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스(λὸγος)
로고스(λὸγος)라는 단어의 본래적 뜻은 원래 ‘말하기’ 아니었다고
한다. 이 말의 그리스어의 레고(λὲγω), 레게인(λὲγειν), 라틴어의 레게레
(legere), 독일어의 레젠(lesen)과 같은 근원을 갖는 말이었다는 것이다. 이
말은 원래 이삭을 줍다(Aehren lesen), 나무를 줍다(Holz lesen) 또는 골라
서 선택하다(Auslese)의 뜻, 곧 어떤 것을 모아놓는다(sammeln)라는 뜻이
었다고 한다. 어떤 것을 모아둠으로써 다른 것과 구별 짓는다는 뜻이 로
고스(λὸγος) 원래의 뜻이었다고 한다.27) 로고스의 원래 의미는 사물을 모
아서 드러나게 해주는 관계를 지칭하는 뜻이었다고 하이데거는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하이데거의 해석에 따르면 로고스는 있음을 드러나게 해주
는 연결고리로서의 모음의 의미였다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들이 유비 또
는 유추라는 의미로 아나로기(Ana-logie)라는 말을 쓰는 것도 이러한 어
원적 의미와 관계가 있다고 하이데거는 해석하고 있다. 이 모음의 의미가
헤라크레이토스의 단편에 그대로 드러나 있다고 보고 있다. 흔히 헤라클
레이토스의 입장을 “모든 것은 흐른다.”로 해석하고, 파르메니데스와 대
립되는 입장으로 해석하고 있고, 또 그리스도교 신학에서 요한이 헤라클
레이토스의 로고스 개념을 말씀 혹은 계명으로 해석하고 있지만, 헤라클
레이토스의 로고스 개념은 모음이라는 뜻이며, 피지스를 의미하기도 한
다. 그리고 이 피지스 그 자체가 아름다움이다.28) 여기서 모음이란 불특
정한 덩어리를 단순히 모아놓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서로 대립되는 것
을 모으는 것으로서의 로고스이다. 그렇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은 대립되
는 것의 투쟁으로서의 모음을 통해서 되어가는 것이다. 존재하는 것은 대
립의 부재로 성립되는 것이 아니라, 대립되는 것들을 일치시킴으로써 그
들이 지닐 수 있는 최고의 긴장상태에서 보존 되는 것이다.
여기서 또한 생각해야 할 것은 인간과 존재의 관계에 대한 물음이다. 이러한
인간 이해에 있어서 중요한 개념이 νοεὶν(노에인)이다. 이 단어도 자주 생각
(Denken)으로 해석되곤 하는데,
형이상학 입문, 204-205쪽. 하이데거는 또한 ‘모음’으로서의 헤라클레이토스의 로고스 개
념을 강연과 논문에 있는 헤라클레이토스의 로고스 개념 해설에서 다루고 있기도 하다.
M. Heidegger, Vortraege und Aufsaetze, Stuttgart 2000, S. 199-221.
이 이외에도 하이데거는 그리스인들에게 있어 ‘있음(ὸν)’은 ‘아름다운 것(καλὸν)’이었다고
주장한다. 형이상학 입문, 216쪽.
인간과 존재의 관계에 대한 물음이다. 이러한
인간 이해에 있어서 중요한 개념이 νοεὶν(노에인)이다. 이 단어도 자주 생각
(Denken)으로 해석되곤 하는데, 하이데거에 따르면 이 말도 헤라클레이토스에
27) 형이상학 입문, 204-205쪽. 하이데거는 또한 ‘모음’으로서의 헤라클레이토스의 로고스 개
념을 강연과 논문에 있는 헤라클레이토스의 로고스 개념 해설에서 다루고 있기도 하다.
M. Heidegger, Vortraege und Aufsaetze, Stuttgart 2000, S. 199-221.
28) 이 이외에도 하이데거는 그리스인들에게 있어 ‘있음(ὸν)’은 ‘아름다운 것(καλὸν)’이었다고
주장한다. 형이상학 입문, 216쪽.
204 서 동 은
게 있어 원래 의미는 알아들음(Vernehmung) 또는 이해한다는 뜻이다.29) 하이
데거는 헤라클레이토스에게 있음은 이해 또는 알아들음과 떼어서 생각할 수
없는 공속적인 것이라고 말한다. 그에게 있어 사유란 있음과 동떨어져서 순수
하게 생각하는 것으로서의 노에인이 아니라, 이미 있음을 수호하는 자
(Verwalter des Seins)로서 공속성(Zusammengehoerigkeit)의 관계 속에 있다고
말하고 있다.30) 그러니까 하이데거의 해석에 따르면 있음과 이를 바라보고
해석하고 받아들이며 생각하는 인간은 따로 떼어서 생각할 수 없다는 것
이다. 사유한다는 것 안에는 언제나 필연적으로 있음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31) 여기서도 ‘있음과 생각’을 ‘과’라는 단어로 분리하여 두 개의 사
안처럼 나누어 놓았지만, 사실상 이 양자는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인간이란 언제나 존재의 지킴이로서 존재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
다. 하이데거는 이 ‘과’ 사이에 있는 두 개념들을 나누어 생각하고 그 공
속적인 관계를 상실한 과정이 서양철학의 역사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그
러므로 이러한 형이상학 또는 형이상학의 역사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
양자가 구별되기 이전의 근원적인 의미로 되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
마코스 윤리학에 나오는 프로네시스(Phronesis)개념이다. 주시(Umsicht)
혹은 실천적 지식이라는 말로 번역할 수 있는 이 개념은 아리스토텔레스
에게 있어서 소피아(Sophia)보다 낮은 단계의 지식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어떤 이론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한 지식이 아니라, 구체적인 삶의 경험에
서 나온 ‘지혜’와 같은 개념이었다고 할 수 있다. 하이데거는 바로 이 부
분에서 자신의 철학적 사유의 토대를 발견한다. 비록 하이데거는 이 개념
을 아리스토텔레스에게서 수용하지만, 그 관점은 아리스토텔레스와 정반
대의 입장이다. 즉 하이데거는 실천적 지식(Phronesis)이야말로 소피아
(Sophia)보다 근원적인 것이며, 플라톤의 에피스테메(Episteme)보다 근원
적인 것이라고 보았다. 이 개념은 하이데거가 말하는 “손안의 존재”에 상
응하는 도구연관의 실천적 세계를 지칭하는 개념으로 수렴된다. 하이데
거는 처음부터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 그리고 칸트의 경우처럼, 존
재론과 윤리를 나누어서 다룰 생각이 없었다. 이 양자는 처음부터 나누어
질 수 없는 공속성의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하이데거
에게서 아리스토텔레스나 칸트에게서 보이는 체계적인 윤리 이론이 없는
것은 바로 이러한 관점 때문이라 할 수 있다.
. 하이데거에 따르면 존재는 기 본적으로 됨(Werden)이며 드러난 현상이자 사유이고 동시에 당위이다. 이 네 가지 사안과 관련해서 있음(존재)이 이해되어야 마땅하다. 원래 그리 스인들의 있음 이해는 바로 이러한 네 가지 축을 그대로 포함한다는 것 이다. 이를 하이데거는 형이상학 입문에서 다음과 같이 도표로 나타내 고 있다.35)
당위
↑
생성 ← 존재 → 가상
↓
사유
이러한 존재(이해)는 근본적으로 시간성을 안목에 둔 존재이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근원적 시간의 지평 아래서만 존재를 둘러싼 위 네
개념들의 공속관계가 비로소 이해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지금 현재
여기에 눈에 보이는 존재자를 ‘있다’고 이해하고 과거와 미래조차도 이러
35) 형이상학 입문, 312쪽.
하이데거는 현재 중심의 시간이해와 그에 따른 존재이해를 지양하고,
언제나 미래라는 시간성의 축 위에서 파악되는 존재이해를 부각시키려
한다. 하이데거에게 있어 시간은 이러한 공속성의 있음을 이해하기 위한
틀을 제공한다고 말할 수 있다. 존재자에 입각하여 현재 중심으로 있음을
이해하는 현재 중심의 시간이해와 대비해서 존재에 입각하여 보는 미래
중심의 시간이해의 축을 부각시키고자 한다. 이 점에서 보면 있음과 시간
도 사실 떼어서 생각할 수 없는 공속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하이데거는 있음과 시간과 관련해서는 앞에서의 네
가지 관점과는 다른 관점에서 이해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36) 하이
데거는 시간을 있음으로 해석하기 위한 시야(Blickbahn) 혹은 지평으로
자리매김 시키고 있다. 하이데거 사유의 독특성은 바로 근원적 시간 이해
의 지평 즉 미리 달려가 봄(Vorlaufen)이라고 하는 미래적 시간의 계기 가
운데서 비로소 존재의 본래적 모습이 드러난다고 본 점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이데거의 존재이해는 기본적으로 그
리스적 존재이해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아리스토텔레스
가 잠재태/현실태 개념으로 이해한 것에 상응한다고 할 수 있다. 하이데
거의 진리(α-λετεια, 비-은폐성)개념이 시사하고 있듯이, 언제나 드러남/
감춤의 계기를 수반한 존재이해이다
마틴 하이데거, 형이상학 입문, 박휘근 옮김, 문예출판사, 1995.
신선경,『‘있다’ 구문의 의미와 유형, 국어학회, 2002.
참 고 문 헌
마틴 하이데거, 형이상학 입문, 박휘근 옮김, 문예출판사, 1995.
토를라이프 보만, 히브리적 사유와 그리스적 사유의 비교, 허혁 옮김, 분도출판
사, 1985.
38) 이에 대해서는 토를라이프 보만이 지적하고 있는 바이기도 하다. 한국어 표준 새 번역 번역
판에는 다음과 같이 번역되어 있다. “나는 곧 나다. 너는 이스라엘 자손에게 이르기를, ‘나’
라고 하는 분이 너를 그들에게 보냈다고 하여라.” 한국어 표준 새 번역 개정판에는 이 본문
각주에 다음과 같이 씌어 있다. “칠십인 역에는 ‘나는 스스로 있는 자다’ 히. ‘나는 되고자
하는 대로 될 나일 것이다.’” 여기서도 현재가 미래를 대신하는 의미를 반영해서 번역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39) Nestle-Aland, Novum Testamentum Graece, Deutsche Bibelgesellschaft, Stuttgart 1988,
S. 534-536.
M. 하이데거의 있음(존재) 이해 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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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al, Guenter, Matin Heidegger zur Einfuehrung, Hamburg 1999.
Gethmann, Carl Friedrich, Verstehen und Auslegung ― Das Methodenprobl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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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thmann-Siefert, Annemarie und Poeggeler, Otto (Hg.), Heidegger und 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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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idegger, M., Wegmarken, Frankfurt am Main 1996.
Heidegger, M., Vortraege und Aufsaetze, Stuttgart 2000.
Nestle-Aland, Novum Testamentum Graece, Deutsche Bibelgesellschaft,
Stuttgart 1988.
Stegmueller, Wolfgang, Hauptstroemungen der Gegenwartsphilosophie Bd. I,
Stuttgart 1989.
212 서 동 은
Zusammenfassung
M. Heideggers Seinsverstaendnis
― in der Einfuehrung in die Metaphysik
― Suh, Dong-Uhn ―
Heidegger stellt zwar in den verschiedenen Aufsaetzen die Frage nach dem Sinn des Seins,
aber geht er nicht so konkret auf das Thema ein. Auch in Sein und Zeit stellt er schon die Frage
nach dem Sinn des Seins. Trotzdem geht es dabei nicht um das Sein als solches, sondern mehr
um das Dasein, das schon immer das Sein vorher versteht. Erst in Einfuehrung in die Metaphysik
macht er systematisch das urspruengliche Seinsverstandnis zum Thema, dessen Ursprung auf das
griechische Seinverstaendnis zurueckgeht. Heidgger zufolge wird das urpruengliche Sein durch die
lateinische Uebersetzung und durch das infinitiv im Laufe der abendlaendischen philsosophiegeschichte
abstrahiert. Das Sein und das Werden, das Sein und Schein, das Sein und das
Denken, das Sein und Sollen, die eigentlcih nicht getrennt behandelt werden sollen, werden
demgemaess in dieser abendlaendischen Tradition getrennt betrachtet. Das Sein und das Werden,
das Sein und Schein, das Sein und das Denken, das Sein und das Sollen gehoeren vom
griechischen Ursprung her gesehen zusammen. Heidegger versucht, auf die urspruengliche
Beziehung zwischen dem Sein und Werden usw. zuruechzugehen. Das Word 'und' spielt hier eine
wichtige Rolle. Das 'und' in 'Sein und Werden', 'Sein und Schein', 'Sein und Denken' und 'Sein
und Sollen' koennen einerseits hier konjunktivisch verstanden, anderseits aber als 'ist (west)' oder
'als' umgesetzt werden. Dises Seinsverstaendness kann nur im Horizont(blickbahn) der
urpruenglichen Zeitlichkeit recht verstanden werden.
※ Schlagwörter: Metaphysik, ist, Griechische Philosophie, Zusammengehoerigkeit, Seinsverstaendnis,
Und.40)
투고 접수: 2010. 2. 13.
심사 완료: 2010. 3. 17.
게재 결정: 2010. 3. 20.
신선경,『‘있다’ 구문의 의미와 유형, 국어학회, 2002.
윤병렬, 「레비나스의 하이데거 윤리학 비판과 하이데거의 존재 사유에 드러난 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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