논법에 대해 “‘증명의 대상(所證)’과 ‘증명 수단(能證)’ 간의 관계에서 선후가 따로 없고 동시적일 수도 없음을 비중(比量)의 타당성으로 비판하는 논법”이라며 “<중론> 11장 관본제품(觀本際品) 3 4 5게송에서 ‘생(生)’과 ‘노사(老死)’의 관계 선행과 동시 논증 불가논법으로 변형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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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중관학의 동아시아적 변용’을 발표한 김 교수는 선(禪)의 견성(見性)과 간화선의 ‘조주무자(趙州無字)’ 화두에 대해서도 이를 적용했다. 가령 “유.무의 의식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는 간화선 창시자 대혜종고(大慧宗杲) 지침이나, 5조 법인(法演)의 “유(有)라 대답하는 것을 바라지 않고, 무(無)라고 대답하는 것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유무라고 대답하는 것도 바라지 않는다”는 가르침 등이 그렇다.
최초의 대승 이론가인 아비달마 철학자 나가르주나에서 중관철학을 분석한 아키라 사이토(齊藤 明) 교수(도쿄대학, 일본 인도학불교학회 이사장)는 나가르주나의 저서 <근본중송(MK)>에 대해 “나가르주나는 초기 유가행파의 출현 이전에 대승-아비달마 운동의 창시자로서 6C 초 브하바비베카가 세운 중관학파의 탄생.형성보다 훨씬 이전”이라 밝히고, “불명확한 점은 그의 종교-철학적 메시지와 초기 대승의 사상을 형성하는데 있어서 그의 역할이다”고 새 논제를 던졌다.
기존 연구에서 나가르주나를 진정 대승불교도라고 할 수 있는지의 여부에 대해 “더 학문적인 질문은 나가르주나가 과연 중관학파로 지칭할 수 있는가이다”면서 이를 역사적 접근을 통해 ‘대승불교의 전기-중관파’라고 규정하고, “공성 개념과 관련된 대승 교의의 발전 상황에서 대승-아비달마 운동의 창시자”라고 설명했다.
‘티베트 불교의 오해와 이해’를 발표한 신상환 교수(인도 바스바바라티대학)는 용수의 본원적 사유에 좀 더 접근하려면, 합리적 추론을 강조하는 티베트 인명(因明)에서 ‘텔귤와(thal ‘gyur ba)’’가 뜻하는 ‘기존 논의에 대한 철저한 재해석과 비판 상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한문 경전권과 티베트의 중관사상이 달라진 것은 용수의 중관사상이 인도에서 각 시대별로 달리 해석되었기 때문”이라며 “용수의 <중론>을 청목소(靑目疏)로 습득했던 동북아 불교도와 달리, 티베트 불교는 청목의 존재를 아예 몰랐다”고 밝혔다. 대신 월칭(月稱.짠드라끼르띠)의 <입중론(入中論)> <명백한 언어(明句論)>로 중관사상을 접해, 구마라집(鳩摩羅什)보다 700여년 늦은 11세기경 티베트에 중관사상이 소개됐다는 것이다.
불전에는 없는 독특한 논리
자띠=오류의 발생이란 뜻
‘후기중관사상에 있어 이제설의 전개’를 발표한 이태승 교수(위덕대)는 “나가르주나의 사상에 근거하는 중관사상은 인도 대승불교철학의 근간을 이뤄 불교이외 외교(外敎)와의 논전에서도 선봉에 섰다”면서 그의 저서 <중관장엄론>에선 이제설(二諦說)의 체계를 통해 △궁극적 승의는 언설을 초월하고 △무자성(無自性) 진리 고찰이 승의의 관점에서 전개되며 △세속은 진실세속과 비진실세속으로 나뉘어진다는 점 등으로 후대 인도와 티베트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용수의 대표저서 <중송>에서 ‘상호의존적 연기의 논리와 형태’를 발표한 남수영 교수(동국대)는 상호의존적 연기에 대해 “차연성과 불일불이의 논리 논증이 중요하다”면서 “행위는 행위자에 의존해 성립하고, 반대로 행위자는 행위에 의존해서 성립하며, 다시 양자는 작용에 의존해 성립하고, 다시 작용은 양자에 의존해 성립한다”는 논리구조를 통해 월칭과 용수의 ‘무자성’ 이론이 적용됐음을 밝혔다.
남 교수는 특히 상호의존적 연기에 대한 설명을 아버지와 아들에게 적용해 “불교는 작용과 속성의 기체인 실체를 인정하지 않으므로, 작용과 속성이 다른 것은 존재가 다른 것과 동일한 의미”라면서 결론으로 “아버지와 아들의 상호의존관계가 질적으로 다른 것이 아니다”란 명제까지 도출했다.
중앙승가대학교 대학원(원장 보각스님)의 ‘중관사상의 원류와 변용’ 학술대회는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10월20일 열렸다.
[불교신문 2857호/ 10월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