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의 가객 한 분이 돌아가셨다 오장육부에 감겨 있던 노래 다 풀어내자 육신이 훨씬 가벼워졌다 노래 빠져나간 가객의 몸이란 이렇듯 텅 빈 관(棺)일세 염을 하던 바람이 한 마디 하자 풀잎들이 연신 고개를 끄덕인다 소리 하나로 뼛속까지 탕진한 삶이니 제 누운 곳이 양명(亮明)한 자리다 십년 독공으로 얻은 수리성 거두어 버리자 숲도 바스락거리는 꺼풀에 지나지 않았다 호상이라고 단풍잎 붉게 속삭인다 기나긴 행렬을 이끌고 운구는 개미가 맡았다-시집 <겨울 강가에서 예언서를 태우다>(울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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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 / 박현수
VIS VITALIS
2016. 3. 15. 02:13
숲속의 가객
한 분이 돌아가셨다
오장육부에 감겨 있던 노래 다 풀어내자
육신이 훨씬 가벼워졌다
노래 빠져나간 가객의
몸이란 이렇듯 텅 빈 관(棺)일세
염을 하던 바람이 한 마디 하자
풀잎들이 연신 고개를 끄덕인다
소리 하나로 뼛속까지 탕진한 삶이니
제 누운 곳이 양명(亮明)한 자리다
십년 독공으로 얻은 수리성 거두어 버리자
숲도 바스락거리는 꺼풀에 지나지 않았다
호상이라고 단풍잎 붉게 속삭인다
기나긴 행렬을 이끌고 운구는 개미가 맡았다
-시집 <겨울 강가에서 예언서를 태우다>(울력)에서
숲속의 가객 한 분이 돌아가셨다 오장육부에 감겨 있던 노래 다 풀어내자 육신이 훨씬 가벼워졌다 노래 빠져나간 가객의 몸이란 이렇듯 텅 빈 관(棺)일세 염을 하던 바람이 한 마디 하자 풀잎들이 연신 고개를 끄덕인다 소리 하나로 뼛속까지 탕진한 삶이니 제 누운 곳이 양명(亮明)한 자리다 십년 독공으로 얻은 수리성 거두어 버리자 숲도 바스락거리는 꺼풀에 지나지 않았다 호상이라고 단풍잎 붉게 속삭인다 기나긴 행렬을 이끌고 운구는 개미가 맡았다
-시집 <겨울 강가에서 예언서를 태우다>(울력)에서
[시인의 마을] 매미 / 박현수
등록 :2016-02-04 20:14